05 - 스마트 제조혁신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 주영섭 석좌교수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스마트 제조혁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효율성 중심의 스마트공장 혁신과 함께 글로벌 시장 및 기술혁신에 대응하고 우리 산업 구조 및 특성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에 대응해야 하고 내적으로는 우리 제조업의 수출 및 생산의 동반 침체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이의 타개를 위한 민관 협력으로 스마트 제조혁신 정책이 추진 중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조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출 및 생산 부진을 반전하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중심의 점진적 개선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방향의 대전환을 수반하는 총체적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현재의 스마트공장 중심의 제조혁신 정책은 생산성, 품질, 원가 등 효율성 중심의 개선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제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함은 분명하나,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세계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방향성 및 효과성 측면에서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조혁신을 위한 총체적 혁신을 위하여 효율성 중심의 스마트공장 정책에 효과성 및 전략적 방향성을 보완하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는 고객에게 제공할 제품 및 서비스, 대상 고객, 수익모델, 마케팅 전략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세계 시장 트렌드와 기술혁신, 우리나라의 강약점 등을 고려하여 이러한 핵심 요소를 개별적 또는 융합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혁신해야 한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핵심인 제품 혁신을 통하여 글로벌 시장 요구 및 추세에 맞는 제품을 도출하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 등 제조시스템 혁신을 추진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및 제조시스템 혁신의 양대 혁신이 필요하다(그림 1 참조).
우리 제조 기업이 시급히 추진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는 그림 2와 같이 제품 혁신이 중요하고, 제품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로 대변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제품과 금융의 융합, 제품과 제품의 융합인 연관 제품의 묶음화(Bundling) 및 패키지화를 통한 토털솔루션 및 플랫폼화 등이 있다.
현재 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 세계 시장의 추세가 개인화(Personalization) 및 맞춤형(Customization)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개인화 및 맞춤형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핵심 성공요소가 될 전망이고, 중국과의 차별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즉, 과거의 대량생산 중심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더 나아가서는 극다품종 극소량생산을 통한 개인화된 제조까지 진행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 니즈 및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및 특성에 적합하고 제조업 전체 또는 산업별로 적용 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전환이 시급하다.
제품 혁신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혁신이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며, 그 가운데 핵심은 제품 혁신이다.
제품 혁신은 전술한 바와 같이 산업 및 기업 유형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로봇, 5G,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발전으로 개인화 및 맞춤형을 지향하고 있다.
산업 및 기업 유형 및 특성에 따라 제품 혁신의 방향 및 전략이 다소 차이가 있어, 산업 특성과 기업의 대상 고객을 중심으로 표 1과 같이 2×2 매트릭스의 4개 유형으로 분류하면 유형별로 제품 혁신의 큰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산업 특성상 Discrete 산업은 공정 특성상 모델 변경이 쉽고 Lot 수량 및 최소 생산 단위가 상대적으로 작게 운영이 가능하여 개인화 및 맞춤형 대응이 비교적 쉽고, Process 산업은 공정 특성상 잦은 모델 변경이 어렵고 Lot 수량 또는 최소 생산 단위가 상대적으로 커 개인화 및 맞춤형 대응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대상 고객 측면에서 B2C는 시장의 개인화 및 맞춤형 추세가 완연하고, B2B는 B2C의 개인화 및 맞춤형 추세에 따라 후행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2×2 매트릭스 유형별로 개인화 및 맞춤형 추세를 살펴보면, B2C Discrete 산업은 개인 맞춤형 제품에 가까이 가고 있고, B2C Process 산업과 B2B Discrete 산업, B2B Process 산업 순으로 따라가고 있다.
패션, 소비재 등 B2C Discrete 산업은 B2C 시장 추세 및 Discrete 산업 특성상 개인 맞춤형 제품 추세가 아주 강하다.
화장품, F&B 등 B2C Process 산업도 개인화 요구가 크나 Process 산업 특성상 대량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등으로 절충점을 찾고 있다.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등 B2B Discrete 산업도 고객사의 개인화 및 맞춤형 추세에 따라가고 있으나 제조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모듈화 기반의 대량 맞춤형부터 개인 맞춤형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철강, 화학 등 B2B Process 산업은 특성상 초고효율 대량생산 성격이 강하나, 모델 변경 유연화 및 최소 생산단위(MOQ) 축소 등을 통하여 고객사의 개인화 및 맞춤형 추세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변화와 함께 여전히 유효한 스마트화, 그린화, 융복합화 등 기존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로봇 등 제조업의 ICT 융합을 넘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제조업 적용 확대를 통한 제품 혁신이 시급하다.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4차 산업혁명은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Product Servitization"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제품과 서비스 융합은 가치사슬 고도화(Value Chain Upgrade) 전략의 대표적 비즈니스 모델로서, 신성장동력 창출, 부가가치 및 고용 확대 등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Product Servitization"은 문자 그대로 제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치사슬을 상향시켜 제품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에 연관 서비스를 결합한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세계 유수의 제조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비스화를 통한 사업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지역 연계성이 강해 자국시장 중심인 일반 서비스 산업과 달리 제조업 기반의 서비스 산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능하고 대규모 수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체로 아직 제품 중심의 사업모델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서두르고 정부도 이를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 및 정책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완성차, 부품 등 제품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추가하여, 스마트카 기술 및 인프라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정보, 진단, 분석, 광고 및 커머스, 보험 등 각종 서비스, 위치기반 서비스, 카셰어링 등 공유 서비스, V2X 기반의 안전 및 편의 서비스, 다양한 콘텐츠 및 앱 서비스, V2G·V2H를 위시한 에너지 융합서비스 등 실로 다양한 모빌리티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여 대규모 산업화가 가능하다(그림 3).
미국 GE의 "Product Servitization" 전략도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이다. GE의 항공기 엔진, 터빈·발전기 사업의 경우 제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엔진 및 터빈·발전기 정비·보수 서비스는 물론 발전소 운영 서비스까지 함께 사업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TSIA(Technology Services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제조업 수익의 72%가 제품이고 서비스는 28%에 불과하나, 2020년에는 서비스가 40%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그만큼 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해 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Product Servitization" 모델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다른 서비스 산업 분야와 달리 제품과 연계하여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서는 중점 육성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품과 금융의 융합
제품과 금융의 융합, 즉 "Product+Finance" 모델은 제품 판매에 있어서 제품 단독이 아니라 제품과 금융(Finance)을 결합하여 고객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본 모델은 글로벌 시장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어 금융이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대응이 시급하다.
자동차, 공작기계 등 일반 제품 판매에 리스 금융을 결합하는 단순한 모델부터, 대규모 플랜트, 항공기 등 고가 제품에 활용되고 있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BTL(Build Transfer Lease) 등 금융 모델, 자원개발과 연계한 입체적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Product+Finance” 모델 개발 및 적용이 필요하다.
미국 GE의 항공기 엔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Product+Finance"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으로 산업 판도를 바꾼 좋은 사례이다(그림 4).
GE의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인 GE Aviation은 금융회사인 GE Capital과 협업하여 항공기 수요자인 세계 항공사들에 제품과 금융을 결합한 "Product+Finance" 모델, 즉 항공기를 일시불로 구매하지 않고 장기간 리스로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여 항공기 리스 계약을 따냄으로써 역으로 보잉(The Boeing Company)과 에어버스(Airbus S.A.S.)에 GE 항공기 엔진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경쟁 발주하여 시장의 주도권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현재는 타 경쟁사도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나, 항공기 제조사의 부품회사로서 항공기 제조사에 대해 소위 “을”의 위상에서 항공사 직접 거래를 통한 소위 “갑”의 위상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주도권을 확보한 비즈니스 모델혁신 사례이다.
"Product+Finance" 비즈니스 모델의 파급효과, 효용성과 확장성은 매우 크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제품이 금융과의 결합 없이는 경쟁력이 없을 정도로 본 모델이 보편화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응과 함께 새롭고 다양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본모델 혁신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제도·정책 혁신이 중요하며, 특히 본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대형 투자은행의 활성화, 수출금융 혁신 등 금융 혁신이 시급하다.
토털 솔루션 및 플랫폼화 모델
토털 솔루션 및 플랫폼화 모델은 연관 제품 및 서비스를 패키지화(Packaging) 또는 묶음화(Bundling)하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제품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관련 제품을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함으로써 고객에게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그림 5).
패키지화는 연관 제품과 제품을 묶는 수평적 패키지화, 제품, 부품 및 소재, 서비스를 묶는 수직적 패키지화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전기차 단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시장의 경우에는 전기차 및 부품, 충전기 등 충전 인프라는 물론, 자동차, 경전철, 고속철 등을 포함하는 교통 시스템,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등 발전 시스템, 에너지망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등을 망라하는 그린수송 시스템을 위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대규모 사업 창출이 가능하다.
전기차 기반의 그린수송 시스템뿐만 아니라, 발전소 등 플랜트, 각종 공작기계 기반의 제조시스템, 고등훈련기 등 시스템 산업은 토털 솔루션 및 플랫폼화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신흥시장의 경우,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화학 산업 등 주력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고른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를 패키지화하는 본 모델이 대단히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토털 솔루션 및 플랫폼화 모델은 산업 및 제품의 수평적·수직적 조합 측면만이 아니라 기업 간 조합 측면에서도 많은 전략적 의미가 있다.
현재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육성 전략도 본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즉,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협업을 통한 토털 솔루션을 구성하여 대기업의 장점과 중소벤처기업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 간 협업을 통하여 각자의 제품, 부품·소재 및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중소벤처기업 컨소시엄이 본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는 전략도 확대 추진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이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국내 및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 하지 말고 대기업과 협력하거나 중소벤처기업 간의 협업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하면 효과적인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화가 가능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업계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나, 정부가 중재자로서 이러한 대·중소 기업 간 협업, 중소·중견기업간 협업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시급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