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추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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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녕 연구소장
(주)삼우금형


최근 우리가 쉽게 접하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팩토리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도 꽤나 친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 단어들의 실체를 중소기업 담당자 시각에서 바라보고, 현장에서 보고 겪은 경험을 사례 중심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올해에도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2022년까지 중소기업에 3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는 비교적 높은 목표를 내세웠다.

지원사업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는 측면에서는 좋은 정책이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수많은 중소기업에서는 실제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며, 어떠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적용하였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스마트공장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삼우금형(이하 삼우금형)의 사례를 들어 전달하려고 한다.


삼우금형 스마트공장 추진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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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금형은 30년간 사출금형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수출주도형 기업이다.

사출금형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6대 뿌리산업에 속하고 있으며, 이러한 뿌리산업 전문기업 중에서도 삼우금형은 설비투자 및 인력육성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선도 기업이다.

사출금형이란 플라스틱 제품의 하드웨어를 대량생산하기 위한 “틀”을 의미하며, 그 틀(Mold)은 유일하지만, 이러한 틀에서 대량으로 양산되는 물품은 수백 개 혹은 수천만 개가 되어 조립된다.

그 조립된 결과물이 자동차의 내장재도 되고 가전도 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이 된다.

삼우금형에서 2002년 도입한 ERP 시스템은 도입 이후 매년 유지보수 개발을 통하여 커스터마이징 해왔다.

즉, 직원들의 업무와 꼭 맞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ERP 시스템도 초기에는 직원들의 반발, 전담인력 부재 등으로 쉽게 정착하지 못했으나, 경영진의 강한 의지와 전담인력의 추진력으로 이제는 높은 활용도를 보인다.

ERP는 영업의 수주단계부터 구매, 생산, 검사, 출하단계까지 본사는 물론 해외법인까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다.

하지만 삼우금형이 본사를 서울에서 충남 당진으로 이전하며 가공설비를 30% 이상 증설하면서부터는 ERP 시스템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기존 ERP는 생산량과 가동률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이는 과거의 결과일 뿐 현재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생산정보화 시스템은 아니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자체적인 공정 진행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TV 모니터링 화면을 현장에 우선 구축하였고, 그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MES를 도입하게 되었다.


삼우금형 MES 개발 초기

MES는 기존에 타 금형회사들도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의 형태로 공급되었다.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 많지만, 타 회사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공정관리 부분은 타 금형회사와 규모 및 관리 방법이 매우 달라 새롭게 개발하는 영역이 많았으며, 현장의 생산 모니터링 화면구성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UI(User Interface)이기도 했다.

MES는 기존에 활용도가 높았던 ERP와의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수주 및 출하정보, 기준 정보 등을 공유하게 되었다.

중복되는 데이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인터페이스는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기존 시스템의 Oracle DB 접근 권한에 대한 문제가 다소 있었으나, ERP 유지보수업체와의 협조를 통해 주고받는 포맷을 규정하여 연계할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MES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작업자는 물론 관리자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고자 마음먹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처음 선택하여 앉은 자리가 종강하는 날의 자리와 같다는 이야기도 있듯,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추진담당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얻는 여러 가지 효용들을 가지고 직원들과 경영진을 설득하고 진행해야 한다.

금전적 이득이 없는 시스템은 경영진을 설득하지 못하고, 업무가 간소화되는 부분이 없다면 직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삼우금형은 경영진을 설득할 이유는 없었다. 삼우금형의 모든 시스템은 대표이사의 의지에서 시작되고 맺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강하고 세심하게 추진되었다.

TV 모니터링에 나오는 텍스트와 색상 부분, 표 간격 등을 모두 대표이사가 직접 지정해 주었다는 단적인 면만 보아도 개발이 얼마만큼 관심있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개발이 시작되면서 각 파트의 담당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인한 본인들의 업무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파트리스트를 시스템상에서 생성해 주어야하고 도면에 QR코드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설계파트, 이메일과 팩스, 유선전화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발주를 할 수 있었던 구매파트, 도면에 수기 작성만으로도 업무지시를 하던 공정파트 등 여러 담당자는 변경되는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각 파트의 핵심 관리자들은 잃게 되는 점과 얻게 되는 점을 비교하며 개발에 참여하였다.

파트리스트 생성은 모든 MES 정보의 시작점이었고, 발주시스템 활용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삼우금형에 투명함과 추적 가능성을 갖추도록 도왔으며, 공정진행자의 복잡한 머릿속 실시간 공정 진행 과정은 간단하게 시스템에서 공유되어 그들의 업무를 개선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개발단계에서 쏟아냈던 시간과 노력이 이제는 그들의 업무를 지원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개발 추진담당자는 변경되는 업무의 부정성보다 참여자들에게 득이 되는 점에 집중하도록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삼우금형 MES 현황과 성과

금형의 진도관리는 타 산업보다 매우 복잡하다. 계획 생산이 불가능한 단일품목 수주생산에 금형부품도 수백 개 이상이며, 금형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들의 가공하는 공정 순서도 제각각이다.
 
필자는 금형 1벌(금형을 세는 단위)을 고객이 원하는 단독주택을 한 채씩 짓는 것에 종종 비유하곤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금형 산업은 자동화나 진도 관리가 쉽지 않은 산업 중 하나다. 그렇기에 금형은 보통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얻기 어렵다.

금형업체의 인원이 50명이 넘으면 큰 기업에 속한다는 이야기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삼우금형이 200명 이상의 인원으로 도전하고 있고 그 과정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MES는 매출을 마법과 같이 끌어올려 주는 도구라기보다는 업무의 복잡함을 덜어주고 추적성(Traceability)을 높여주며, 그로 인한 실적에 대한 투명함을 제공하는 등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영업파트는 고객과 끊임없는 공정진행 현황을 공유하기 위하여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 예전에는 고객의 질문에 현재 몇 퍼센트 공정이 진행되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었다.

기계 가공 중인 부분이 있거나 외주 임가공 등으로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MES 도입 이후 세부 공정 진행에 따른 진행률을 쪼개어 수치화한 결과,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진행률을 하나의 수치로 말할 수 있게 되어 고객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

또한, 설계파트는 MES를 도입하면서 설계 진도 관리는 물론, 외주 설계자 관리, 도면 출도의 최소화, 설계자 평가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현장 생산 엔지니어들은 설비에서 시작-종료만 누르면 자동으로 전표가 생성되고 ERP와 연동된다.

작업 전표를 없애고 시스템상에서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적 오류(Human Error)를 줄일 수 있었고, 현장의 데이터가 투명해지면서 관리, 분석의 신뢰가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복잡성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투명성이 향상되면서 설비가동률은 기존 목표치를 초과하여 117.6%를 달성하였다.

생산정보화 시스템 도입으로 공정진행은 한눈에 보이는 관리 상태로 변하였으며, 공정의 부하(Load)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되었다.

가공물의 현재 가공 진행 상황과 현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고 생산부서 이외에 많은 이들에게 공정 현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유연한 공정 상태를 구축하게 되었다.

또한, 공정진행자의 편의를 위하여 별도로 자주 사용하는 업무화면을 파악하여 휴대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주었다.

공정물의 이동을 위해 입고-출고 기능을 화면에 담아냈고 본인의 휴대폰을 통하여 MES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이로 인하여 공정 진행에 대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금형 완제품 불량률이 23.5% 이상 개선되는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구매파트는 발주 이력을 시스템에 남기어 중복발주와 같은 실수를 없앨 수 있었고, 업체별 가격 추이, 동향 파악, 납기 정보 등을 확인하게 되어 정량적인 업체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등 발주 부문에서 유효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삼우금형에서는 이러한 성과 외에도 수많은 정량적 목표달성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메뉴가 있다.

품질 목표에 대한 KPI 정의를 통하여 명확하게 핵심 성과지표를 규정하고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구성하였다.

MES를 통해서 생성된 많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정제하여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간별 시각적인 그래프 등을 이용하여 실적을 표현하였고, 이러한 결과는 고객심사(Audit)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삼우금형이 나아갈 길

삼우금형이 생각하고 있는 차선의 과제들이 있다.

자동 가공 설비와의 접점 관리를 통해 POP를 도입하여 설비의 가공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을 구축하는 것과 현재의 발주 시스템을 개선한 SCM 개발로 협력업체와의 업무 조율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전 WEB 기반으로 개발된 ERP와 MES, PLM 등 사내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고 해외법인과의 연계를 통해 사내 인트라넷을 구현하는 등 다수의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짧은 기간에 구축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제한적인 예산을 사용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경로는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덧붙여서 현재의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삼우금형 대표이사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양식을 사용하는 직원이나 부서가 있다면 항상 지적한다.

“시스템이 불편하면 시스템을 개선해라.”라고 하면서 기업에서 결정하고 약속된 시스템은 모두가 함께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도한다.

이에 개발 담당자는 사용에 대한 불편요소들을 끊임없이 개선해 주어, 결국 우리 몸에 꼭 맞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마치면서

필자는 2016년 독일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는 기업의 우수 사례들을 접했다.

아우디 스포츠카 생산라인을 접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가 어려웠고 적용하기에 괴리감이 있었다.
 
2015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하여 QR코드를 이용한 혼류생산을 보았던 경험보다 좀 더 진화한 현장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었다.

그러면 가장 최근인 2017년도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고민하던 시기에 둘러보았던 중견기업에서 배울 점은 무엇이 있었을까?

대기업을 보던 충격보단 덜했지만, 생산 제품과 그 산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회사소개를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귀에 낀 채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성공기업의 현장들을 다녀본 결과를 필자의 부족한 안목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뛰어넘지 못하는 산업의 특징과 투자의 한계점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중소 스마트공장의 성패는 각기 그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그 산업의 특징과 내부설비, 인력 구성, 전산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담당자들의 고민과 현장 엔지니어들의 살아있는 문제의식이야말로 최고의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시스템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열린 자세로 검토해 보고 하나하나 적용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중소기업, 더 나아가 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