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제조업의 현황 진단과 주요 과제
▲ 정은미 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정체를 보이며 제품 경쟁력 열위로 인해 경기변동에 취약한 교역구조, 중국 및 신흥국 성장으로 인한 수출 정체, 수입 증가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과제 도출에 앞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황을 되짚어 본다.
제조업의 수출 둔화와 삼중고 직면
1990년대 이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늘어나면서 선진국의 비중은 계속 낮아졌다.
그러나 한국의 제조업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 3%대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규모나 비중 면에서의 위상은 강화되었다.
여기에 주요 산업은 생산이나 수출, 출하에서 세계 1위부터 10위 이내로 진입하고 있다.
국가별 생산에서 조선해양과 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이며, 석유화학 4위, 자동차, 가공공작기계, 철강이 6위 국가이며, 기업측면에서는 반도체, 통신기기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중국과 아세안 등이 부상하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회를 잘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추세적으로 높아졌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 해외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심화, 해외진출 확대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력 산업의 성장부진과 세계 시장 점유율 둔화는 중국의 성장과 경쟁압력의 증가에서 비롯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산업들의 수출제품 구조의 변화가 지체된 것에서 비롯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주력 산업은 중국을 포함하는 신흥국 시장으로의 진출에 주력하였는데, 양적 규모의 확대에 주력하면서 높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제품구조를 고도화하거나 수요변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데는 미흡했다.
그 결과 산업구조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무색하게 여전히 기술·품질에서 선진국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경쟁력 열위는 세계 경기에 대한 높은 변동성을 가지는 취약한 교역구조로 이어졌으며, 중국과 신흥국이 성장하면서 대중 수출 정체, 주요 시장에서의 수출 확대의 어려움, 그리고 수입 증가라는 삼중고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생산의 부진과 혁신의 지체
국내 제조업의 생산도 2000년대까지 빠른 성장을 보였으나, 2010년대 들어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
국내 생산의 저성장 기조로의 전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수출정체에서 주로 비롯된다.
주력 산업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수출증가세가 낮아지면서 국내 생산과 고용 증가 여력도 급격하게 둔화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 제조업체들의 국내 투자가 정체한 반면 해외 생산이 확대되면서 기업과 산업 성장의 탈동조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이후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조선,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산과 수출이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되었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기계 산업의 생산과 수출도 크게 둔화되었다.
생산주체 측면에서도 한국 제조업은 일부 주력 산업과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변동에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상위 10대 산업의 수출과 생산이 총 수출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수출에서도 대기업 비중이 80%로 높아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미흡하다.
생산과 수출을 주도하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특정 업체의 경영전략이나 수익성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의 한계기업 혹은 부실징후 기업이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주로 기업들의 수익성 하락에서 비롯된다.
부실징후 기업의 비중 상승은 금융 비용부담의 증가보다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하락에 주로 기인하고 있어 일시적·경기적 요인보다는 저생산성·저부가가치 산업구조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로 우리 제조업의 한계기업 혹은 부실징후 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제조업 집적 지역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이미 조선(거제, 울산, 군산 등), 자동차(군산, 창원, 울산 등), 철강(포항, 인천, 광양 등) 산업의 위기가 지역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제조업에서 대량생산 기반 제품의 비중이 높고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요소투입형 성장에 기반하고 있어 총요소생산성 향상이나 혁신활동이 낮았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이 여전히 25%대에 머물고 있어 35%대를 상회하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질적 성장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생산성본부의 분석에 의하면01·02 우리 제조업은 2000년대 이후 운송장비와 섬유가죽제품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계 및 장비, 전기 및 전자장비의 총요소생산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증가했지만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
국가별로 노동생산성 변화의 요인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평균적으로 총요소생산성 저하가 노동생산성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2000년대 이후 선도기업의 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된 반면 후행기업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개선되면서 선도·후행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화, 디지털화 등으로 선도기업의 기술우위가 강화된 데다 신규기업 진입 및 한계기업 퇴출부진으로 후행 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고착화된 불균형 극복이 과제
우리 제조업은 그동안 가공조립형 생산에서의 우위를 가지고 압축성장을 해왔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단기간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그룹에 진입하면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제품 세분화와 품질경쟁력 미흡, 대기업이 주도하는 일부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 뿐만 아니라 낮은 부가가치율과 생산구조의 불균형, 핵심소재-부품 공급역량 미흡으로 인한 수입유발형 생산구조를 주요 과제로 볼 수 있다.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을 위한 중간투입에서 국산 비율이 제조업 전체는 54%에 불과하다.
글로벌 우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반도체가 국산 투입비율이 27%이고 디스플레이도 45%로 예외가 아니다.
수출비율이 높은 자동차, 기계, 가전 산업에서도 생산활동을 위해 투입되는 수입중간재의 비중이 30~40%대이며, 신제품, 고성능 제품을 출시할 경우 역시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이는 대량생산 기반 제품 구조와 낮은 생산성, 주요 소재·부품·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 생태계에서 비롯된다.
한국 제조업의 성장은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제품, 부품, 기초소재의 적기 공급을 통해 수출을 확장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기술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국제경쟁 구조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빠른 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핵심소재-첨단부품-주요 장비의 국내 공급역량 확보가 관건이다.
한편 중국의 부상으로 대표되는 국제 경쟁구조의 변화는 한국 제조업에 가장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
이미 중국 제조업의 부상으로 인접한 한국의 철강, 조선, 자동차와 같은 주력 산업에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첨단산업 육성 정책은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과의 중복성이 높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의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에서는 ‘중국제조 2025’의 추진으로 한국 제조업이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 제조업은 하드웨어·제조 경쟁력은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서비스 융합 역량이 미흡한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 집중적인 정책지원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높은 성장을 견인했던 IT제조업 이외에 바이오, 나노, 문화콘텐츠 등 신산업의 성장성이 낮은 것도 산업융합 및 복합화라는 산업발전을 지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과제이다.
01 생산성본부(2017), 총생산량은 주요 생산 요소인 노동과 자본의 투입규모로 결정되는데 총요소생산성은 투입된 노동과 자본 이외의 다른 요인이 총산출량에 기여하는 정도를 일컬으며 혁신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주로 사용된다.
02 국제통화기금(2017)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성장율 하락의 약 40%가 TFP 증가율 둔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IMF 보고서 20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