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삼성전자(주) 김기남 부회장

반도체 기술혁신이 주도할 Smart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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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부회장 삼성전자(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Smart Society

「세계화 4.0: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얼마 전 막을 내린 2019년 다보스포럼의 의제였습니다.

2016년 이후 3년만에 핵심주제로 재선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번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일자리 감소와 같은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앞서 다보스포럼에서 다루어졌던 것과 같이,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 인류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혹자는 양극화 문제의 심화,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 등 위험성과 암울한 미래상을 거론하고 있으나, 저는 그보다는 보다 밝고 풍요로운 미래가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과거 여러 산업혁명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인류는 항상 삶을 보다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1차 산업혁명은 기계화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러다이트 운동01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기술의 혁신은 노동의 대체보다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근로시간의 감소를 불러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이 시점에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는, 비효율적인 부분은 최소화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초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솔루션으로 우리의 삶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는, 즉 Smart Society입니다.


Smart Society로 가기 위한 핵심 과제

Smart Society 시대는 다양한 종류의 기기 및 시스템 간 연결로 대규모 데이터가 생성되고, 고도화된 인공지능에 의한 빅데이터 해석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비즈니스 간 컨버전스로 정의되는 초연결·초지능·대융합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 폭증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DC02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량은 2018년 33제타바이트03에서 2025년 175제타바이트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 단말과 각종 센서에서 취합된 정보는 각 기기 간 연결로 인해 재생성 및 복제 과정을 거쳐 최종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 및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지연 없는 데이터 처리 요구입니다. 원격 수술 및 자율주행과 같이 긴 지연 시간이 생명과 직결되는 응용에서 아직 통신 기술은 실시간 처리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현재 4G 기술로는 인지 후 반응하기까지 이미 5~6m를 지나가는 등04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바로 반응할 수 없게 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5G 이상의 고속통신 기술 구현이 가능한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세 번째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 소비 증가입니다.

기기 간 연결의 확대는 더 많은 데이터의 생성을, 이렇게 생성된 빅데이터의 처리는 더 많은 에너지의 소비를 필요로 합니다.

한 예로, 구글의 초기 알파고는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사용하는 슈퍼컴퓨터로 1㎿의 에너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1950년대, 매번 작동할 때마다 펜실베이니아 전 지역의 가로등을 깜빡이게 할 정도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였던 초창기 컴퓨터 에니악을 떠올리게 하며, 실제 이러한 기술이 일상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전력 소모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Smart Society 구현의 핵심, 반도체

저는 인간의 기억·사고·인지능력 달성을 목표로 진화하고 있는 반도체의 기술혁신을 통해 앞서 세 가지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는 인간의 뇌와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메모리 반도체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프로세서는 뇌의 추론과 논리 처리 영역, 이미지센서는 외부 이미지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눈 및 시신경과 같습니다.

비록 반도체의 연산 및 에너지 효율은 아직 인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05, 반도체는 비선형 곡선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 혁신에는 크게 세 가지 발전 방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세화로 표현되는 공정 기술의 발전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업계는 지속적으로 소자(素子)의 크기를 줄여 단위 면적당 용량을 높이고 대역폭은 증가시킴과 동시에 전력 소모를 줄여 왔습니다.
 
디바이스 물리학은 CMOS 트랜지스터가 3~5나노까지 동작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으며, 참고로 과거 삼성전자는 2009년 VLSI 학회에서 3.8나노 트랜지스터를 시연한 바 있습니다.

저는 과거 멀티 패터닝기술(DPT/QPT)로 미세화가 가능했던 것처럼 향후에도 극자외선 노광기술(EUV) 등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3나노 이하의 한계 극복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소재·소자 구조의 혁신입니다. 반도체의 주요 소재인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속도는 5~10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모량도 10배 이상 적은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3D 메모리·로직 소자와 같은 신규 개념의 반도체 구조 등 반도체 소자도 지속 혁신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존 컴퓨팅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아키텍처의 개발입니다.

사람의 뇌는 언어 및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와 감각 및 주변 패턴을 인식하는 우뇌로 구분되는데, 기존의 폰 노이만06 반도체 아키텍처는 정형화된 연산을 수행(좌뇌)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주변사물 인식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우뇌)하는 것은 연산 및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뇌(뉴런/시냅스)를 모사한 뉴로모픽07 등의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반도체는 인공지능 시대를 앞당기는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바를 정리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개는 우리를 스마트한 세상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미래는 초연결성 기반의 실시간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구축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응용에서 한 차원 더 편리한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지속적인 반도체의 기술혁신이 있습니다. 반도체인으로서, 저는 스마트 세상을 위한 반도체의 혁신이 인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세상을 더욱 이롭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01 러다이트 운동(Luddite):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있었던 사회 운동으로 기계를 부수는 행위를 시작으로 이후 자본가에 대한 노동 운동으로 전개

02 IDC, "The Digitization of the World From Edge to Core", November 2018

03 1제타바이트(ZB, Zettabyte)=1조 기가바이트(GB, Gigabyte)

04 가정: 4G 전송지연 10ms+ vs. 5G 1ms

05 인간 뇌는 약 2리터 용량에 1011개의 뉴런과 1015개의 시냅스가 병렬연결 되어 20W로 동작

06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 중앙처리장치(CPU), 기억장치(메모리), 입출력장치(IO) 3단계 구조로 명령을 순차적으로 수행

07 뉴로모픽(Neuromorphic): 폰 노이만 구조의 순차적 데이터 처리와 달리 대용량 데이터의 저전력 병렬 컴퓨팅을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