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2 - CES 2019 혁신기업 벤치마킹 참관기
글_ CES 2019 혁신기업 벤치마킹 참관단·윤종영 교수(국민대)
1967년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후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이제 명실 공히 지구상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혁신과 신기술의 각축장 중 하나가 되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며, 올해는 전 세계에서 4,0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였고, 18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으며, 한국에서도 7,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연면적 8만 평이 넘는 총 11개의 전시장에서 개최된 CES 2019를 다녀와서, 올해는 어떤 신기술과 혁신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같이 나누어 보고자 한다.
먼저 CES 2019에서 다루어진 주요 제품 및 기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산업과 기술의 방향을 가늠해 보도록 하겠다.
CES에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신기술 및 혁신 테크놀로지들이 거의 총망라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점은 5G통신, 인공지능, 자율주행, IoT 등 이미 많이 알려진 분야와 더불어,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테크놀로지가 당당히 CES 무대에 함께 서 있다는 점이었다.
육아, 아동, 가정, 수면, 피트니스, 장애인을 위한 기술과 제품들은 이제 전기전자 및 정보 기술의 혁신이 얼마나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CES 2019에서는 250개가 넘는 다양한 키노트와 컨퍼런스 세션이 1,000여 명의 산업계 리더들에 의해서 진행이 되었다.
이러한 세션들은 단순히 각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자리를 뛰어넘어, 기술의 발전과 진보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논의하며, 그 의미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들이다.
이러한 컨퍼런스 세션들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료이거나 혹은 30분~1시간 전에 미리 줄을 서 있어야 될 정도로 참관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CES 2019에는 전 세계에서 각국의 내로라하는 스타트업 1,100여 개 업체가 참여해서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기술을 뽐내는 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도 당당히 CES 2019에서 그 어깨를 견주었다(우리 스타트업들의 모습은 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간단히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21세기 현재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은 CES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플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오히려 눈길을 끌었던 건 “iProducts”라는 전시장이었다.
iPhone, iPad, Apple Watch 등의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각종 액세서리와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전시장인데, 비록 애플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애플이라는 기업의 힘과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이제 CES 2019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점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5G통신의 가능성과 현실
5G통신은 약간 낯설게도 전자제품박람회인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술 중 하나이다.
기존의 LTE보다 20배 이상 빠른 통신 속도를 자랑하는 5G통신은 4차 산업혁명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핵심인 ‘연결’을 무한 가능케 함으로써, 자율주행, 증강현실, 스마트시티 등을 현실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Verizon의 한스 베스트 CEO도 CES 2019 기조연설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5G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기, 5G통신을 이용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등 현실적인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CES 2019는 5G통신이 가까운 미래의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AI is everywhere
CES 2019에서 가장 큰 토픽 중 하나는 역시 인공지능이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을 내장하고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을 흔하게 볼 수 있었으며,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기능이 결합된 제품은 가장 간단한 예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가전 및 자동차 등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도 하드웨어 자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되었으며, 글로벌 산업의 격변기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등 최신 정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뚜렷한 시사점이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끊임없는 진화
그 끝을 알 수 없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은 CES 2019에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LG전자의 롤러블 TV,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스크린, 그리고 여러 가전회사들이 출품한 8K TV 등은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전시 품목이었다.
CES 2019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더욱 커지고, 더욱 유연해지고, 더욱 선명해졌으며, 거기에 인공지능, 안면인식, 컴퓨터비전 등과의 결합으로 더욱 영리해졌다.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
최근 몇 년 동안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불릴 만큼 자동차 회사들의 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CES 2019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각종 첨단 운전 편의기능 및 자율주행의 미래를 가지고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제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 제조업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선보인 홀로그램은 아직은 실험적이지만 홀로그램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CES 2019에서 보았던 한국 기업들의 모습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이미 언급한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이외에도 SK,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바디프렌드, 코웨이 등의 기업은 크고 화려한 부스와 독특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CES 전시장에서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스타트업 전시관에서의 한국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부스 위치와 디자인, 제품 전시방법, 전시 참가자들의 다소 소극적인 태도가 아쉽게 느껴졌다.
스타트업 육성과 성장에 적극적인 프랑스, 이스라엘 등은 독특하고 눈에 띄는 부스 구성과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전시에 임해서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다.
1,000개가 넘는 CES 참가 스타트업들 가운데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좀 더 다양한 잠재적인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창의적인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을 마치면서, CES 전시장을 바쁜 발걸음으로 돌아다니면서 줄곧 느꼈던 점 두 가지로 CES 2019 참관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플랫폼의 시대
이번 CES 2019의 키워드는 ‘연결’과 ‘통합’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요소 기술과 제품들이 CES 무대에 선을 보였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이다.
전자 및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이 시대에, CES 2019는 플랫폼으로 귀결되는 글로벌 산업 인프라의 현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총성 없는 비즈니스 전쟁터
CES에는 수많은 전시부스가 있지만, 사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논의되는 곳은 미팅룸이다.
CES에 참석하는 기업 중 많은 수가 CES를 단순히 기업제품 전시의 장이 아니라 효과적인 네트워킹 장소로 인지하고 잠재적인 고객 및 파트너 기업들과 미리 미팅 일정을 잡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온다.
CES 행사장 곳곳에 미팅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개최국인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테크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한곳에 모이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기업들은 부스는 아예 설치하지 않고 미팅룸만 예약해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 기업들도 좀 더 열정과 관심을 갖고, 보이는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CES의 모습을 이해하여 전략적으로 CES를 준비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1월의 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환락과 도박의 도시가 아니었다.
21세기 인류가 펼쳐가고 있는 혁신의 전시장이자, 격변하는 정보 기술 산업 동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글로벌 축제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