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LG화학 연구전문직제도의 도입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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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만 상무
LG화학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구인력관리를 위한 제도 중 하나인 연구전문직제도의 개념을 살펴보고, LG화학이 도입하여 운영했던 90년대의 연구위원제도의 한계점과 이를 개선하여 시행하고 있는 신연구위원제도의 핵심 내용과 그 효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해 가장 필요한 기능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영업, 생산, 마케팅, 재무, 기획 등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각각의 기능이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이 연구개발을 떠올리게 된다.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발 없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의 여러 기능 중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것도 연구개발이 아닐까 한다.

연구개발에 있어 핵심은 연구과제이다.
 
기업에서 연구과제의 수행을 통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러한 연구과제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연구원이다.

결국 얼마나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느냐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 인력을 어떻게 잘 관리하여, 뛰어난 연구과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토록 할 것인가는 기업들에게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연구인력 관리 차원에서 오늘 주로 언급하는 이중경력제도(Dual ladder system)를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연구인력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연구인력의 관리를 위해 그동안 고민하고 노력한 소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연구전문직제도

이중경력제도(Dual ladder system)란 조직의 계층을 관리직 경력경로(Managerial ladder)와 전문직 경력 경로(Technical ladder)로 양분하여 각 계층에서 동일한 지위와 보상을 약속하는 경력 관리 시스템이다.

이중경력제도는 도입 단계부터 연구개발 분야로의 적용이 검토되었다.

그로 인해 연구전문직제도라고도 혼용되고 있다. 연구전문직제도는 1950년대에 연구소에 대한 효율적 관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술자나 과학자들에 대한 관리와 처우를 위해 미국에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국내 이중경력제도 연구의 권위자였던 충남대학교 한인수 교수의 국내 연구기관의 연구전문직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조건에 관한 연구(2001)를 살펴보면, 기술이 중심을 이루는 조직에서의 인적자원관리는 여타조직의 그것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요구될 때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기술인력을 관리직으로 승진시켜야 한다는 문제와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직으로 계속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상충되는 경력관리상의 과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강구된 것이 이중경력제도이며 기술인력의 경력 경로를 연구관리직과 연구전문직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것이 골자라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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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에 제시되어 있는 3M, P&G와 Goodyear사의 사례와 같이 연구전문직제도는 통상 연구관리직과 연구전문직의 두개의 경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개의 경로로 설계하는 복수경력제도(Multiple career path)의 경우도 있다.
 
논문에서 한인수 교수는 연구전문직제도가 도입된 배경 및 필요성 5가지를 제시하였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첫째, 연구전문직제도는 대부분의 연구원이 승진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전문직제도에서는 관리직이 아니더라도 기술 또는 전문직 경로를 통한 승진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둘째, 연구전문직제도는 전문요원을 관리직으로 승진시킴으로써 우수한 전문가를 죽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구전문직제도에서 연구자는 기술 또는 전문직 경로를 통해 승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 업무로부터 해방되어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셋째, 연구전문직제도는 연구자에게 자기의 연구에 대해 보다 큰 자유와 통제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며, 넷째, 연구전문직하에서 전문직들은 관리직 계통과 동등한 지위와 위신 그리고 동등한 금전적 내지 물질적 보상을 제공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전문직하에서 조직구성원들은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한 선택이 가능하여 자기가 유능하며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분야에 머무를 수 있고 승진과 인정의 기회가 주어지므로 더 높은 기술적 업적에 대한 동기부여(Motivation)가 주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한인수 교수는 논문에서 연구전문직제도의 운영상의 10가지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였다(‘연구전문직 운영상의 문제점’ 참조).


LG화학의 연구전문직제도 도입

LG화학은 국내에서는 선도적으로 연구전문직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한 바 있다.

연구 인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는 시기였던 1990년대에 연구위원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제품이나 기술 연구에 전념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연구전문가를 임원급으로 우대하고 육성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연구위원을 핵심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 및 기술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담당 연구조직이나 부문을 공식 대표하는 책임자인 연구관리직과 구분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일반적인 연구전문직제도의 취지와 같이 우수한 연구자를 연구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연구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경력 경로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최고의 연구 업적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연구 역량이 높은 연구원들에게 임원급에 준하는 처우를 제공함으로써 R&D 인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전문가로서의 성장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연구위원이 제품·기술 연구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직책을 맡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위원이 조직책임자가 되어 보직을 맡게 되고, 관리성 업무 비중의 증가로 연구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위축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연구성과가 우수하여 선임된 연구위원이 연구보다는 조직책임자를 맡게 되어 본래 설계된 경력 경로와는 달리 운영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전체 연구위원 중 60~70%의 인원이 연구과제를 연구하는 연구원이나 연구책임자가 아닌 연구소장 등 조직장을 맡아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연구소 임원 선임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연구원들에게 전문가로서의 비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제한적 효과를 거두었다.
 
1년에 1명 정도 선임되는 연구위원의 수가 너무 적고 임원인 연구위원이 되면 임원 신분으로 인한 조직 퇴직에 대한 불안감도 연구원 동기부여 효과에 제약을 가져왔다.
 
우수 연구원의 조기 퇴직은 Shepherd가 주장한 것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관리자가 될 때 오히려 훌륭한 과학자는 죽어 버리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많은 기업은 과학적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우수한 업적을 얻은 과학자를 관리자로 승진시켜 버리고 그렇게 되면 연구실은 과학자를 비과학자로 만드는 학교로 전락하고 만다는 그의 지적은 연구전문직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 유념해야 할 중요한 지적이다.
 
결국 1990년대에 도입한 LG화학의 연구위원제도는 연구성과자의 보상과 연구전문가로의 육성이 용이하지 않은 한계를 가지는 제도로 머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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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구위원제도 도입으로 연구전문직제도의 정착

LG화학은 그 동안의 문제를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이중전문직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새로운 연구위원제도를 검토하였다.
 
기존 연구위원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당시 R&D 인력관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슈들을 해결할 목적으로 신연구위원제도를 2008년에 도입하였다.

연구위원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당시의 LG화학 상황은 퇴직률이 증가하고 있었으며, 특히 퇴직자 중 박사 학위 소지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주된 퇴직 사유로 직무 안정성(Job security)이 제기되었다.

직무 안정성을 위해 대학이나 출연연구소 등으로의 이직이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 하면 연구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 육성할 것인가가 핵심 이슈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년간 연구위원제도 개선 프로젝트가 실시되었으며, 2008년 5월에 LG화학에 신연구위원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듬해인 2009년부터는 다른 LG 계열사에 도입이 확산되었다.

신연구위원제도에서의 연구위원 선임은 과거와 같이 탁월한 연구업적과 기술역량을 보유한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으나, 연구위원의 신분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연구소장과 같은 연구관리직 임원을 임명할 경우에는 연구위원이 아닌 일반 경영직 임원으로 선임하고, 연구관리직 임원은 경영직 임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고 퇴직 기준도 경영직 임원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연구위원제도에서 새롭게 정의된 연구위원은 임원이 아닌 직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임원급에 준하는 처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연구위원으로 승진하더라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으며, 연구 인센티브를 통해 임원에 준하는 보상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평가도 1년 단위가 아닌 3년 단위로 실시하도록 하였다.

이후 임원 신분으로 사장급까지의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수석연구위원제도가 보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를 통해 2000년대 중반 10여 명에 불과하던 연구위원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본인들의 경력상의 성장 경로로 연구위원을 희망하는 등 동기부여와 지속 육성 방안으로서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조직책임자가 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하더라도 충분한 보상과 경력 관리가 가능한 이중전문직제도의 본연의 목적이 실현되고 있다.


신연구위원제도에서의 연구위원의 역할

신연구위원제도에서 연구위원들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전문 분야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과제 책임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역할 이외에 기술적 리더로서의 역할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기술적 리더로서의 주요 역할은 첫째, 담당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 전문 지식 및 역량(Skill)을 갖추고, 이에 기반한 문제해결로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영층(Top management)의 기술적 의사결정을 위한 조언과 담당 연구 분야의 연구책임자(Project leader)와 연구원들의 기술적 해결 방안과 관련하여 자문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셋째, 담당 연구 분야에서 시장과 기술의 동향(Trend)를 파악하여 기술개발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이에 대한 제언을 하고, 넷째, 국내외 기술 전문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다섯째, 관련 분야 연구원들이 내부 또는 외부 협력이 필요할 경우 전문가를 소개하고 협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마지막으로 유관 과제 간 시너지 창출 및 연관 과제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일이다.
 
연구위원들은 이러한 기술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인식하고 관련 사내 기술 커뮤니티(Community)나 커미티(Committee)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

LG화학의 신연구위원제도는 ‘연구전문직 운영상의 문제점’에 언급된 연구전문직제도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고 있는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중경력제도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서두에서 강조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인력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구인력에 대한 관리와 육성 그리고 시대 상황과 조직 구성원의 인식과 요구 변화를 반영하여 LG화학은 앞으로도 연구위원제도뿐만 아니라 연구인력 육성·관리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 및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 참고문헌 >

· 한인수, (2001). 국내연구기관의 연구전문직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조건에 관한 연구. 인적자원개발연구, 3(1), 99–123

· George J. Sacco Jr. & William N. Knopka, (1983). Restructuring the Dual Ladder at Goodyear. Research Management, 26:4, 3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