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기술경영의 도입과 발전(3세대, 4세대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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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래 팀장
STEPI 미래전략팀


기술경영은 기술 자원을 효과적으로 획득 및 관리해 최고의 이윤으로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한국의 기술경영 발전역사는 서양에 비해 매우 짧지만 비교적 빠르게 개념 정립과 연구 고도화가 이루어졌다.

한국의 기술경영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자리잡는 날을 기대하며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을 진단하고자 한다.



서론

기술경영에 대한 정의는 국가, 기업, 대학 및 연구소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내려지고 있다.

특정 기술개발 과제의 선정, 수행관리, 결과 평가만을 의미하는 좁은 의미에서부터 R&D 과제 관리뿐만 아니라 대내외 환경과의 적합성, 조직 내 여타 부서와의 통합성 등 기술전략적 활동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기술경영은 기술 자원을 효과적으로 획득하고 관리해 최고의 이윤으로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기술을 기업성장의 핵심으로 보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이를 위하여, 기업들은 경영 전략들 중 연구개발 전략을 중심에 놓고 의사를 결정하고 그에 맞게 인력과 자원을 관리하는 경영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의 기술경영 개념 도입과 발전의 역사는 서양에 비하여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연구계가 중심이 되어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기술경영 개념의 정립과 관련 연구의 고도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술경영학과와 관련 대학원의 설립이 붐을 이룸으로써 기술경영 연구와 고급 인재 양성의 양적·질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학계에서의 이러한 활발한 노력이 오늘날 기술경영 개념과 인식을 연구계뿐만 아니라 산업 저변에까지 확대시키는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0여 년 즈음하는 한국의 기술경영의 역사를 고찰하고 그 속에서 현재 한국 기업들의 수준에 대하여 조망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태동과 발전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고, 최근까지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태동과 발전의 역사

기술경영 도입 및 발전 과정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도입 및 발전 과정은 기술개발 전략의 발전과정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경영 및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주로 설비투자 중심 및 선진 기술의 도입을 통한 모방이나 개량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기술이전 기피현상과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국제표준에 중점을 둔 자체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출범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한국형 첨단 기술의 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 국내 IT 산업의 발전과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기술집약형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개발 활동이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의 기술개발 전략은 수익위주의 강점 기술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장의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경쟁과 협력의 범위가 세계 시장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지식과 기술의 획득 및 활용에 있어 외부와의 협력을 위한 자체 혁신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성장원천을 발굴하기 위한 창조적 R&D가 요구되었다.

기업연구소의 발전과 제도적·정책적 지원

기술경영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R&D 투자 활동은 단연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주체는 민간 기업연구소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연구소 설립은 1978년 9월 매출액 300억 원 이상 제조업체에 대한 대통령의 연구소 설립 권장과 1979년 2월 민간연구소 설립추진협의회(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창립이 계기가 되었다.
 
1980년대 들어 정부가 기업연구소 인정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연구소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설립요건이 제정되면서 일정 수준의 R&D 요건을 갖춘 기업연구소 설립이 본격화되었다.

기업연구소 R&D 역량의 발전과정

한국의 기업연구소 R&D 역량 발전과정을 세대별로 4단계로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단계(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는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과 소화 및 개량,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주를 이룬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연구용 견본품에 대한 수입특례, 조세지원, 관세감면, 병역특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등 기술개발지원의 큰 틀이 마련되었다.

둘째, 2단계(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서 벗어나 기업이 개발한 제품이 선진국에 진출하는 등 기업의 기술혁신역량이 강화되고 기업연구소가 확산되었던 시기이다.

이때 자동차 분야에서 국산차의 미국 시장 진출, 반도체 분야에서 1M DRAM 개발 성공 등 중요한 기술적 성과들이 나타났다.

또한 상공부가 업종별 지원정책을 기능별 지원정책으로 전환하는 등, 정부가 기술개발을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삼으면서 기업연구소 설립이 크게 촉진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셋째, 3단계(1990년대 초반~1997년)는 민간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이 국가기술혁신체제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추월적인 기술개발을 수행했던 시기이다.

기업의 R&D 투자 또한 크게 증가하여 일부 기업의 R&D 투자액이 1조 원을 넘는 등 세계적인 기업 수준에 근접하였다.

또한 대기업마다 자체 종합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업연구소의 세계화가 촉진되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국으로 부상하였고, 최초로 국산 엔진이 개발되고 CDMA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쾌거를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넷째, 4단계(1998년 외환관리 체제~현재)는 일부 대기업들이 연구개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연구소로 도약하고 기술중심의 경영체제가 확립됨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으로 연구소가 대폭 확대된 시기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의 R&D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였고 기업연구소의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추진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조선, 디스플레이,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첨단제품 개발과 생산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였다.
 
또한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정책,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중소기업 연구소가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에 대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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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을 진단하는 방식은 관점과 조사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 기존 연구들에 대한 고찰과 종합을 통하여 기술경영 수준평가 프레임워크가 개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비전·전략-리더십-자원-프로젝트-성과관리-제도화 등 기술경영 핵심 프로세스의 항목별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표 1).

대규모 실증조사가 이루어졌던 사례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2000년대 중반에 시행한 기술경영 수준평가(2006)와 국내기업 기술경영 실태연구(2009)를 들 수 있다.

특히 2006년 기업연구소를 보유한 국내기업 420개사를 대상으로 전략-인프라-기술개발-사업화-리더십 관점에서 기술경영 수준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은 1~4세대의 발전단계 중에서 2.6세대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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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 1세대는 연구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없이 연구자에게 모든 활동을 일임하고 막연하게 성과를 기대하는 단계이다.

2세대는 연구개발 관리를 통한 목표달성을 추구함으로써 기업의 단기적인 사업니즈를 충족시키게 된다.
 
3세대는 전사적인 차원의 전략적 연구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4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주력 제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신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이다(표 2).

한국 기업들의 경우 투자 상위 20대 기업은 3.3세대로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일류 기업들의 경우 4세대 기술경영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는 3.5~4세대로 해외 선도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대기업은 평균 2.8세대였으며 중소기업은 2.6세대였다. 일부 중소기업은 3~3.5세대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기술경영 수준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화학섬유 분야가 2.7세대, 기계소재 분야가 2.6세대, 정보통신, 서비스업, 건설업 분야가 2.5세대로 제조업 분야가 다소 높았다.
 
정보통신 분야가 낮게 나타난 것은 기술연구소 설립 기간이 비교적 짧은 벤처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2009년에 시행된 기술경영 실태연구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인프라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며, 기술사업화 성공률 역시 7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를 통해 기술경영을 기술전략, 기술인프라, 기술개발, 기술사업화의 4가지 요소로 구분했을 때 전반적으로 기술전략 영역의 수준이 다른 영역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이 기획력에 있어서 우수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긍정적인 모습이라 진단할 수 있다.

다만 2016년 및 2018년에 수행된 조사결과를 보았을 때, 기업 간 규모에 따른 혁신역량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R&D 역량 약화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자원 활용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개방형 혁신활동에 비해 여전히 자체적 역량에 집중하는 기술개발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 등 기술혁신 활동의 개방성이 취약한 구조가 지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여전히 자체 기술개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인 연구인력 등의 활용비율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낮게 나타나 외부자원 활용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및 제언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역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최근 조사 결과를 종합했을 때, 현재 한국 기업들은 기술경영에 있어 다음의 특징들을 가진다.

첫째, 한국 기업들의 기술경영 수준 격차가 심화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20대 대기업 그룹 중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은 이미 외부 파트너들과의 초국가적·초산업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급격한 외부환경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4세대 R&D 및 와해적 혁신을 달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반면 이외의 기업들은 기술경영 세대의 발전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되는 움직임을 보인다.

둘째, 기술경영 프로세스상에서 보았을 때 특정 영역에 편중되지 않은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 기술경영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기획 및 전략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략경영 기능의 강화를 통한 R&D 성과의 사업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오늘날 한국이 달성한 높은 수준의 기술경영 궤도는 기술개발 역사와 기업연구소 역사를 고찰해 보았을 때, 대기업 및 정부가 주도하여 달성해 낸 쾌거이다.

이러한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역량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의 역량강화가 필수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기업규모를 막론하고 3세대 및 4세대 기술경영 수준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개발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외부적으로 활발한 파트너십과 협력이 필요한데, 자사가 보유한 전략적·기술적 자원 및 역량과 현재 시장에서의 위상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파트너 대상 기업과의 협력이 과연 실효성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나의 부족한 자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상인가?”(기술적·전략적 보완성)와 “나와 수준이 비슷한 대상인가?”(기술적·전략적 위상차)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파트너십의 형태와 전략이 다르게 구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평소에 자사가 속한 시장에 대한 조사기능을 지속해서 가동해야 한다.

또한, 자사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조직 정밀 진단 체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R&D 투자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실천적 기술경영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R&D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요지향의 R&D 투자가 철저하게 실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R&D 투자 효율성은 동일한 비용 투자로 큰 기술사업화 성과를 거두는 데서 달성될 수 있다.

최근의 R&D 환경 역시 고객과 함께하는 제4세대 R&D로서 고객참여형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지식경영-기술경영-혁신경영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했을 때, 기업들은 기술 수요자인 고객 기업, 소비자, 정부 등의 주체들에 대한 소통의 채널을 마련하여 R&D 투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기술경영은 이제 주류경영학에서도 핵심 연구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경영이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로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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