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한국 산업 기술혁신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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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우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첨단신기술 기반의 벤처기업도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직관리 및 경영관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야만 한다.
 
모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 및 경영관리상의 문제들에 당면하는 것을 조직성장통이라 한다.

이 글에서는 조직성장통을 극복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벤처기업 (주)휴맥스를 소개한다.



(주)휴맥스(이하 휴맥스)는 변대규 사장과 6명의 창업 멤버들에 의해 1989년 (주)건인시스템으로 창업되어, 1998년 1월 휴맥스로 사명을 바꿨다.

휴맥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 1세대 기업이며, 2012년 매출액 1조원을 넘긴 대한민국의 유일한 독립 벤처기업이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휴맥스는 눈부신 성공신화의 역사를 써 왔다.

독자 창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 매출 1조 원을 올린 대한민국의 벤처기업은 1980년 이후 휴맥스가 유일하다.


세계 최초 또는 선도적인 첨단기술 기반의 사업아이템을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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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셋톱박스를 주력 제품으로 개발하기 이전의 휴맥스는 노래방기기를 제작해 주로 국내 노래방 시장에 공급하던 내수 위주의 벤처기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디지털셋톱박스를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게 된 것이 휴맥스에게는 일대 전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

휴맥스는 1996년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 셋톱박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97년 제1세대 디지털셋톱박스를 유럽에 판매한 이래 다양한 제품과 뛰어난 안정성 등 우수한 품질로 유럽 일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휴맥스는 일본, 중동,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각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디지털셋톱박스는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하여 아날로그 TV에서도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변환장치이다.

디지털셋톱박스는 위성방송 사업자의 발주를 받아 개발하여 납품하는 방식과 일반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디지털셋톱박스를 구매하여 장착하는 소비시장 공급방식이 있는데, 산업의 특성상 위성방송 사업자의 발주를 받아 제품개발하여 납품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디지털셋톱박스 생산 및 공급을 위한 휴맥스의 전체 프로젝트 수행 프로세스는 기획 및 수주, 개발(시제품개발-품질관리 반복), 자재구매, 생산제조, 납품, A/S(After Service)로 구성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품질관리부서가 디지털셋톱박스 개발단계에서부터 생산제조, A/S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휴맥스혁신실이 설명하는 디지털셋톱박스 생산과정은 다음과 같다.

“휴맥스의 디지털셋톱박스 생산과정은 고객사(방송사업자)와 납품계약을 맺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방송수신 환경이 지역마다 다르고 사업자마다 요구사항도 제각각이어서 대부분 계약건별로 새로운 개발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때 개발 쪽에서 방송수신 환경이나 요구사항들을 사전 검토하여 개발범위를 협의하죠. 이렇게 하여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수주 이후 개발부서에서 1차 시제품을 만들어 품질부서에서 이를 검토하고 의견을 내면 개발부서는 이를 반영해 2차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착수합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여 품질부서에서 최종 OK를 하면 생산부서에서 생산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품질검사를 거쳐 납품을 합니다. 납품된 셋톱박스가 오작동을 하게 되면 우리 개발자들이 고객사로 가서 A/S를 해 줍니다.”(강소기업 성장통을 넘다, 이용훈·휴맥스혁신실, 2013)


Born Global Strategy와 현지 고객 니즈 충족 지향의 사업부제 운영

휴맥스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Born Global Stra-tegy'로 애초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 것을 들 수 있다.

디지털셋톱박스를 주력 제품으로 전환한 이후 휴맥스는 방송환경과 규제가 유럽, 중동, 미주 등 각 지역별로 다르고 제품에 대한 요구도 제각각인 것을 고려하여 해외 지역별 사업부 조직을 설계해 해당 지역 시장별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휴맥스는 1996년 셋톱박스 해외 수출 이후 2001년까지 매출액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눈부신 시장매출 성장과 함께 높은 이익 실현으로 조직분위기는 크게 고조되어 있었다. 이익이 높아서 웬만한 비용발생은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다.

디지털셋톱박스의 본격적인 출시와 더불어 해외 판매망 구축에 힘써 왔던 휴맥스는 1997년 4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1997년 영국 현지법인, 1999년 12월 두바이 현지법인, 2000년 프랑크푸르트 독일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미국, 일본 그리고 인도, 이태리 현지법인을 구축해 나갔다.

유럽 각국, 북아프리카, 러시아, 동남아, 호주까지 현지판매망을 확대함으로써 범세계적인 사업조직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지역별 사업부제 조직’ 형태가 자리잡았다. 거래처가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공적인 성장이라는 달콤함에 취하면 관리효율이 무너지는 것이 안 보인다

성장하는 벤처의 경우 매출의 급증으로 손실의 위험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에 취해,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무시하는 것이다.

많은 벤처의 실패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휴맥스의 경우는 매출 3,000억 원 무렵부터 이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기존의 성장요인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는 것이다.

2001년 휴맥스에서는 초대형 디지털셋톱박스 수주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개발 및 생산, 납품 과정이 예전과 달리 순조롭지 않았다.
 
휴맥스의 매출액은 2001년부터 2004년 동안 3,000억 원대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고,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2004년에 변대규 사장은 휴맥스의 운영관리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었다.


종래 성공적이었던 방식도 시장변화와 함께 비효율의 주범으로 변한다!

디지털TV 시장이 성숙기로 들어서면서 기술이 보편화되었고, 지역에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과 사양의 제품을 원하기 시작하면서 해외 지역별 니즈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외 사업부마다 제품을 개발하는데 고민하는 문제도 비슷해져 갔다.

사업부제 하에서 개발자들은 각 사업부마다 배속되어 사업부 단위로 서로 독립적으로 일을 했다.
 
이로인해 거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업부간 보이지 않는 장벽이 형성되어 있었다. 시간과 자원의 낭비는 물론 중복기능도 많았다.

8층에 소재한 유럽지역 사업부에서 헤매는 내용과 똑같은 문제를 9층에 소재한 중동지역 사업부에서도 헤매고 있었다.

9층에서 해결한 문제를 8층은 아직 해결하지 못해 밤새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서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각 사업부 프로젝트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에 발생한 버그 문제를 어떤 부서에서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부에서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디버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서간 사일로(Silo)현상01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낭비적인 요소가 산재했고 비효율이 팽배했다.

휴맥스는 ‘맞춤형 개발’을 무기로 수주를 추진하는 사업 방식으로 인해 개발팀에 업무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초기에는 유저가 원하는 소스코드를 개발하여 공급하는 방식이 수주 확대에 큰 도움이 되었으나, 일정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개발부서가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개발 마지막 단계의 품질관리는 허술했고, 개발상 오류는 AS를 통해서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AS의 부담도 점점 가중되어 갔다.

실제 계획된 일정보다 70%이상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 때문에 개발자들이 장기출장을 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또한 초기에 뛰어난 개발자 중심으로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개발자들이 만든 소프트웨어 소스는 공유되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개발자 본인이 해결해야 했고, 이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일로 이어졌다.


조직 성장단계별로 적합한 경영관리시스템으로 변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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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고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모델로 Greiner의 조직성장단계 모형을 들 수 있다.

1972년에 제시된 Greiner의 조직성장단계 모형은 조직을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 조정기, 변화혁신기의 5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한 모형이다.
 
조직성장단계 모형에 비추어 볼 때, 2000년~2005년 사이의 휴맥스는 운영효율성 확보와 시장확대를 경영의 초점으로 두는 단계에 있다.

특히 창업 및 고속성장단계를 지나 매출액이 크게 오르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급락하는 이른바 고원정체기(Plateau stage)의 경영위기상태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기업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영방식은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역량으로 경영관리가 감당되지 않기 시작하는 조직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Greiner는 이를 ‘리더십의 위기이슈(창업자의 위험)’라고 하였다. 휴맥스도 2000년~2005년 사이에 이 시기의 증상이 지속되었다.

휴맥스가 2000년~2005년 사이에 겪고 있는 조직 증상들은 Greiner의 관점에 의해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다.

휴맥스의 경우 변대규 사장에게 경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점차 가시성이 떨어지고 각 종 비효율성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휴맥스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혁신실을 설치하고, 업무방식의 체계적인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착수한 것이다.
 
혁신실은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전체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형화하였다.

또한 엔지니어 각자의 역량과 방식에 맡겨두었던 개발 방식을 공통된 프로세스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였다.

스타트업 시기의 벤처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기술력과 기업가의 리더십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조직규모가 커져가면서 경영관리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진다.

공학적 첨단 기술보다 관리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경영기술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휴맥스는 도전정신을 무기삼던 초기 벤처기업에서 탈바꿈하여 과학적인 경영과 첨단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대기업으로 변신 할 수 있었다. 이 점을 휴맥스의 사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01 원통형 곡물창고인 사일로(Silo)를 잘라보면 내부에도 격벽이 쳐져 있는데 이를 빗대어 기업에서 부서 간 협조가 원활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일만 하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이다.

< 참고문헌 >

· 이춘우·이용훈 (2015)고속성장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직경영관리상의 문제증상들: (주)휴맥스 디지털셋톱박스 수주-개발-생산 운영관리 사례, 중소기업연구 , 제37권 제4호(2015년 12월), 301~323.

· 이용훈·휴맥스 혁신실 저(2013) 강소기업 성장통을 넘다: 휴맥스 운영혁신 스토리 , 리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