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주) 허병석 기술연구소 소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공동 작성_ 변남석 교수(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요즘 방송계는 먹방, 쿡방이 인기다. 먹방을 보다보면 ‘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특히 연예인이 출연하면 해당되는 식품과 가게는 모두 대박 날 정도다.
방송만이 아니라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먹는지, 맛이 어떤지, 사진을 찍어올리고 품평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시대 수많은 사람이 마치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
바야흐로 영양과 정보의 과잉시대. 과연 ‘음식과 맛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있는 샘표식품(주)(이하 샘표식품) 기술연구소로 향했다.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아래 R&D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샘표식품 연구개발의 사령탑, 허병석 연구소장을 만났다.
연두, 샘표식품의 잠재력을 깨우다
▲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에 위치한 바스크컬 리너리 센터가 ‘발효’를 주제로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 한국 발효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2016년).
“연두해요~ 연두해요~”
방송이나 대형마트 매장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 노래는 샘표식품이 만든 액상조미료 ‘연두’의 CM송(광고용 노래)이다.
올해로 73돌을 맞은 국내 대표 장수 식품기업인 샘표는 지난 2010년 ‘연두’를 처음 출시했으며, 2012년 5월 리뉴얼 출시 이후 3년 만에 1,000만 병을 판매하며 히트시켰다. 이는 식품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맛을 내는 제품 가운데 이렇게 치고 나가는 것은 ‘연두’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요리를 할 때 조미료나 소스 등 자신에게 익숙한 제품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극복했다는 점에서 연두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연두는 우리 맛의 핵심인 콩 발효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 순식물성 요리에센스다.
샘표만의 70년 발효기술로 미생물을 이용해 전통 한식 간장이 갖고 있는 깊은 맛은 더하고, 특유의 향과 색 등은 세계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졌다.
현재 연두는 미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중국 등 세계 30여 개국에 판매중인데, 특히 동물성 성분과 합성첨가물 없이 식물성 재료만으로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낸다는 점에서 유럽 및 미국 현지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연두가 이처럼 큰 성과를 이뤄낸 비결은 간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건강한 맛내기가 가능한 새로운 제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보통 ‘간장’ 하면 ‘정성’이나 ‘전통’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간장을 만드는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두는 발효기술을 토대로 만든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세계 최초의 100% 콩 발효액입니다. 그러다 보니 출시 당시 제품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요리 에센스라고 하니까 화장품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았고요. 신제품 발표회장에서는 그냥 마시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콩으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두유 정도로 생각했던 거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품을 제대로 알릴 방법을 찾아본 끝에, 세계 유일의 요리과학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에 의뢰해서 평가를 받아보기로 했다.
“보통 맛 평가를 하면 ‘맛있다’ ‘맛없다’ 정도로 구분하다 보니, 저희도 그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런데 전혀 의외의 평가가 나왔어요. ‘이건 매직(Magic)이다. 지금까지 이런 것은 없었다. 식물성 재료만으로 재료의 맛이 살아나고 셰프의 능력이 살아나는게 실로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개발의 주체인 자신들조차 기존의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요리에센스 연두야말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간장으로 만든 것이냐 콩으로 만든 것이냐가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 즉, 고객이 기대하는 잠재가치를 들여다보자. 그러면 제품을 설명하기도 쉽고, 매출도 기대할 수 있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대는 적중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열린 ‘2018 애너하임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연두는 890여 개 후보 제품을 제치고 ‘차세대 혁신 제품상’을 수상했으며, 3년여의 준비 기간 끝에 지난해 여름 뉴욕 맨해튼에 연두의 브랜드 가치를 전파하는 참여형 공간 ‘연두 스튜디오’를 열었다.
세계 식품 트렌드의 시작점인 뉴욕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단순 제조사가 아닌 글로벌 R&D기업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
▲ 허병석 연구소장이 익산 식품클러스터 소스산업화센터에서 진행한 ‘2018 소스산업화센터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샘표식품은 1946년 창립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기업이다.
‘우리의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을 갖고 단순 식품 제조기업이 아니라 식품 R&D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연두’ 개발과 성공을 계기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5개 더 만들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R&D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간장 제조회사로 출발한 샘표는 ‘간장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지만,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식품업계 평균 연구개발비가 1% 미만인 데 비해, 샘표는 매년 매출의 4~5%를 지출하고 있다.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160여 명의 연구원들이 발효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충북 오송에 국내 최대 규모 발효전문연구소인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해 주목을 받았다.
샘표식품연구소는 ‘우리발효연구중심’과 ‘우리맛연구중심’의 두 개 파트로 구성되어 발효를 근간으로 하는 기술과 맛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 및 물질 연구조직으로 발효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콩을 기반으로 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연구와 양념, 채소, 곡물을 이용해서 아미노산, 펩타이드의 기능을 더해주는 기술을 다루고 있다.
우리맛연구중심은 국내 최초로 과학자, 영양학자, 셰프로 구성되어 우리 맛에 대한 정체성과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기술개발 조직이 제품과 맛 연구를 하려면 고객과 마케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개발 조직과 제품개발 조직을 분리하였습니다. 조직은 나뉘어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그에 맞는 R&D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허병석 소장은 R&D 조직 구성과 동시에 R&D 프로세스 혁신에 대해 계속 강조했다.
“샘표 R&D의 핵심은 발효기술로 프로세스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세스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처음 프로세스 혁신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식품회사라서 다들 안된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러던 중 기술경영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카이스트 교수님이 식품은 프로세스 혁신이 더 쉽다고 격려해 주셨어요. 실제로 해보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저분자 아미노산·펩타이드를 높게 함유한 콩 발효물 제품화 기술을 통해 다양한 맛과 향을 생성하는 미생물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음식의 맛과 영양을 배가시키는 핵심 미생물, 지펩타이드(G-peptide)를 다량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개발해 높이 평가받았다.
“일본에서 박사과정으로 미생물 발효를 공부할 당시 발효를 생물 공정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이 정립되고 있었는데, 연구를 전체적으로 넓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세밀하게 좁혀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발효 연구 역시 분야를 세밀하게 나누고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그 전에는 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펩타이드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장을 잘 만드는 미생물을 만들고, 미생물을 잘 만드는 공정에 집중하니 좋은 효과가 나옵니다.”
프로세스 혁신, 핵심은 ‘모듈화’
허병석 소장은 샘표만의 세분화된 기술개발을 모듈개발이라 부른다.
반도체가 전자제품의 모듈인 것처럼, 식품에 있어서 맛을 만드는 모듈 개발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맛의 모듈화, R&D의 모듈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효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인데, 샘표는 기존의 간장 맛의 기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연구를 넘어서 수백여 종의 미생물을 이용해 제품의 맛·향·색 등을 조절하는 발효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 조직과 제품개발 조직이 나뉘어 있는 R&D 구조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모듈을 제품으로 연결하는 프로세스 관리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안에 70년의 역사가 들어 있다’라는 말로 전달했다면, 지금은 ‘이 안에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들어 있고, 무슨 맛과 향이 나며,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듈 개발자와 제품 개발자 간에 충분한 대화와 이해를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고 마케팅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고객의 언어로 가치를 표현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셰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맛 표현으로는 제품의 가치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셰프가 제품설계 단계, 평가 단계, 마케팅·홍보 단계에 참여하는 식의 새로운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프로세스 혁신과 더불어 고객가치 중심의 연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3년 5월 식품업계 최초로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어 수행한 과제인 김치소스를 개발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김치소스’ 개발을 목표로 잡고 연두 개발에 도움을 받은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전혀 의외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외국인 중 몇 사람이나 김치를 담가 먹겠는가, 설사 그렇더라도 1년에 몇 번이나 김치를 담그기 위해 김치소스를 사겠느냐’는 것이었어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가진 김치소스를 만들어 냈다.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김치소스를 이용해 요리를 진행했더니 대부분의 요리에 간이 맞춰지고, 맛이 더해지더라는 것이었어요. 결국 김치를 만드는 소스가 아니라 요리에 넣으면 신선해지고, 자연 그대로의 맛이 나오는 김치소스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목표가 바뀐 만큼 프로세스도 재구성해야 했다. 보통 무언가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면 수고와 괴로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샘표는 이미 ‘연두’를 통해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모듈 개발에 집중했다.
“상황과 목표에 맞춰 수단과 방법을 유연하게 바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릿속 생각만이 아니라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합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연결되는 목표지향 프로세스가 중요합니다. 이것이 R&D의 핵심이고, 기술경영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샘표식품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이러한 R&D 혁신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아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우수기술연구소로 선정되어 식품제조 분야에서 다양한 발효 핵심 기술 확보와 차별화 제품의 사업화를 높이 평가받았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키워 세계 1위에 도전한다
허병석 소장의 명함에는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지 않다. 샘표식품 연구소에서는 직급이 다 같은 ‘연구원’이다.
그렇지만 그 어느 조직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조직이라고 자부한다.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것으로, 특히 발효식품 분야는 기초기술·원천 기술을 다루는 만큼 미생물을 완전히 이해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샘표에서는 연구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을 세분화해서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분석을 잘하면 분석을 계속하게 하고, 미생물 연구를 잘하면 미생물을 깊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또한 연구원 스스로 미래설계에 맞춰 일을 정하고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기 위한 자기개발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연구소장과 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며 맞춤형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는 팀장이 맡는 게 일반적인데 저희는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이 리더가 되고, 팀장은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전문가가 필요하면 직접 채용도 하고, 기술을 아웃소싱하기도 하며, 연구소 맞춤형 교육도 실시합니다.”
‘세계 1위를 꿈꾸고 부족한 것은 꾸준히 배운다’는 자세를 강조하는 가운데 ‘창의력’ 또한 필수 역량으로 꼽았다.
“창의력은 굉장히 중요한 역량이지만 가장 육성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샘표는 문제의 본질을 알아서 처방하는 고도의 혁신운동인 6시그마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연구원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어떤 효과를 주는지’, 질문하고 또 질문해서 연구원들이 항상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직관이 아닌 재무적인 관점에서 통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프로세스에 입각한 과제수행을 통해 창의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팀워크가 좋아지고 놀라운 성과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연구원들의 생각이 없으면 언제나 사장의 생각, 연구소장의 생각, 팀장의 생각만 하게 됩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습니다.”
바로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조급하거나 초조해 하지않고 기꺼이 기다릴 것이며,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창의적인 문화가 조성되면 엄청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두 번의 입사와 19년 기술경영의 길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찍이 세계가 고민하는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허병석 소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후, 일본 나고야대에서 미생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01년 샘표에서 두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입사 8개월 만에 샘표를 떠났다가 2007년 다시 샘표로 돌아왔다.
“심도 있는 김치 발효연구를 위해 샘표를 떠날 당시, 고(故) 박승복 회장님께 ‘공부를 좀 더 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후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 다시 올 거냐?’고 물으셨죠. 그렇게 6년이 지나 재입사하니 ‘잘 왔다. 앞으로는 나가지 말라’고 하실 만큼 항상 아들처럼 대해 주셨어요.”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 연구를 시작으로 김치와 술 등 발효 미생물 식품연구를 모두 섭렵한 그는 전 직장을 포함해서 연구소장만 19년째 하고 있다.
발효, 미생물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깊게 연구한 그는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연구자로서 꿈과 역량을 펼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은 제품 개발에만 관심을 갖고, 발효과학의 처음과 끝만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세밀한 프로세스나 공정 얘기는 하지 않는다.
반면 샘표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신뢰해 주는 경영진 덕분에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실제로 허병석 소장은 샘표식품 리서치 총괄에서 기술연구소장으로 승진한 이듬해인 2009년 전통발효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과학과 기술 연구만이 아니라 재무적인 관점의 이해가 접목된 기술경영을 통해 단순한 제조회사가 아니라 식품 R&D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식품연구소의 연구소장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면, 이제는 재무적 관점까지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인 시대입니다. 일찍이 기술경영을 연구에 접할 수 있었던 저는 제가 밟아온 길로 후배들을 안내해 미래의 인재로 키우고 싶습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 만들기
샘표는 70년 이상 축적해온 발효 기술을 토대로 소스, 차, 간식, 건강 음료뿐 아니라 각종 신소재, 화장품, 주류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아직 ‘연두’만큼은 아니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꾸준히 새로운 모듈 기술을 만들며 연구소의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허병석 연구소장은 수십 년간 식품업계에 몸담아온 전문가로서 건강한 음식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공식품과 유전자조작식품 같은 식품 안전성 문제가 심각한데요. 그것을 극복하려면 채소와 집밥 중심의 식생활을 권장합니다. 채소는 물론 고기를 먹더라도 가능한 신선한 것을 먹는 것이 좋은데요. 되도록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푸드를 권장합니다.”
나트륨 과다섭취 문제를 줄이고 싶으면 요리를 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서 재료를 정하고 재료 내에 들어 있는 소금을 고려해서 요리하면 간이 제대로 나온다고 조언한다.
“세밀하게 양을 계획하고 저울로 측정해서 요리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건강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연두’같은 천연조미료를 잘 활용하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의 전통식품과 음식을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인의 입맛이나 식문화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식문화의 핵심을 가져가되 그 지역의 것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용가치를 만드는 것이 샘표가 추구하는 우리 맛의 세계화입니다.”
간장을 전통 식품으로 이해하지 말고 세계로 진출할 소재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장을 만드는 회사를 벗어나 음식을 문화로 만들어 가는 샘표의 도전, 그 빛나는 여정에 언제나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