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엠티 이주환 대표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해양 안전에 대한 집념, 한국의 눈으로 세계를 보다
작성_ 유지영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 팀장(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정책기획팀)
'지엠티를 통해 세계를 본다! See the world by the GMT!'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주)지엠티(GMT, 이하 지엠티)의 정문을 장식하는 문구다.
입구 한편에 흰색의 작은 활자로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지엠티의 비전과 목표가 이 짧은 문장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엠티는 해상관제 및 항해 통신 관련 솔루션 분야 전문기업이다.
항해용 단말기와 통신장비 제조는 물론, 국내외 위치 관제 솔루션과 운송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 및 IT 컨설팅, 국제선박 위치 서비스의 대행까지 해양안전과 관련된 관제, 통신, 항해 전 분야에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2년 설립 이후 16년만에 해상관제 분야 국내 1등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지엠티의 이주환 대표를 만나, 그가 가진 비전과 포부를 들었다.
IT 중소기업에 인생을 건 사나이
이주환 대표의 이력은 남다르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나 그가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소프트웨어(SW) 분야이다.
1992년 삼성전자 SW공모전에 입상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인 SSM 정회원 1기로 출발한 것이 약력의 시작이다.
전공인 전자공학이 아닌 정보통신 분야를 택하게 된 것은 ‘돈’ 없이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전자공학은 일단 재료비가 많이 들어요. 비싼 장비도 필요하지요. 자본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연구할 수 없어요. 하지만 SW는 내 머리와 컴퓨터만 있으면 됩니다. 스스로 노력하면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20대에 스스로 SW를 택했고, 이후 SW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심지어 군에서도 워게임(War game) 개발자로 복무할 정도였다.
곧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체계화된 대기업 조직문화는 그에게 잘 맞는 옷이 아니었다.
뼛속까지 SW 기술자인 그로서는 주어진 업무만 처리해야 하는 경직된 회사생활이 부담스러웠다.
“천성이 그래요. 다른 사람의 관리나 지시가 있으면 일을 못하는 타입이에요. 목표가 주어지고 내 방식대로 일하면 누구보다 열심히, 더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그럴 거예요. 본인이 세운 목표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진할 때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어쩌면 삶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조건일지도 모릅니다.”
자유롭게 연구개발을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대표는 스스로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을 선택했다.
중소기업이야말로 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자,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당시 이직의 선택 덕분에 짜릿한 성공의 경험을 얻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1998년 자리를 옮긴 더존디지털웨어(현 더존비즈온)에서 그는 회계 관리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관리시스템) 개발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고, 이를 통해 상장(上場)의 기쁨을 맛보았다.
2000년에는 애플의 음성인식 엔진 공급으로 유명한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 한국법인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한국형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의 상장에도 기여했다.
짧은 기간동안 두 번의 상장을 모두 성공시키는 흔치 않은 경험을 쌓은 것이다.
이 경험은 그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기업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자질인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세울 수 있었다.
자신만만한, 그러나 아슬아슬했던 출발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에게도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2년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자동식별시스템)01 납품을 수주하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무작정 수주부터 한 것이다.
사실 이 대표 입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전이었으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6개월 남짓이었는데, AIS에 필수적인 통신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6개월 만에 6대의 장비를 납품해야 하는 빠듯한 상황이었다.
결국 통신과 관련된 부분은 아웃소싱하기로 하고,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의 기업을 설득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웨덴 기업과 계약서를 체결할 때까지는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는 듯 했다. 기술도 완벽했고 한국 기업이 하듯 작업하면 납기일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또한 번 고비가 찾아왔다. 한국과 스웨덴의 노동환경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한국보다 납품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납기일이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스웨덴 협력사에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슬슬 제품 선적과 관련한 의논이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의아해 하며 현장 확인 차 스웨덴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마감일이 코앞인데 일이 줄줄이 밀려 있더라고요. 상당수의 직원은 연말이라고 휴가를 갔고, 그나마 남아있는 직원들은 칼퇴근하는 상황이었어요.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지요.”
야근에 밤샘 근무를 해야 겨우 납기일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협력사는 느긋하기만 했다.
애가 탄 이 대표가 하소연을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스웨덴의 근로 기준은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노동법을 어기는 경우 업체는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폐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법은 죽기 살기로 하소연하고 설득하는 것뿐이었다.
“고개를 흔드는 협력업체에 애걸복걸했습니다. 해결 못하면 집에 가지 않겠다고 협박도 했지요. 현장상황을 점검하러 갔던 저와 저희 직원이 같이 밤샘으로 고군분투하면서 협력을 끌어낼 수 있었어요.”
겨우 납기에 맞춰 2개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해서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이번에는 보안 검색이 문제였다.
911테러의 여파로 보안 검색이 강화되어,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통신장비라며 항공기 반입을 거부한 것이다. 급기야 담당 직원이 공항보안대에 억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인데 공항 당국은 설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협력 업체를 통해 스웨덴 정부에 사정을 설명하고 나서야, 겨우 항공기 탑승을 허락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6대를 모두 만들어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납기일을 딱 하루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렇게 개발한 6대의 AIS는 전국 3곳의 관제시설 구축에 활용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해상관제 시스템의 시작이자, 지엠티의 아슬아슬한 출발이었다.
현장에서 길을 찾고 답을 얻어라
6대의 AIS 시스템 납품과 3곳의 관제 시스템 구축으로 시작한 지엠티는 전국 7만 5천 척 선박의 운항 정보 및 안전보안을 위한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AIS를 시작으로 VMS(Vessel Monitoring System, 선박감시시스템)02, VTS(Vessel Traffic System, 해상교통관제시스템)03, 소형선박의 자동 입출항관리를 위한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04, GMDSS(Global Maritime Distress & Safety System, 전세계해상조난안전시스템)05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거래처도 해양경찰청, 청와대, 관세청, 국가정보원, 항만공사 등 200곳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단시간에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현장 중심, 데이터 축적에 성공 비결이 있다.
지엠티는 다른 회사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역량과 재능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장 중심 경영의 핵심요소라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IT 기술은 적용하면 아주 획기적인 방법으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IT 전문가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척척 알아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프로그래머가 어선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기존에 사용하던 어선 위치 발신 장치에 오류가 많았던 것도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AIS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어선에 부착된 발신 장치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현장을 모르면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분명한 전제를 다시금 확인했다.
현장에서 들은 의견과 데이터를 축적하여 신제품 개발에 바로바로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그 결과 2014년 어선 위치 발신 장치인 V-Pass를 개발했고, 전국 6만 5천 척 어선의 95%에 보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엠티가 이토록 빠르게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수요자의 의견과 사용자의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여 제품에 적용한 덕분이다.
해상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견고성이 매우 중요하다. 연간 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구축하여 2014년에 2만 5,000대를 공급했다.
열악한 해상환경에서 잔고장이 없는 기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시장점유율을 높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시장의 의견을 확인하고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지엠티에는 실제 선박을 운항한 경험이 있는 항해사, 선박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관사 출신 엔지니어, 해양업무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현장과 소통하면서 발굴한 아이디어를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루는 SW 엔지니어,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솔루션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해양안전 분야에서 융합과 디지털화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
또한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어줄 대형 상선용 종합통신시스템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2013년 V-pass 사업에 뛰어들면서 대형 상선용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상선은 거대한 도시와 같아서 다양한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연동되지 않아서 불편이 크다는 의견을 들었거든요. 망망대해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데이터와 음성과 영상정보를 한 번에 전달하고 확인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대형 상선은 무전기, 위성통신, CCTV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데, 이 통신망이 통합되지 않아 큰 불편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갑판에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자.
조타실에서 이 비상상황을 확인하려면 음성, 영상, 데이터를 각각 다른 기기로 확인해야 한다.
어떤 원인으로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당연히 시간이 소요되고, 심지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침실에 있는 선원이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전달 받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고에 대한 초기대응이 늦어지는 이유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 불편함을 당연한 일로 느끼겠지만, IT 전문가라면 상황이 다르다.
각기 다른 통신망을 그대로 두고도 이를 통합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문제가 확인됐으면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바로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바로 지엠티의 방식이다. 10여년 간의 경험과 연구 끝에 2018년 선박의 통신 시스템들을 하나로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현장의 요구로 개발된 기술은 언젠가는 시장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설명을 하던 이 대표가 서류 더미에서 한 장의 카탈로그를 꺼냈다. 한 대기업의 로고가 선명한 영문 카탈로그였다.
“5년간 대형 상선의 통합통신망을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기업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통합통신시스템을 연구하려고 하는데, 지엠티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개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조선 기술을 자랑하지만 선박의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높지 않다.
중국 등의 저가 공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IT 관련 R&D가 활발하게 추진되는 추세다. 지엠티의 한발 앞선 준비가 새로 열리는 시장에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서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대형 상선용 통신통합시스템을 세계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파트너로 글로벌 지명도가 낮은 지엠티가 세계적인 대기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기업으로서는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하는 협력인 셈이다.
대기업과 인연이 닿으니 다양한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러브콜이 왔다. 상장을 하라는 제안이었다.
“싱가포르의 제안은 생각지도 못한 성과였어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대기업에 납품한다는 것만으로도 지엠티의 가치가 2~3배 높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 같은 작은 기업으로서는 대기업과의 협력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라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예상보다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가 빨리 찾아왔지만, 애초에 이주환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겨냥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지엠티라는 사명도 'Global Maritime·Mobile Technology'의 줄임말이다.
해상 안전보안을 위한 기술 및 솔루션을 제공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자는 원대한 포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선박에서 벗어나 육상과 항공까지도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Maritime을 Mobile과 병기한 것도, 해상에서 시작했지만 육해공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었기에 국제 표준 동향 정보에도 민감하다.
표준경쟁에서 뒤처지면 세계시장과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다.
2006년 TTA(Telecommunications Technology Association,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2012년 IALA(International Association of Lighthouse Authorities, 국제항로표식협회) 표준화 전문위원으로 참여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해운과 해양안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표준과 관계있다.
2002년 AIS를 개발할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해양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제 표준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기준이 생기면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업이 발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해양관제 또한 일찌감치 시작하여 기술적 축적이 빨랐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확보가 가능할 수 있었다.
실제 해양수산부의 GICOMS(General Information Center On Maritime Safety & Security,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는 선박의 승선, 목적지, 화물, 선박구조 등 항해중인 선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담고 있으며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 선박 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외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자산관리의 일환으로 선박 위치 추적 등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작게나마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어요. 바로 이 점에 주목했어요. SW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애당초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기에 좁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이 대표의 설명에도 프로그래머가 해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여전히 아리송했다.
회계프로그램과 음성인식을 개발하던 기술자가 갑자기 해양안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이 질문에 이 대표는 ‘책’이라고 답했다.
신기술, 시장의 트렌드가 어떻게 흐르고 있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자율과 MBO, 그리고 독서 관리
독서는 지엠티의 문화이기도 하다. 인사 및 조직 관리에 있어서 ‘자율’을 강조하는 경영방침을 창업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지만, 자기계발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
전체 목표에서 자기계발을 10% 이상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내외부 교육 48시간 이상 이수, 최소 6권의 독서(연구원은 12권)를 하도록 하는것이다.
개인의 성장이 있어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믿음이 반영된 것이다.
“18년 동안 연 10~30%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도 함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이 또한 개인의 성장이라는 점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에 신뢰가 다져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면, 그 이익을 조직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피상적인 소통이 아니라 실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하지요. 이런 논의 속에서 종업원에게 주인의식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엠티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 목표관리)를 통해서 조직 전체, 팀, 그리고 개인의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이외에는 철저하게 자율에 맡긴다.
목표는 재무(매출), 고객 만족, 품질(프로세스), 자기계발 등 4가지 측면에서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며, 각자의 목표는 자신의 방식으로 달성하도록 한다.
팀장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이며, 최종적으로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피드백을 한다. 개인이 자신의 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출퇴근한다.
자율을 강조하는 만큼 이에 대한 피드백도 정확히 한다. 목표와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 이유를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반영하여 다음 연도 목표와 계획에 반영하도록 한다.
달성 자체보다 방향성을 더욱 중히 여긴다. 비록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목표를 향한 발전이 있다면 그것으로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런 철학이 조직 내 신뢰를 구축해 왔다. 관리는 통제가 아닌 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확신과 자신감이 성공을 만든다
이주환 대표는 지엠티의 성장은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처음 5천만 원 자본금에 첫해 매출 5천만 원으로 시작하여 18년 동안 외부의 펀딩 없이 우리 임직원들과 함께 세계 수준의 3D 전자지도 기반의 통합 선박관제 솔루션을 국산화시킨 자부심이 지엠티 안에 있습니다. 이제 지금까지 쌓은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해양, 항만과 관련한 지엠티의 최종 목표점은 해양 플랫폼의 완성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부가 서비스를 얹어 수익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6개의 AIS 납품에서 시작한 사업이 AIS를 통해 수집한 위치정보를 취합하는 게이트웨이 개발로 발전하였고, 여기서 확보한 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다시 이를 운영·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의사결정을 돕는 지능형 통제시스템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대형 상선 통신 통합시스템과 ETRI(전자통신연구원)와 함께 개발한 VTMS(선박교통관제솔루션)을 통해 내년부터 새로운 시장 개척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 등을 VTMS, ICS, VDES 등의 신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조선, 해운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항해, 통신장비의 원가절감 및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도 일조하려 한다.
이 대표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우리 기업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세계 시장을 향한다면 머지않아 성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매출 200억을 넘어, 2,000억, 2조의 글로벌 기업을 향한 지엠티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01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안전법협약(SOLAS)에 따라 실시간으로 선박의 위치를 식별하고 관제하는 시스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타 선박의 존재와 진행 상황 등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므로 해상에서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조난선박의 위치 등을 확인하여 수색 및 구조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02 VMS(Vessel Monitoring System): AIS, 레이더, CCTV 등을 통해 수집되는 위치정보를 종합적으로 감시 및 관제하는 시스템. 선박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육상에 있는 선박 감시 시스템의 지도상에 표시하는 기능이다.
03 VTS(Vessel Traffic System): 해상안전 또는 항만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통합서비스로, 주변 상황 및 해상교통상황을 적시에 제공하여 선박에서 항해 의사 결정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다중센서 융합처리를 통해 위치 추적 고도화 및 해상상황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하다.
04 V-Pass: 어선에 부착하여 출항 신고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무선설비. 897㎒ 어선의 식별번호와 위치, 속력, 침로, 기각 등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해양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긴급구조신호(SOS)를 발신한다.
05 GMDSS(Global Maritime Distress Safety System): 선박 사고 시 인근의 항해 중인 선박뿐만 아니라, 위성을 통해 수색구조기관에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선박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조난신호를 보내면 국제해사기구의 인공위성이 이 신호를 지상의 통합구조센터로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