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 사이언스 - 우주에는 우리 밖에 없는가?
무비 & 사이언스는 영화 속의 상상력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진 과학기술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글_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사진 참조_ 네이버 영화
어느 날 외계인들이 12대의 우주선을 이끌고 지구에 온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으로 지구인들은 흥분하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외계인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그들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던 중국과 몇몇 국가들은 겁에 질려 그들을 공격하려고 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앞선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가 원주민을 멸종시키거나 착취한 것을 봤기 때문이다.
영화 < 컨택트(Arrival, 2016) >는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났을 때 어떤 혼란이 생길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 우주에서 외계인은커녕 생물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우리 밖에 없는 것일까?
다양한 모습의 외계인들
SF 영화에는 현실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의 외계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종종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은 인간을 닮았다.
영화 < 슈퍼맨 >에서 클라크 켄트처럼 지구인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을 닮은 외계인도 있다.
마찬가지로 영화 < E.T. >에서와 같이 식빵같이 생긴 머리를 가진 귀여운 이티나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의 나무처럼 생긴 그루트의 모습에서도 인간의 형상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외계인 캐릭터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영화 제작상 인간형 캐릭터가 관객에게 거부감이 없고, 인간과 더불어 활약하기 좋다는 점이 인간형 외계인 탄생에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
지구인과 어울리고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영화 < 스타워즈 >와 < 어벤져스 > 속의 외계인들을 보면 그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영화가 아니라도 우리가 상상하는 인간형 외계인은 우리의 선입견이 반영된 결과일 뿐, 인간을 닮은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심지어 진화학자들은 진화의 시계를 되감아 다시 돌린다면 인간조차도 지구에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인간의 탄생은 수많은 우연이 중첩된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계인과 접촉하게 되면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인간과 외계인이 접촉하면 유럽인이 신대륙에서 원주민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큰 문화적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영화 < 컨택트 >의 다리가 7개 달린 헵타포트처럼 인간과 너무 다른 모습과 문화차이로 인해 소통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제인 구달의 희생적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도 인간은 자신과 유전적으로 겨우 1% 밖에 차이가 없는 침팬지와 의사소통이 어렵다.
침팬지와 지적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무리 똑똑한 침팬지라 하더라도 결코 진화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 생물이 존재한고 하더라도 우린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외계인의 모습을 상상하기 전에 우선 지구의 생물들을 보라. 모두 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모습은 천차만별이며, 생물의 다양성은 경이로울 정도다.
펄펄 끓는 물속,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는 곳, 공기가 희박하고 방사선이 내리쬐는 대기 상층부에서도 생물이 존재한다.
DNA 하나로 이렇게 특이한 생물들이 탄생했다면 다른 유전정보를 이용해 번식하는 생물이 존재한다면 그 생물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
아마도 외계생물도 유기물로 이루어진 유기체일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탄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실리콘 기반의 생명체일 수도 있고, 영화 < 트랜스포머 >의 오토봇이나 < 스타트렉 >의 보그처럼 금속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금속으로 된 생물체를 어떻게 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선입견이다.
외계생명체를 발견하면 유기물을 기준으로 한 생물의 정의에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주에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는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로 알려진 이 질문을 던졌다.
과거에는 외계인에 대한 질문이 철학적 논제였고, 지금도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페르미가 질문을 던진 것처럼 이제는 과학적 탐구 대상이며,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알려진 'N = R* × fp× ne × fl × fi × fc × L'라는 식을 통해 우주에 존재하는 문명의 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 은하 내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R*)'와 같이 각항의 값을 대입하면 ‘우리와 교신 가능한 문명의 수(N)’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각 항 중 아직까지 정확한 값을 알고 있는 것은 한 개도 없다.
항성의 수와 같이 관측을 통해 몇 개 항은 추정의 범위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값은 알 수 없다.
특히 '지적 문명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시간(L)'과 같이 사회적 영역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드레이크 방정식은 앞으로도 정확한 값의 범위를 찾기는 쉽지 않다.
외계인을 찾는 방법
드레이크는 1960년 ‘오즈마 계획(Project Ozma)’을 통해 외계인의 전파를 찾으려 했다.
영화 < 콘택트(Contact, 1997) >에서 전파 망원경을 통해 외계인의 신호를 기다리는 천문학자 앨리(조디 포스터 분)처럼.
비록 드레이크는 실패했지만 영화에서는 앨리가 외계인의 신호를 수신하는데 성공한다.
1936년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전파 방송한 것이 지구를 벗어나 약 26광년 떨어진 베가성의 외계인에게 도달되고, 지구의 전파를 수신한 외계인이 우주선의 설계도와 함께 지구로 전파를 쏘아 보낸 것이다.
전파 신호 덕분에 지구인과 베가성에 있는 외계인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영화 속의 이러한 방법은 실제로 외계인을 찾는데 이용된다.
바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계획이다.
NASA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SETI는 안타깝게도 1년만인 1993년에 중단된다.
지금은 SETI는 민간의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한 것과 달리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92년 폴란드의 천문학자 알렉산더 볼시찬이 첫 번째 외계행성 'PSR1257+12'을 발견한 이래 2018년 12월 현재까지 3,900여 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다.
볼시찬은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 망원경(< 콘택트 >에도 나온다)을 이용해 최초의 슈퍼 지구를 발견했다.
천문관측기술의 발달로 외계행성의 발견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외계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행성(골디락스 행성)을 찾는 일이다.
골디락스 행성은 지구처럼 모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액체 상태의 물과 대기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다.
골디락스 행성을 찾기 위해 2009년 유럽우주국(ESA)에서는 코롯(COROT), 2010년 NASA에서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발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언젠가는 지구가 우주에서 매우 드문 특별한 행성인지 흔하디흔한 행성 중 하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