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디지털 혁신과 R&D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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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삼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R&D 디지털화는 시대적 대세이자 새로운 게임의 룰이다.

빅데이터, 가상실험, 디지털 협업 기술의 출현으로 R&D 자체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고객가치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물결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경제와 사회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과학자들만의 전유 공간으로 여겨졌던 R&D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각종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출현으로 고객의 기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경쟁의 강도는 그 어느때 보다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기술의 복잡성과 융복합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R&D부문은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R&D 분야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온다.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고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R&D 디지털화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한마디로 디지털화는 R&D 분야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고 있다.


R&D 디지털화의 방법론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이라고 하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각종 웨어러블 기기, 센서, 로봇, 인지 기술(기계학습,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시각화 기술, 가상/증강현실 그리고 최근의 사물인터넷(IoT)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이러한 요소 기술들이 적절히 결합되면서 R&D 분야의 디지털화가 가능해지는데 특히 빅데이터, 가상 실험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디지털 협업이 R&D 분야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빅데이터(Big data)이다. 과거에는 분석이 불가능했던 데이터나 여기저기 산재해 있던 데이터들을 이제는 디지털 형태로 취합하고 종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의 이력 데이터, 현재의 운영 상황에 대한 데이터, 그리고 고객들의 피드백 데이터 등을 종합하면 R&D 활동과 의사결정에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이나 기계장치에 부착된 IoT 센서를 통해 고객의 이용 실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제품의 성능 진단, 고객의 불만과 충족되지 않은 니즈 포착, 새로운 요구사항 유추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의 결함을 잡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신제품 개발에 대한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은 가상 실험과 시뮬레이션(Virtual experi-ment and simulation)이다. 과거에는 실물 프로토 타입 제작에 5~6주가 걸렸다면 이제는 가상현실(VR) 프로토타입을 통해 단 며칠 만에 실험을 끝낼 수 있다.
 
특히 물리적 제품의 가상 버전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이용하면 제품의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이용한 실시간 혁신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신제품 설계, 유지관리, 공정 혁신, 규제 대응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일례로 제약 분야에서 존슨앤존슨(J&J)은 가상 임상실험(in-silico)을 통해 신약 개발 시간을 40% 가량 줄이고 임상 참여 환자의 수를 60%나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협업(Digital collaboration)이다. 기존의 R&D 프로세스는 아이디어 창출(Idea-tion), 제품 기획(Concept), 설계(Design), 개발(De-velopment), 시험과 검증(Testing), 양산과 출시(Launch) 순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R&D 조직의 간 단계간, 혹은 기업내 타 부서와의 협업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화에 힘입어 설계, 개발, 엔지니어링, 고객 서비스, 공급체인, 마케팅, 운영 부서 담당자들이 가상팀을 만들어 전체 R&D 프로세스를 병렬 구조로 구성하면 상황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기업 내부 조직을 넘어 외부의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들까지 참여시키면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system)가 확장되면서 조직 내에서는 상상하지 못했거나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일례로 프록터앤갬블(P&G)은 온라인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외부의 일반인이나 혁신자들이 쉽게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게 함으로써 R&D 생산성을 60% 제고하고 성공률을 두 배로 높일 수 있었다.


R&D 디지털화를 통한 기대 효과

미국의 혁신연구교류협회(IRI, Innovation Re-search Interchange)에서는 2016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멤버서밋 워크샵에서 참가자들에게 R&D 디지털화를 가능케 하는 세 가지 기술, 즉 빅데이터, 가상 실험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디지털 협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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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응답자들은 R&D 디지털화의 효과를 크게 다섯 가지로 말했는데 제품 개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고객 만족에서 경쟁 양태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① 고객 밀착도 개선: 빅데이터 분석이 특히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성능에 대한 피드백, 소셜미디어를 통한 고객 반응, 고객의 구매 습관 추적 등을 통해 쌓인 많은 고객 정보를 이용해서 고객의 기대 수준을 성공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심지어 고객과 협업하여 신제품과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② 제품 개발 속도 제고: 가상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이디어 선별과 프로토타입 개발이 빨라진다.

또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물리적 실험을 디지털로 대체하고 곳곳에 잠복된 기술적 장애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체적인 제품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③ 개방형 혁신과 크라우드 소싱: 디지털 협업을 통해 부서간 장벽을 넘을 수 있고 나아가 외부와의 협력이 촉진된다.
 
그 결과 빠른 시장의 변화와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조직의 경계를 초월하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④ 제품 라이프사이클 관리: 제품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모델링해서 각 단계의 성능을 가상적으로 테스팅할 수 있다.

빅데이터, 저비용 센서, IoT를 통해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획득하고 이를 첨단 분석기술(advanced analytics)01과 접목시키면 제품의 수명, 실패 모드, 유지관리 요구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24/7 R&D가 가능해진다.

⑤ 혁신 경쟁 촉진: 가상 협업을 통해 외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용이해 지면서 기업간 기술개발 경쟁, 즉 혁신 레이스에 참여하는 장벽이 현저히 낮아진다.
 
미래에는 가장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디지털 도구(Tool)와 외부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사람이 우위에 서게 된다.

이렇듯 R&D 디지털화의 효과는 비단 R&D 부문의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기업 전체의 경쟁우위를 좌우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Rule of game)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세계 유수의 컨설팅 업체들도 R&D 디지털화의 효과를 매우 크게 보고 있다.

글로벌 IT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Accenture)의 추정에 따르면 R&D 디지털화를 통해 R&D의 핵심 성공지표(KPI)들이 전체적으로 20~40%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프로젝트 수는 20~40% 증가하고 R&D 성공률은 20~40% 향상되며 프로젝트당 평균 이득은 30~50% 증가한다.
 
프로젝트 당 개발 비용은 30~40% 감소하며 시장 출시 시간은 20~40%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02

글로벌 전략 컨설팅 업체 맥킨지(McKinsey)는 주요 산업별로 R&D 디지털화의 예상 효과를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우선 제약 분야에서는 첨단 분석학을 통한 임상실험 최적화를 통해 시장 출시를 15% 앞당기고 실험 비용을 10% 이상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컴퓨터 제조 분야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R&D 투입은 15% 줄고 비용은 11% 감소한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선호 분석을 통해 제품 라인업의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20% 이상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통신 분야에서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소프트웨어 경험으로의 급격한 전이가 일어날 것이고 MVP(최소기능제품, Minimum Viable Product)의 소규모 파일럿과 베타테스트가 일반화되면서 개발 비용과 제품 출시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03


R&D 디지털화의 현주소

R&D와 관련된 고객, 직원, 주주, 공급체인, 규제 당국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정보에 대한 즉시 접근과 향상된 상호작용이 일반화된 디지털 세상에 익숙해 있다.

그런데 전세계 많은 R&D 조직들은 아직 디지털화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맥킨지가 전세계 R&D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빅데이터, IoT, 첨단 분석기술 등 각종 디지털 기술이 미래의 제품 개발을 변혁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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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어느 정도 디지털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이 20% 내외에 불과했다(그림 1).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 R&D 디지털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타 산업, 혹은 타 기업들의 반응을 살피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R&D 디지털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현재로서는 업(業)의 속성상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제약이나 화학 분야가 R&D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 외 산업에서는 신기술 채택에 대한 심리적 저항,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적 문화, 내부 혁신에 대한 집착, 디지털 기술의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인해 아직 R&D 디지털화를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맺음말

복합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데 있어 기존의 R&D 프로세스는 한계가 크다.

이제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는 디지털 기술에 맡기고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도움으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고객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앞으로의 R&D는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 네트워크로부터 아이디어와 역량을 빌려오고 고객에게 좀더 접근하는 혁신 생태계의 허브(Hub) 역할을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결속시키고 파트너들간 긴밀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가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산학연 R&D 체제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IRI는 2019년 4월 개최하는 연례 컨퍼런스의 주제를 "Innovation Unleashed: Physical meets digital"로 정하고 공공 연구소, 대기업, 스타트업들의 성공 사례와 디지털화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R&D의 디지털화가 일시적인 유행이나 몇몇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시대적 당위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남보다 한발 앞서 도전한 기업만이 차별적 경쟁우위의 과실을 향유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R&D 디지털화가 약속하는 효율 제고 및 고객가치 증진의 기회를 과감히 선점하는 기업만이 미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01 빅데이터를 처리해서 변수들간 숨은 관계를 설명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이터 처리 방법을 뜻한다. 과거를 설명하는 단계(Descriptive analytics)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단계(Predictive analytics)를 거쳐 최적의 해법을 제안하는 단계(Prescriptive analytics)로 발전하고 있다.

02 Accenture, Digital’s transformative power across R&D, 2016

03 Mckinsey, Accelerating product development: The tools you need now, Jun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