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R&D 인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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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대 대표
그루퍼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단순히 품질이나 내구성 이외에 혁신성을 가진 제품을 선호한다.

최근 감시카메라, 보일러, 에어컨 등 일상생활에서 기존 제품에 ICT 기술을 융합한 혁신제품의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혁신제품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를 주제로 제조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 2016년 말 주최한 ‘제9회 대한민국 제조혁신 컨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는 전 삼성전자 상무인 요시카와 료죠였다.

요시카와 료조 상무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재직기간 동안 CAC/CAM을 중심으로 창의적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개발/혁신 업무를 담당하여 삼성전자의 혁신을 이끌었다.

컨퍼런스 강단에 선 요시카와 료조가 제일 먼저 청중들에게 던진 질문은 “여러분은 일본과 독일의 품질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져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그리고 그는 이은 답변에서 일본과 독일은 적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앞서 있는 쪽이 독일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자동차 혹은 전동공구에서 독일의 품질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전동공구의 경우 일반인들은 독일의 보쉬를 많이 기억하고 사용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마키타를 사용한다. 내구성이 더 좋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0여 년 동안 컨슈머 리포트, JD 파워 리포트 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는 일본의 ‘렉서스’이다.

이를 뒤쫓는 브랜드가 현대와 기아이고, 이어서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 브랜드가 보인다.

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독일 브랜드는 그 아래 등급의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이 품질 면에서 최고일 것이라는 일반인의 생각과 다른 평가다.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자동차 전문잡지에 나와 있는 유럽자동차들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낮았다.

프리미엄 자동차군에서 ‘그 돈 주고 절대 사서는 안 되는 차’ 브랜드 1위가 영국의 재규어였고, 2위가 아우디였다.

그리고 대중들이 사는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추천하지 않은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가 폭스바겐이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들이 독일제품과 미국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품질이나 내구성 이외에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가치품질’로 정의한다. 일본 제품의 경우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혁신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에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기법과 같은 ICT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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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벤처기업 코벤티스(Corventis)가 개발한 심장박동 모니터링 기계 '픽스(Piix)', 24에이트(24eight)의 '스마트 슬리퍼', 구글의 '구글 글라스', 나이키의 '퓨얼 밴드' 등이 이런 제품에 속한다.

코벤티스(Corventis)사의 심장박동 모니터링 기계 '픽스(Piix)'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기기를 부착하고 작동시키면 실시간으로 환자의 심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있을 수 있는 응급상황을 예방하고, 실제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최대한 신속히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4에이트(24eight)의 ‘스마트 슬리퍼’는 슬리퍼에 부착된 센서로, 슬리퍼를 신은 사람의 걸음걸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환자가 지그재그로 걷는다거나 넘어지는 등의 비정상적인 걸음이 감지되면 내장된 무선 송신장치를 통해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이상 알림 신호를 보내게 된다.

전용 앱을 통하여 착용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 걸음걸이 패턴을 분석하여 환자나 노인의 낙상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슬리퍼 한 켤레는 기껏해야 수천 원 정도이지만, 여기에 ICT기술을 접목해 수십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ICT를 융합한 혁신제품의 사례는 감시카메라, 보일러, 에어컨 등 최근 일상생활에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면 이러한 혁신제품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또한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인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그 회사의 사업과 제품에 맞는 제대로 된 제품개발 프로세스가 있어야 하며,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는 VOC(고객의 소리) 그리고 엔지니어와 마케터가 함께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CFT(다기능 팀: Cross Function Team)를 통한 협업 체계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선진 기업들은 엔지니어들과 여기에 참여하는 인원들에 대해 철저한 제품개발프로세스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제품개발프로세스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개발프로세스에서 전문가의 중요성은 세계 최고의 제품 개발회사인 '이데오(IDEO)'사의 제품개발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데오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 유래된 회사로서 최고의 혁신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애플과 P&G에서조차 제품개발을 의뢰할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개발로 유명한 회사이다.

1990년대 미국의 제조업이 침체기에 있을 당시, 미국의 제조기업들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ABC 방송국에서 이데오와 함께 특집방송을 만들었는데, 바로 '쇼핑카트 만들기 프로젝트(Shopping Cart Project)'0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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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프로세스 교육과 이데오 쇼핑카트 만들기 프로젝트의 핵심은 협업이다. 혁신(창의)적인 제품은 협업으로부터 나온다.
 
엔지니어와 마케터와의 협업(아이디어 교환) 및 서로 다른 분야의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한다.

엔지니어가 최신(미래) 기술동향을 이야기하고, 마케터들이 최신(미래) 시장과 고객의 동향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도출된다.
 
엔지니어들의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연결,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러한 과정들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엔지니어들은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국가별, 지역별, 문화별로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한 가전제품을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명실공히, 최고의 백색가전 회사로 군림하고 있는 모회사는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에게 마케팅 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제품과 서비스는 IoT, 클라우딩 컴퓨터,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ICT와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러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ICT의 모든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분야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해당 분야에 접목시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고안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T자형 인재’ 혹은 ‘π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의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더 유용하다.
 
제품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인원들에(산업)디자인 전공자, 철학 또는 심리학 전공자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엔지니어들에게 부족한 디자인 감각과 소비자의 심리분석과 같은 일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앞에서 언급한 이데오의 쇼핑카트 만들기에서도 볼 수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에는 심리학자도 있고 언어학자, 생물학자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지 못하는 지식과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엔지니어들은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기술적 도전 문제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제품개발 후 양산과정에서도 돌발하는 품질문제와 설비고장을 효과적으로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엔지니어들의 문제해결 역량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는 기술의 융합으로 과거에 비해 문제가 더욱 복잡 난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의 혁신과 성장은 상당 부분 엔지니어의 문제해결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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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 아이비 리그의 다트머스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엔지니어링 문제해결 과정’을 기업의 엔지니어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다트머스 대학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십 개의 대학과 컨설팅기관에서 교육하고 있다.

문제해결 과정 전체에 엔지니어링적인 사고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현상파악을 통해 엔지니어 언어로 문제를 정의내리고, 엔지니어링 로직트리를 활용한 체계적인 원인분석을 통해 근본원인을 밝혀낸다.

또한, 엔지니어링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문제를 엔지니어의 언어로 정의하는 것인데, 이것이 문제해결의 70~80%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문제가 발생하는 원리를 생각하면서 물리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인데, 예를 들면 일반인들이 ‘성냥이 켜지지 않는다’ 또는 ‘불이 켜지지 않는다’와 같이 말하는 것을 ‘화약과 마찰판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찰이 일어나더라도 그때 발생하는 마찰열이 발화점에 이르지 않는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 그냥 일반인의 언어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다음은 그 문제에 대한 근본원인을 찾는 것인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특성요인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특성요인도가 약식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은 1970~1980년대 한국의 수준이 낮을 때 유용했을지 모르나, 기술 수준이 상당 수준에 오른 지금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제는 정식으로 그리는 특성요인도로 원인분석을 하거나, 아니면 엔지니어링 로직트리를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엔지니어링 로직트리는 일반적인 로직트리와는 구조가 다르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된 근본원인은 엔지니어링 브레인스토밍을 기본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엔지니어링 브레인스토밍은 앞에서 말한 이데오의 쇼핑카트 만들기 프로젝트 과정을 보면 잘 나타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구소 엔지니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품개발프로세스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며, 다음으로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른 분야의 기술 - 특히 ICT - 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협업 및 융합 역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의 기본이 되는 엔지니어링 문제해결 역량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사고 역량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