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3 - 일본 경제의 중심 도쿄로 떠나는 벤치마킹
대전세종충청기술경영인클럽 해외벤치마킹
글_ 김선범 대표이사((주)금성화학)
제1회 대전세종충청기술경영인클럽(이하 대세충청클럽) 해외벤치마킹을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도쿄 CEATEC(전자정보통신박람회)을 참관하고 산업시찰로 사이타마종합센터와 토카츠테크노프라자를 방문했다.
또한, 일본 전문가인 도쿄대 김범준 교수를 초청하여 첨단 제조기술의 도입현황과 동향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 경쟁시대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활동에서 전 세계적인 동향과 경쟁 상대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관리 대상이다.
우리 대세충청클럽은 기존에는 지역 내 기술경영인 간 유대 강화와 기술정보 교류를 추구했지만, 제1회 해외벤치마킹을 시작으로 2회, 3회 발전시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추구하는 교류회가 될 것이다.
해외벤치마킹 출발 1주일 전, 현장스케치의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주일 동안 해외벤치마킹에 대해 준비하며 역시나 고난은 보석이란 말을 실감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해외벤치마킹을 겉핥기했을 것이다.
과거 벤치마킹을 하며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법들을 타사에서 배워 왔다. 누구를 어떻게 얼마나 볼까에 집중했다.
그러니 다소 이상적인 기업이나 분야를 택해 소기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얻지 못했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업계의 자사 위치를 아는 것이 필수라 경쟁 비교가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지만, 경쟁 비교만으론 차이를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 차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웠다.
충주에서 식기세척기용 세제 전문회사인 (주)금성화학을 운영하는 필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부족한 점을 개선, 개혁하기 위해 보다 적합한, 최적의 경영 실천 방법을 찾아내는 경영 변혁적 리딩 기법으로 벤치마킹을 준비했다.
CEATEC JAPAN 2018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의 수출 1위는 바로 일본이었다.
하지만 버블경제 등 일본 경제가 점차 안 좋아지며 IT 산업도 낙후되고 있었다.
다시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경제호황으로 일본 기업과 정부는 IT 산업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
2020년 일본하계올림픽 대비를 위해 노후화된 IT 시스템 개편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IT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높은 수준의 IT 및 전자 종합 박람회 CEATEC은 일본 치바현에서 개최됐으며, 본 전시회의 이사회는 일본 전보통신네트워크산업협회(CIAJ), 일본 사단법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일본 소프트웨어 협회(CSAJ)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다수를 차지했던 컨슈머 일렉트로닉 분야가 거의 사라지고 산업용 전자 부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CES의 분위기를 쫓아가듯 드론/AR/VR/전기자동자 및 Global Lab 및 스타트업 기업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일본에서 2020년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매매하는 유통시장이 개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IT기업에 의해 일본 업체들이 단순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나오며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 기업들은 IoT데이터 거래 활성화로 자신들의 강점인 하드웨어 분야와의 접목을 강화해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라 생각한다.
사이타마종합센터 및 토카츠테크노프라자
사이타마현에는 제조업 사업소가 약 1만 5천 개가 있다.
또한, 카와구치시의 주물과 금형, 사이타마시의 광학기기, 정밀기계 등 축적된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다양한 기업이 활약하고 있다.
교육·연구기관의 특징으로는 ‘이화학 연구소’와 산·학·관이 제휴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아타마현 산업기술종합센터 등 250개가 넘는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사이타마대학, 와세다대학, 도쿄전기대학 등 현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대학이 총 60개 학교에 이른다.
고도의 기술을 가진 풍부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산·학·관 제휴를 통해 신기술·신산업의 창출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공공 부문이 기술개발을 선도한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상담 및 장비대여, 각종 시험분석 등을 수행한다.
첨단 제조기술의 현황(현지 세미나)
일본 첨단 산업기술 연구의 심장인 도쿄대 공대에서 한국의 과학자가 눈부신 실적을 내고 있다.
주인공은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 김범준 교수.
도쿄대 고마바(駒場) 캠퍼스에 있는 생산기술연구소는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산업기술 연구의 메카다.
전기·전자, 기계, 화학공학 등 부문별로 총 125개의 첨단 연구실(랩)에서 내로라하는 핵심 두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김범준 랩’은 일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나노메카트로닉스’ 연구를 담당한다.
1㎚는 10억 분의 1m. 지름 10㎝인 공을 지구라고 가정하면 1㎚는 그 안에 있는 한 사람 크기의 초극소의 세계다.
이들은 나노 단위의 기기(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전자공학)를 개발해 연구소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나노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나노마이크로 메카트로닉스 연구 분야는 마이크로 단위에서 나노 단위로 한층 정교해지고, 2차원 평면 기판뿐만 아니라 휘어지는 3차원 기판으로 확장돼 가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휴대용 의료진단 칩이나 바이오센서의 상용화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단일 세포의 전기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MEMS 디바이스는 좁은 곳에서 집적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며 “휴대기기나 바이오센서 등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졸업 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도쿄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그의 박사 논문 주제는 “마이크로 머시닝 마이크로 부품 계측”이었다.
박사 연구원으로 프랑스 및 네덜란드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그곳에서 나노 테크놀로지의 세계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참가한 것은 행운이었으며 일본에서는 막 시작되는 시점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에 첨단 연구의 메카, 도쿄대 생산기술 연구소(마이크로 나노 메카트로닉스 국제연구센터 소속)의 준교수 취임과 동시에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 파리 사무실을 차렸다.
4년간 근무하며 각국의 연구가와 교류가 깊어져 공동 연구의 기초를 쌓았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미국, 대만 등의 연구가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준범 교수는 “앞으로의 테마는 차세대 나노 테크놀로지에 의한 의료, 정보, 신에너지, 안전 분야에서의 응용이며, 특히 유망 분야가 바이오, 의료의 융합”이라고 말한다.
“포인트 오브 케어. 즉 휴대용 의료 진단 칩이나 민감한 나노 바이오센서 등을 이용해 혈당치나 혈압과 같은 데이터가 병원으로 전송돼 바로 증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치료에서 예방의 시대로 변혁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는 새로운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끝으로 “실용화에는 저가격·고기능성이 불가결하므로 기술 축적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맺음말
일본 중소기업들은 장수 기업이 많다.
우리나라는 기업 평균수명이 30년 설이 회자되는 가운데 일본은 그 10배인 창업 300년 기업이 605개나 존재한다.
500년 이상 39개, 1,000년 이상도 7개나 있다.
100년 이상 된 일본 기업은 2만 개가 넘으며 전 세계 100년 기업의 약 80%가 일본에 있다.
‘장수 기업 대국 일본’이라 부를 만하다.
장류, 주류, 과자류 등 생필품 산업과, 차, 종교 관련 도구나 여관 등 전통문화 관련 산업에 많다.
주물, 단조 등, 장인 기술이나 정신을 계승해 가는 가족 기업도 많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일본 강소기업의 뿌리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에 장수 기업이 많은 배경으로 섬나라, 농경 민족, 전쟁이 적었던 역사 등 지정학적·문화적 이유를 자주 들지만, 그보다는 일본인들 기업관이 좀 남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은 비즈니스를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적 의의를 더 중시하며 자기실현, 자기충족의 장으로 생각한다.
또 기업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계승해야 할 가업으로 인식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한다.
이런 기업관이 기업을 장수 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일본에서 장수기업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이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 기술이나 정신만을 고집한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기술과 제품도 변화시켜 나가는 탁월한 환경 적응력 때문이다.
우리도 일본의 강소기업처럼 100년 후, 1,000년 후를 준비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해야겠다.
끝으로 이런 귀한 경험과 기회를 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