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성장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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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환익 상무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


산업화 초기 우리 경제는 기술, 자본, 자원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나, 창업 1세대의 도전과 혁신적 사고로 지금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반도체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을 이겨내지 않았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의 우리 기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인들의 혁신적인 사고와 기업가정신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높이 도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수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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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 가상과 현실의 융합, 스마트 네트워크 등의 특징을 보이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생산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노동 4.0,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십과 미국 혁신전략, 일본의 사회 5.0과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정도는 이러한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스위스의 UBS은행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로 선정하고 45개국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평가했다.

여기서 한국은 2016년에 45개국 중 전체 순위가 25위에 그쳤고 부문별로 노동시장 유연성은 34위를 기록했다.

지적재산권 보호, 사법부의 독립성, 윤리경영 등 제도적 요소들을 담은 법적보호 부문은 45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한·미·일·중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비교 열위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은 미국, 일본, 중국보다 뒤처지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미·일·중 4개국의 바이오, 사물인터넷,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 블록체인,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로봇, 인공지능, 증강현실, 컴퓨팅기술(빅데이터 등) 등 12개 분야의 기술 수준을 비교했는데, 12개 분야 모두 3개국이 비해 뒤처졌고 5년 후에도 비교 열위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성장을 위한 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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슘페터는 ‘혁신’을 유·무형의 자원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는 ‘창조적 파괴’를 거쳐 얻어진다고 했다.
 
즉, 기존의 틀과 관념을 깨야만 혁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업 부문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R&D 투자

우선 연구개발 분야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 중이다.

코넬대, 인시아드(INSEAD),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공동으로 발표하는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를 보면 한국은 R&D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세계 1위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세계 2위 정보통신 인프라는 모두 우리기업들의 과감한 초기 투자와 지속적인 지원이 이룩한 결과이다.

2017년 기준 세계 주요 500대 기업 중 삼성전자의 R&D 관련 지출은 미국 아마존과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어 세계 3위이고 국가 기준으로도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에 이어 5위이다.
 
2018년 8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사상 최초로 2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기업과 국가 모두 R&D 투자를 양적으로 늘려온 만큼 이제 기업들은 투자 대비 성과를 높여야 한다.

주력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술에 집중 투자를 하거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미래산업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M&A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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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업 간 M&A를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독일, 중국, 미국 등은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대형화하고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 IT 선도 기업들이 자국 내 유망 스타트업과 전략적 동맹을 맺거나 M&A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 중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이런 M&A 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아웃소싱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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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는 만큼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아웃소싱을 하는 국내 제조기업 비중이 2006년 78.7%에서 2010년 87.35%로 8.6%p 증가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핵심영역에 집중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2000년대 이후 약 2배 이상 증가했고,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의 평균 생산성, 부가가치 창출, 고용 등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생산성, 부가가치, 고용이 각각 1%씩 증가하면 국내 지식기반 산업의 생산성은 0.6%, 부가가치는 0.94%, 고용은 1.05%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의 아웃소싱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평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내벤처 육성

넷째, 대기업들이 사내벤처를 적극 육성하여 기업 부문의 저출산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영역별 칸막이 규제나 법규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만 용인하는 포지티브 규제시스템, 이해집단의 반발 등으로 신성장 산업의 발전이나 새로운 스타 기업의 탄생이 늦어지고 있다.

어렵게 탄생한 기업의 생존율도 낮아서,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이 27.3%로 독일 39.1%, 프랑스 44.3%, 영국 41.1%, 스페인 40%, 이태리 44.7%보다 낮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이후 대기업 계열이 아닌 창업기업 중 매출 1조 원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은 웅진, 휴맥스, NHN, 이랜드, 넥슨, 카카오 등뿐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를 적극 육성한다면 미래 스타기업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창업에 성공해 분사한 9곳을 포함해 지금까지 38개의 사내벤처를 육성하였다.

자율주행 카메라 센서 전문업체 PLK는 2003년 3명이 분사해 만든 회사로 현재 50명 규모로 성장했고 2012년 분사한 오토앤은 매출 300억 원 이상의 애프터마켓 업체로 성장했다.

LS전선은 사내벤처 ETS를 통해 IoT 재고관리 시스템 사업을 본격화했고, 아모레퍼시픽은 ‘린 스타트업’을 통해 총 4개 브랜드를 론칭했다.

롯데는 2016년 6월 롯데홈쇼핑 사원이 제안한 아웃도어 기저귀 ‘대디포베베’를 사내벤처로 선정하고 엑셀러레이터와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롯데는 별도법인 분사 시 최대 3년까지 휴직을 인정하는 창업휴직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2018년 3월까지 약 19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총 32개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해외 핵심인력 흡수를 위해 경직적 기업문화 개선

경직적 기업문화의 개선도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IoT, 3D프린팅, 자율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자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한국의 경직적인 기업문화가 이들 핵심 인력의 국내 정착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대한상의와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수직적 조직문화와 상위 리더에 의한 권한 독점 등이 조직원의 자발성을 위축시키고 혁신적 사고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핵심기술을 보유한 해외 고급인력의 국내 정착을 늘리고 구성원 모두의 혁신적 사고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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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시스템 개선

정부 역시 과거 규제 일변도의 산업·경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서 살펴본 ‘세계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 제도 부문의 혁신지수는 35위, 규제환경은 61위로 하위권이다.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을 참작하지 못한 규제 위주의 기업정책이 후발개발도상국의 추격과 맞물리면서 주력 산업과 신산업 모두의 성장을 막고 있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여 신산업의 출현을 촉진해야 한다.

규제시스템의 개혁을 위해서는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특화 규제프리존특구법, 신산업규제특례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R&D 세액공제 확대

둘째, R&D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대기업이 활발하게 R&D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R&D 투자 비중이 높지만, 그동안 정부의 R&D 조세 유인 제도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대기업에 대한 R&D 당기분 세액공제율은 2008년 3~6%였으나 2017년 1~3%, 2018년 0~2%로 축소되었고, 증가분 세액공제율은 2008년 40%에서 2017년 30%, 2018년 25%로 감소했다.

기업의 R&D 투자의지가 위축되지 않도록 조세 감면 확대 등의 유인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공개 및 M&A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스타트업 육성

셋째, 벤처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공개나 M&A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여 스타트업들의 초기 창업부담을 낮춰 주어야 한다.

미국은 원활한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 공개 상장), M&A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탈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고 투자금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대기업의 기업벤처캐피탈(CVC) 진출이 막혀 있다.

현재 대기업들은 지주회사 대신 대주주나 지주회사 밖에 있는 관계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우회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기업벤처캐피탈 관련 규제 때문에 대기업들은 국내 유망기업 대신 해외 벤처를 주로 투자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가 벤처 생태계 조성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배구조 관련 규제 완화

넷째, 기업에 지배구조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나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기준 강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과연 기업의 혁신 성장이나 주주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영성과가 나쁘거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들은 자본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자동으로 도태되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신산업에 모험투자를 감행하고 기업가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안전망을 갖추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변화된 경제·사회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들을 개혁하고 청년 창업자와 경영인들이 창업주 세대를 뛰어넘는 혁신 역량을 발휘할 때 우리 경제도 질적 재도약의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