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가는 길
▲ 이정우 부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기업연구단
유니콘 기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비전 제시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주요 사례를 알아보고 유니콘 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선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꿈의 스타트업, 유니콘
글로벌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도 점차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 시대의 도래는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으로서 혁신창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여러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03선도하기 위해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앞다투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니콘(Unicorn)01 기업은 혁신창업의 성공사례이자 국가의 기술력과 혁신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약 270여 개의 글로벌 유니콘 중 단 3개밖에 되지 않아,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 유니콘 기업 현황과 함께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탄생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유니콘 기업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로벌 유니콘 클럽 현황
시장조사분석 전문기관인 CB Insights에서는 글로벌 유니콘 클럽 현황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2018년 8월 13일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260개이고, 총 기업가치는 약 8,7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산업 분야별 분포를 보면, 온디맨드, e커머스,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핀테크, 미디어, 빅데이터 등 주로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에 많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유니콘 클럽 목록은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인 2018년 10월 4일 기준으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약 2개월 사이 18개 증가한 278개이고, 그중 데카콘(Decacorn)은 18개이다.
미국의 차량공유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우버(Uber)가 기업가치 720억 달러로 1위이고, 중국판 우버에 해당하는 디디추싱(Didi Chuxing)이 560억 달러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 유니콘 기업 수를 살펴보면, 총 278개 중 미국이 132개로 가장 많고, 중국이 두 번째로 79개, 이어서 영국과 인도가 각각 14개, 독일 6개, 이스라엘 4개 순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3개 이하이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속한다. 정보통신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배출한 유니콘 기업은 쿠팡(50억 달러), 옐로모바일(40억 달러), 엘엔피코스메틱(18억 달러), 이렇게 3개에 불과하다(표 1).
대한민국 유니콘 서식 환경 진단 및 이슈
우리나라 정부에서 그동안 적극적인 창업지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유니콘 기업 탄생이 어려운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를 통하여 몇 가지 주요 문제점 및 이슈를 진단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의 좁은 내수시장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는 거대한 자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내수기업들도 빠르게 성장을 거둘 수 있는 유리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구 5천만의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마저도 포화되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 구조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국내 수요만으로는 지속 성장을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훨씬 내수시장이 작은 인구 약 850만 명의 이스라엘의 경우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육성과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창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즈마 펀드인데, 정부의 매칭 투자와 더불어 민간 투자의 상당 부분을 해외 투자자금 유치에 주력하고, 초기부터 해외시장에 M&A(인수·합병) 또는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엑시트(투자회수) 시간을 단축시키고, 투자금 회수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정부 투자의 비중이 민간에 비해 높은 데다, 국내 법인은 해외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 번째로는 민간 주도의 연속적 투자·회수 생태계의 부재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자생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는 데다, 초기투자 유치 이후에 민간 후속 투자가 잘 이어지지 못하여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과 후속 투자연계를 위한 촉매 역할로서, 초기투자와 함께 밀착형 전문보육02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유니콘 기업도 모두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 출신 스타트업들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중관촌, 선전 등에서도 액셀러레이터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연계 및 M&A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액셀러레이터 법제화 등을 통해 100개 이상의 액셀러레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나, IPO(기업공개상장)에 편중된 제한된 회수시장03으로 인해 회수 및 재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창업 직후 IPO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3~14년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평균 5~6년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2년 후에는 스타트업의 절반 정도만 살아남고, 5년 후에는 약 4분의 1만이 생존하는 수준으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04을 넘지 못하고 대다수가 소멸하는 상황에서 IPO를 통한 엑시트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관련한 과도한 규제 문제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M&A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도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편입되면서 부당지원행위 금지, 특수관계인 거래 금지, 공시의무 부과 등의 규제가 추가되는 것과 벤처기업으로서의 지원과 세제혜택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규제 대폭 완화, 안 되는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 적용 등 정부 차원에서 혁신 친화적 규제 정책을 전폭적으로 추진하되 부정 적발 시 일벌백계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마지막으로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창업 기피 현상이다. 우수한 인력들이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창업을 기피하고,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다 보니,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으로의 우수인력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기회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양적 성장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질적 성장은 미흡한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유수 대학 출신 고급인력들이 적극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 데다, 혁신기술 기반의 기회형 창업의 비중이 5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회형 창업 비중이 21% 정도로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
또한,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통해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면, 창업 이후에도 우수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 임원이 스톡옵션과 고액연봉으로 스타트업에 스카우트 되어 해외진출 및 기업성장에 기여하는 사례가 많이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콘 기업 강국으로 가는 길
유니콘 기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이끌어 내고 응원하는 제도와 문화적 환경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갖추어야 할 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금 위주의 지원에서 탈피하여, 해외 판로나 네트워킹 지원 등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05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본 글로벌(Born Global)06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기술과 수요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유사 기업들이 금방 생겨나는 만큼,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준비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현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위해 스타트업에서는 희망 진출 국가의 문화와 언어, 시장 환경 등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에서는 현지법인 설립이나 해당 국가인력채용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회수시장 다양화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한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투자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상장 요건의 완화와 더불어, 기존의 IPO에 편중된 회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M&A 세제지원 등을 통해 중간 회수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선택지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간의 M&A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엔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VC) 등 민간 투자 기관에 대한 진입 요건 완화 및 세제 혜택 확대로 창업 초기-중기-후기 단계별 투자연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자생적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빠른 기간 내에 IPO를 할 경우, 유니콘의 개념상 해당 스타트업은 더 이상 유니콘이 아니게 되지만,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통해 성공적인 회수를 함에 따라 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로 창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혁신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관련 규제의 시급한 개선 및 완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 시대에 따라 신산업 분야와 융합 분야의 등장으로 업종 간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만큼, 관련규제를 그때그때 개선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사전에 규제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 아닌, 일단 우선적으로 허용하되 문제가 생길 경우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수인력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인식을 개선하고 창업문화를 확대하기 위한 기업가정신 및 창업교육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성실 실패를 용인하며, 실패를 교훈 삼아 재창업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열정은 모든 시련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이라도 이 열정 자체를 저해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혁신창업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비전 제시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수많은 예비창업자와 초기창업자가 이러한 성공사례들을 롤 모델로 하여,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하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혁신창업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데카콘을 넘어 헥토콘(Hectocorn)으로 성장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유니콘 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01 유니콘(Unicorn): 기업가치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데카콘(Decacorn): 기업가치 100억 달러(유니콘의 10배)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헥토콘(Hectocorn): 기업가치 1,000억 달러(유니콘의 100배)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02 비즈니스모델 개발, 교육, 시설 및 장소 제공, 네트워킹, 해외 진출 지원, 멘토링, 컨설팅 등
03 2016년 기준, 한국은 M&A:IPO=11%:89%(참고로 미국은 M&A:IPO=94%:6%)
04 초기 스타트업이 창업 아이템의 사업화 및 제품화 단계에서 겪는 자금상의 어려운 시기
05 창업 아이템의 양산 이후에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
06 창업 초기에 아이템 기획 및 비즈니스모델 수립 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