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엿보기 - 변화하는 브라질, 혁신성장 파트너로
글로벌 마켓 엿보기는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하여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 박민경 중남미 전문위원 KOTRA
빗장을 열고 나온 브라질: 개방 기조로의 선회와 성장전망
세계 9위 GDP(2.1조), 세계 6위의 인구(2억), 세계 5위(한국의 85배)의 영토로부터의 풍부한 천연자원, 주요 농산물 생산 세계 1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부패스캔들과 탄핵, 경제개혁, 그리고 대선.
지구 반대편 축구와 삼바의 나라 브라질을 최근 설명하는 키워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나믹한 행보를 보이는 브라질 경제에 지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수퍼사이클(Commodity boom)로 불리던 지난 2002~2010년간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로 연평균 3.9%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후 중국의 저성장과 함께 위축되었다.
수출부진과 방만 경영이 낳은 초라한 경제성적표(2015년 –3.5%, 2016년 –3.46%)와 대형 부패스캔들은 친시장적 신(新)정부의 출범을 이끌어냈다.
많은 진통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정부가 진행 중인 노동개혁과 시장정책은 그 방향성 측면에서 국제기관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OECD 등은 브라질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2%, 2.2~2.5%로 전망했다(2018.10 기준).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연초 대비 다소 하향조정은 되었으나 완만한 상승곡선이라는 확실한 턴어라운드 추세를 확인한 셈이다.
브라질은 국제 무대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동맹(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과의 협력을 제안하는 한편, 한국과도 지난 9월 무역협상을 개시했다.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최근 1차 대선(2018.10.7.) 이후의 기대감으로 한때 주식시장에서 국영기업들의 가치가 열흘 만에 1,320억 헤알(브라질의 통화 단위)이 증가하기도 했다.
거대한 매력의 시장
브라질은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브라질 코스트(custo Brasil)”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만큼 높은 시장 비용은 외국기업의 진입 문턱으로 작용한다.
내수중심의 폐쇄정책01과 높은 관세, 복잡한 조세제도02와 인증시스템 등 비관세장벽은 브라질의 고질적인 어려움으로 손꼽혀 왔다.03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은 브라질이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브라질은 2억 명의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자동차, 전자, 화장품 등 세계적인 소비재 시장04으로도 주목받는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 비중과 소셜미디어 활용률05은 밝은 전망을 더해준다.
중남미 내의 영향력과 문화적 유사성으로 인해 브라질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쉽게 인근 국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더불어 풍부한 자원의 보고인 브라질은 세계 2위의 철광석, 10위의 원유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높다.
대두, 육류, 커피 등 세계적 농업 강국06이며, 전 세계 식물종의 25%가 브라질에 있을 만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해 한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기관들과 바이오연구 협력도 활발하다.
2018년 포춘(Fortune)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브라질 기업들은 주로 에너지, 식품, 금융 분야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업, 제조업(자동차), 의료바이오, ICT/에너지 인프라 등이 유망 분야
브라질은 남미의 주요 제조업 기지로서 섬유, 화학, 자동차 산업, 전자, 항공우주 등에서 강점07을 보이며,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의 경우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구축한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브라질에 주로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120여 개 우리 기업이 진출하여 현지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의 고령인구 증가세(205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 3배 증가예상; McKinsey, 2017)와 함께 유망 분야로 떠오른 의료바이오 부문에서도 협력이 활발하다.
더불어 현지 ICT시장은 세계 5위 규모로(1,443억 달러08)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위기를 기회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성공 사례
브라질의 독특한 특성이 기업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을 꼼꼼하게 분석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일례로 현대차의 브라질 맞춤형 전략모델(소형차) HS 20은 경제위기 속에서 전체 판매 2위로 우뚝 섰고, 중국의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현지 시장에 침투했다.09
브라질 은행의 높은 이자율로 인해 계좌나 신용카드 사용률이 낮은 편이라는 약점은 오히려 새로운 핀테크 생태계로의 도약(Leap-frog)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브라질의 누방크(Nu Bank)10는 세계 12위의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친환경… 혁신의 물결에 발맞춰야: 기술협력을 통한 win-win 파트너십 창출
기술혁신은 현재 브라질이 당면한 숙제 중 하나다.
원자재 중심의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 자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브라질의 글로벌 혁신지수11는 143개국 중 61위에 머물러 있고(WIPO, 2018), 최근 브라질 특허출원 사례를 보면 대부분 글로벌 기업과 PETROBRAS, VALE 등 소수의 자국 대형기업, 연구소 정도에 그친다.12
로컬 기업들의 낮은 기술역량 문제를 해결하고 밸류 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기 위한 브라질 정부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 IoT 정책과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농업, 제조업
최근 브라질 정부는 디지털 시대 혁신성장정책으로 산업 IoT 전략(National Industrial IoT policy)을 발표, 도시(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농업, 산업/제조업 중점으로 한 생태계 촉진을 위한 액션플랜을 공개했다.
맥킨지와 브라질 정보통신연구소(CPqD)는 IoT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500~2천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디지털 정책의 첫 단추로 정부는 낙후지역 브로드밴드 인프라 공급을 위한 “Internet for all”을 시행했다(브라질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전 세계 7위).
이러한 디지털 융합은 브라질의 기존 주요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만큼 파트너 협력 기회도 확대될 뿐더러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인 물류문제 해결을 위한 도로안전망 시스템이나, 기술교육센터도 여기서 제안하는 포인트다.
특히 전체 산업 분야별 자체 기술역량 평가에서 제조업 등 정보보안 분야의 취약점을 언급하고 있어, 해당 분야의 기술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인 퀄컴(Qualcomm)은 브라질 농업연구소(Embrapa), 사회경제연대기관(ISES)과의 정밀농업 드론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농작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그 결과를 농업연구소와 공동연구에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취약계층인 소농의 생산성 향상을 도와 사회적 가치를 증진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치안 증진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또한 한-브라질 IT협력센터를 중심으로 5G와 IoT 분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 LG CNS 등이 스마트빌딩 사업, KT가 스마트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 혁신형 자동차 산업 진흥 정책: Rota 2030
최근 브라질 대외무역위원회는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인쇄회로, 디지털 프린터, 스마트폰 등 주로 IT 관련 품목과 산업용 기계장비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 발표로 우리 기업의 기대치를 높였다.13
자동차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8년 11월부터 발효되는 자동차 인센티브 정책인 Rota 2030의 라벨링 프로그램에 따라 모든 판매차량은 2022년까지 에너지 효율성을 지금보다 11% 높여야 한다.
더불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첨단제조 4.0, 커넥티비티, 무인자동차 등 전략제품에 해당하는 경우, 과학기술연구기관, 대학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R&D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경우 관세감면 혜택을 추가로 부여할 예정이다.
기술협력과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진출이 효과적
상이한 환경의 브라질 시장에 효율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 혹은 로컬 기업과의 체계적인 기술협력은 현지에 부족한 밸류 체인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인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카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의 (주)젠바디는 현지 국영제약사와 협력14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까다로운 위생인증을 통과, 자사 제품을 세계 최대 규모(3천 만 달러) 수출에 성공한 케이스다.
2014년 개소한 한-브라질 표준인증협력센터는 양국 간 인증표준화 관련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며, 코트라는 올해부터 브라질 정부와 IT정책 협력도 진행 중이다.
더불어 한-메르코수와의 무역협정(TA)과 함께 주요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 기회도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UN중남미경제위원회(ECLAC)에서는 한국을 중남미의 성장 롤모델이자, 이상적인 파트너로 꼽고 있다.
혁신성장의 동반자로서 양국 간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01 남미공동시장은(MERCOSUR)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의 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지역경제공동체다.
일부 중남미 국가와의 경제보완협정을 제외하고는 FTA를 체결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불과할 만큼 폐쇄적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개별국가의 통상협상 체결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EU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및 한국, 캐나다 등 신규 파트너와의 협상을 개시했다.
02 주별로 다르게 책정되는 주유통세를 비롯한 다양한 세금구조로 인해 유통과정을 거친 최종 소비재 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03 세계은행(WB)의 Doing Business지수(2018)에서도 브라질은 비즈니스 용이성에서 중남미 평균(58.66)보다 낮은 56.45점을 기록하며 190개국 중 125위를 차지했다.
04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남미의 80%를 차지하며, 화장품시장은 293억 달러(2016년 기준)로 세계 4위다.
05 브라질은 SNS 활용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치를 자랑한다. 페이스북 사용자수는 2015년에 이미 세계 3위를 기록했으며, 전자상거래 이용자수도 지속적인 두 자리 수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06 브라질은 세계적인 소고기(1위), 닭고기(1위), 대두(1위), 커피(1위), 옥수수(2위), 돼지고기(4위), 철광석(2위), 니켈(2위), 원유(10위)등 다양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07 브라질의 산업은 소매업, 물류, 정보서비스 등 서비스업이 전체 GDP의 72.8%를, 제조업, 건설 등 공업이 21%를 차지한다(CIA 페이스북, 2017). 더불어 브라질(Embraer社)은 미국, 유럽, 캐나다와 함께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생산하는 4개국에 포함된다.
08 IT서비스와 모바일폰, 모바일 데이터서비스 등이 포함된 수치, 2015년 기준
09 2017년 중국과 브라질은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이 현지 진출이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 디지털 벤처 등 신산업 부문 진출도 가속화 중이다.
10 누방크(NuBank)는 2013년에 설립된, 무계좌 신용카드 발급 핀테크 기업으로 연회비가 없고 월별 사용금액 무계좌 입금 청구서 발행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은행계좌 유무 상관없이 발급이 가능하다.
11 WIPO-Cornell University-INSEAD Business School
12 USPTO 2010년대 통계 자체 분석결과
13 해당 제품의 관세는 최대 16%로, 이러한 장비들은 자동차 산업, 심해유전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9억 3천만 달러 규모의 각종 프로젝트에 사용될 전망이다(Comex do Brasil, 상파울루 무역관 재인용, 2018).
14 브라질의 PDP(Productive Development Partnership) 정책은 민간 제약회사와 브라질 국영 제약사가 서로 협력·생산하면 최대 10년까지 독점입찰과 정부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2017년 1월 브라질 보건부가 PDP 프로그램 재개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