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유전정보 산업의 최신 동향 및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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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이사 테라진이텍스


유전자 분석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낮아지며 이로 인한 수요가 늘어서 유전체 분석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100조 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현재 제한된 의료시스템에서 유전체 의학을 제대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23앤드미와 우시넥스트코드의 예에서 보듯이 유전체 데이터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전체 분석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



글로벌 정밀의료 산업 동향

2012년 영국 캐머런 수상이 10만 명 게놈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는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라는 국영기업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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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마침내 게놈 시퀀싱을 임상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임상에 실용화될 수 있는 경험과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영국 NHS의 미래 유전체 의학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유전성 질환, 암 질환 환자들을 위해 10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 전 세계 연구자들과 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 10만 명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미래의 진단 기술을 좀 더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 게놈 해독 센터로부터 데이터 생산, 분석, 보관, 배포하는 것에 있어 보안이 취약한 부분을 모두 파악했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 10만 유전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10월 1일부터는 NHS는 세계 최초로 전 국민 대상으로 특정 적응증에는 전체 염기서열분석(WGS, Wole-genome sequencing) 루틴 검사를 수행한다.


사실 NHS가 설립된 1948년보다 2년 전인 1946년에 런던의 한 병원에서 유전 상담이 최초로 진행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유전체 의학 서비스는 60여 년간 진행된 역사를 가지며, 국가 주도 아래 정밀의료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중국 등의 국가들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100만 명에서 1억 명 정도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대규모 정밀의료 사업들을 진행 중이고, 국가 주도하에 미래 헬스케어 분야의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유전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4,000억 원 펀드를 만들어 670여 개 정밀의료 관련 연구를 지원한다.

GTEx(Genotype-Tissue Expression) 프로젝트에 7천 명 이상의 정상인 조직 유래 오믹스 데이터(200TB), 암 게놈 아틀라스(TCGA, The Cancer Genome Atlas) 1만 명 이상 암 환자 유래 오믹스 데이터(4PB) 및 TOPMed 10만 명 이상의 다양한 만성질환 환자 전장유전체해독(WGS) 데이터(15PB)를 생산하여 정밀의료 연구 및 임상 적용을 위해 연구자들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1992년에 설립된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진뱅크(Genbank)에는 작년까지 약 2년마다 유전체 데이터가 두 배씩 늘어나다가 최근에는 이러한 대규모 정밀 의료 프로젝트를 통해 그 주기가 7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유전체 진단 규제정책을 국가 주도하에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전체 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작년 한 해에만 중국 내 유전체 시장 규모가 1.2조 원으로 성장했으며, 2022년까지 3조 원 규모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유전체 시장 규모가 3조 원 정도 규모인 것을 생각하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밀의료 사업들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실제 임상에 적용될 수 있는 경험을 쌓아 미래 정밀 의료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문적으로 유전상담이 가능한 유전상담사(Genetic counselor)의 확보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들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적절히 배치되어 유기적인 관계를 잘 형성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유전상담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문 유전상담사가 10명도 채 안 된다.

미래 정밀의료 사업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전상담에 대한 수가 인정과 이와 관련된 유전자 검사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유전체 분석 산업

2001년 휴먼게놈 프로젝트 당시 한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약 3조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지금은 100만 원 정도면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2017년까지 약 200만 명의 데이터를 생산했다고 한다.

또한, 2020년이 되면 유전체 분석 비용은 10만 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수요는 2025년까지 10억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전체 분석 시장 규모는 100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도 많다. 현재 제한된 의료시스템에서 유전체의학을 제대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가 많이 해독, 적용되고는 있지만 대부분 선천성 유전자 질병 검사나 암 진단/치료 시 수행되고 있으며, 일상적인 질병 예방을 위해서 개인 유전정보가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Direct to customer)를 받은 소비자들도 실제 유전정보와 전자건강기록(EHR, Electronic Health Record) 정보가 통합되어 진료에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료기관에서 기록된 EHR 정보만 가지고 짧은 대면 상담을 통해 그 사람의 평생 건강관리를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도구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개인의 유전체, EHR, 헬스로그 등의 빅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개인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도구를 구현할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암이 DNA 병이라는 것을 불과 40년 전에 알게 되었다.

이후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암 유전체를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되었으며, 1982년에 처음으로 암 관련 유전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2010년까지 428개, 2018년 현재까지 719개 암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게 되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바이오마커들이 대거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항암제 개발 속도가 빨라져 타깃 항암제부터 최근 면역 항암제까지 개발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암 관련 유전자들에서 발견되는 종양변이 부담(TMB, Tumor Mutational Burden)이 대부분 신생항원 부담(Neoantigen burden)이 많고 면역 항암제가 잘 반응한다는 패턴에 착안해 머커의 키투루다 임상인 KEYNOTE-001을 통해 TMB가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2015년에 처음 발견하기도 했다.

차세대유전체해독(NGS, Next Generaion Sequencing)기술이 임상현장의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범위 내로 깊숙이 들어왔으며, 현재는 이 게놈 분석 기술을 통해 잠재적인 암 환자의 신생항원(Neoantigen)을 분석/예측해 개개인의 면역 컨텍스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백신을 통해 차가운 종양(Cold tumor)을 면역 치료제가 반응할 수 있는 뜨거운 종양(Hot tumor)으로 바꿔 치료제의 반응을 높일 수 있으며, 기존의 면역 관문억제제(Checkpoint blockade)와도 함께 병용 투여하게 되면 치료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유전체해독기술(NGS)을 이용한 시퀀싱 비용이 극적으로 계속 낮아짐에 따라 병원균 진단 기술은 ‘단일 병원균 마커 → 다중 병원균 패널 → 16s 유전자 패널 → 메타게놈’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현재는 수십 또는 수백 종의 여러 다른 병원균의 게놈을 한번에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패혈증, 폐렴, 요로 감염, 안구 감염과 같은 분야에 적용한 사례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시퀀싱 방법의 특성상 병원균 독성 유무 및 약물 내성을 예측, 진균과 세균이 동시에 감염되는 복합 감염을 추적, 병원균 발병을 계통분석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추적하는 것들이 가능하다.

2017년 3월에는 옥스포드 나노포어의 민아이온을 이용해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complex)의 DNA 추출부터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까지 최소 7.5시간 만에 모두 가능했다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2017년 8월에는 민아이온으로 조산 아기(Preterm infant)들의 장내 세균 감염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임상 현장에서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어떤 병원균에 노출됐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병원균을 스크리닝한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퀀싱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분석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 시퀀싱이 진행되는 동안 동시에 분석(데이터베이스 검색)이 진행돼 최소 1시간 안에도 아기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취약한 병원균 및 항생제 내성균 감염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글로벌 유전자 검사 관련한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75,000개 존재하며 매일 10개씩 서비스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중에 차별화된 서비스는 10,000개 정도 된다. 또한, 14%는 멀티유전자 서비스인데 실제 멀티유전자 패널 서비스는 9,311개, 산전기형아검사(NIPT) 85개, WES 122개, WGS 873개의 테스트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모든 검사 중에 가장 최근에 나온 차세대 유전자 해독(NGS) 기반의 산전기형아 검사가 가장 서비스 건수가 많다.

국내에서도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기업이 20개 이상 존재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시범 사업으로 NGS 임상검사에 대해서 국가가 보험 급여를 주고 국내 60여 개 병원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어 병원에서 유전성 질환 환자 또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되는 NGS 유전자 패널 서비스도 의료기관마다 승인받아 진행 중에 있다.


개인 유전정보 산업

현재까지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는 1,800만 명 정도가 수행한 것으로 예상되며, 계속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3년 안에 약 1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개인들이 WGS로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서비스 받게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업인 23앤드미(23andMe)가 2018년 7월 25일 자신들의 고객 유전체 데이터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라는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공유하기로 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GSK는 3억 달러(3,350억 원)를 23앤드미에 투자하고 4년간 독점적으로 23앤드미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3월 26에 열렸던 국제 코호트 학회(International Cohorts Summit)에서 GSK의 유전학 연구소장인 매트 넬손(Matt Nelson)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신약개발 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2배 이상 임상시험 성공률이 높았고, 2018년부터는 신약개발에 유전체 데이터의 활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전체 데이터 활용을 위한 23앤드미와의 빅딜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투자를 포함해 23앤드미는 13번의 투자 딜을 통해 8,780억 원 투자금을 유치하고 유전체 데이터를 500만 명 이상 모았다.

주식공개상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2.8조 원의 가치를 인정 받아, 올해 말에 나스닥에 상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기반을 두고 아이슬란드 성인 인구의 대부분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한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의 자회사 넥스트코드 헬스(NextCode health)는 2015년 자신들의 유전체 데이터와 함께 우시(Wuxi)에 인수돼, 우시넥스트코드(WuXi NextCODE)라는 이름으로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발표했다.

이후 3,200억 원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약 1조 원을 훌쩍 넘어가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23앤드미와 우시넥스트코드의 예에서 보듯이 유전체 데이터가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고객이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 서비스로 받은 유전체 데이터나 유전체 서비스 회사가 직접 생산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산 보안 컴퓨팅 플랫폼’을 통해 암호화된 유전체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 유전체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파트너(제약회사)들이 나타나면 암호화된 개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제약회사에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제공한 고객들은 그 가치만큼 제약회사와 거래를 할 수 있게 중계를 해주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회사가 많이 늘었다.

이를 통해 개개인이 자신의 유전체 데이터를 암호화시켜 안전하게 공유·분석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거래가 이뤄지는 비즈니스로 발전이 가능하다.

최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의학적 연구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유전체 분석 회사가 이를 활용해 미래의 고통 받는 환자들을 돕기 위한 질병 진단 및 신약개발을 위한 큰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엄격한 규제로 유전체 분석 회사는 개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서비스한 이후 모든 데이터를 폐기해야 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가 정책과 윤리적 논의가 현재 과학발전과는 너무 큰 격차를 보여 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