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제24회 KOITA 기술혁신포럼
기술혁신, 제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난 9월 1일, 서울 양재동 매리골드홀에서 ‘제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제24회 KOITA 기술혁신포럼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OECD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
경제 성장률 기여도 측면에서도 제조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 3~4위 수준으로 평가되던 제조업 경쟁률은 2016년 기준으로 5위로 하락했다.
앞서 제조업 위기를 겪은 일본은 신사업 창출을 위한 구조조정과 신기술 도입으로 2013년부터 평균 영업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독일은 Industry 4.0을 기조로 제조 경쟁력을 3위로 끌어올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김이환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며 “생산연령인구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관한 해법은 ‘기술 기반 중심의 산업 육성’이다. 이를 위해 이번 기술혁신포럼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의 조언과 스마트공장 운영 성공사례 공유로 이루어졌다.
각 기업의 CEO와 CTO, 연구소장 등 2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은 SAP코리아 이상민 본부장, 스마트공장추진단 배경한 부단장, 두산중공업 손우형 상무, 화신정공 김철우 전무가 연사로 나섰다.
또한, AMRC코리아 김수희 선임연구원이 포럼 중 미니 세션에 참여해 'Smart Factory by AMRC Factory 2050'을 주제로 영국 셰필드대학 산하 비영리기관인 AMRC를 소개하고 스마트공장 상용화 기술 지원에 관한 정보를 전했다.
과연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발표1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스마트팩토리’다.
이 키워드를 넘어 제조업 자동화를 넘어선 제조업 프로세스와 제품을 고민해야 한다. 독일의 Industry 4.0 사례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발표_ 이상민 SAP코리아 본부장
독일의 제조업에서 얻는 지혜
우선 독일 제조업의 꽃인 자동차부터 생각해보자. 자동차업계에서 기업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자동차 생산대수다. GM은 2016년에 1천만 대를 생산했다.
이에 비해 테슬라는 그 해 불과 7만 6천 대를 생산했다. 전통적 제조업 관점에서 테슬라는 GM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평가가치 관점에서 본다면 테슬라가 우위를 점한다. 왜 이런 평가가 가능할까? 생산성 차이에도 평가가치가 높은 이유는 다른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비전 카메라는 이미지를 인식해 사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미래 선점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자동차 소유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제조업에서 이익을 증대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과거에는 공급채널 변화와 수율 향상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었고, 부가 기능을 추가하거나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팩토리는 현재 대부분 가격을 낮추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제조업 성공이 한국의 경제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독일의 고민도 비슷하다. 전통 자동차 기업은 엄청난 수의 벤더들이 존재한다. 자동차의 설계 주류가 달라지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기업의 디지털 전략 구축 필수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기존 비즈니스 강화’와 ‘혁신’이라는 두 가지를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이 두 가지 성장동력을 확보해야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 경제이론과 다른 관점에서 제조업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트렌드가 주요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애플의 경우, 자체 공장 대신 제조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지금의 시대는 생산수율을 낮추지 않고 제품의 다양성을 증대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 궁극적 목표는 개인화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전통적인 제조기업도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컴프레셔 기업인 KAESER는 기기를 파는 대신 에어 컴프레셔에서 나오는 압축공기의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SAP 역시 과거에는 설비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으나 현재는 사용자와 공급자의 네트워크를 조직해 중소기업도 저렴한 비용으로 거대 네트워크의 혜택을 볼 수 있게 구조를 개편했다.
한국의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효율화와 자동화에만 주목하고 있다. 생산 최적화와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기업 자체의 디지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발표2
스마트공장 트렌드와 발전 방향
2014년,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전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략의 결론은 제조업 부흥이다.
스마트팩토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업이 이어졌고, 현재 5,000개가 넘는 기업이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의 혜택을 입었다.
발표_ 배경한 스마트공장추진단 부단장
스마트공장추진단의 역할과 목표
스마트공장추진단은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R&D기획 및 전문인력 양성’, ‘데모공장 운영’, ‘표준화와 재직자 교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0년에 반월시화산단에 테스트베드 형식의 데모공장을 구축·운영했고, 이후 대표공장을 구축해 부품제조업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추진했다. 현재는 수준 측정 모델과 표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축기업의 스마트화 수준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구축기업의 스마트화 기준은 크게 '기초', '중간1', '중간2'로 구분한다.
기초 수준이 자재 흐름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중간1은 자재 데이터를 실시간을 분석할 수 있는 정도다.
중간2는 최적화 단계다. 사실 중간2 수준은 대기업도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단계다. 다행히 스마트공장 보급 이후 각 기업의 경쟁력은 올라갔다.
생산성은 23% 증가했고, 불량률은 46% 감소했다. 원가를 16% 절감했으며, 납기 역시 35% 이상 단축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조율하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운영자와 유지·보수 인력도 있어야 한다.
스마트공장의 동향과 발전 방향
인구 고령화 현상에 경제인구 감소는 세계적 추세다. 한국보다 위기감을 먼저 감지한 것은 독일이었다.
연방정부는 제조 부흥에 핵심을 두었으나,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4차 산업혁명 개념 안에 스마트팩토리를 넣었고, 스마트로지스틱스, 스마트그리드, 스마트모빌리티 등을 전개하며 큰 그림을 그렸다.
더불어 제품 생애주기와 비즈니스 사이클 지원, 제조 피라미드와 연관된 국제 표준을 마련했다.
독일이 생애 주기와 가치 흐름, 계층 구조 수준을 계층별 레이어 형태로 정리한 것에 비해, 미국은 핵심 기술을 중심에 두고 제품 생애주기와 비즈니스 사이클 지원, 제조 피라미드와 연관된 국제표준 등을 방사형 모델로 정리했다.
생태계에 중점을 둔 콘셉트라 하겠다.
지금은 맞춤생산 시대다. ‘대량’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개인화에 집중되고 있다.
독일이 지향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자동화’에 있지 않다. 인간 중심의 제조업으로 가겠다는 지향점이 분명하다.
가치의 무게를 사람에게 두겠다는 것이다. 고령자도 공장에서 쉽게 작업하고, 그만큼의 수익과 GDP 수준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년 역시 65세로 연장했다. 현재 한국은 스마트공장추진단을 통해 스마트공장 보급률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도 현재 정립된 표준 개념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표준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실용적 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하되, 최대한 중소·중견 제조업 현황에 맞춘 최적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기본 모델을 중심으로 업종 특성을 반영해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인체공학과 사물인터넷형 보조 디바이스를 접목한 사람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발표3
The Digital Transformation – DHI’s Digital Journey
두산중공업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한창이다. 이 시간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일반론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디지털 혁신 활동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표하겠다.
혁신 활동은 진행 중이므로, 완성형 사례는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발표_ 손우형 두산중공업 상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이유
2014년에 출간된 < 제2의 기계시대 >에서는 기술발전에 관한 한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다.
인류 초창기부터 시작해 상당 기간 문명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순간이 발생한다.
이 시기는 바로 증기기관이 개발된 산업혁명 시기다. 이때를 축으로 인류의 여러 기술과 사회 변화가 일어났다.
2차 산업혁명을 지나면서는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기기가 사람의 지력을 대체하고 있다. 그래서 제2의 기계시대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모두가 익히 아는 ‘무어의 법칙’을 예로 들자.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이 정의는 1965년 무어가 인텔을 창시할 때 짧게 쓴 보고서에 등장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2조 배 이상 컴퓨팅 파워가 늘어났다. 과거 기준으로 건물 한 채만한 컴퓨터가 스마트폰에 들어온 것이다.
2010년 전후로는 머신러닝이 부상했다. 머신러닝은 1970년대부터 개념이 존재했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머신러닝 특허출원 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매년 30~4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우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데이터는 여러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요소로 부상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여러 기업이 데이터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디지털 혁신
두산중공업에서는 5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으며 현재 ‘디지털 의제 구축’, ‘디지털화 종자 뿌리기’, ‘디지털화 준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네 단계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디지털 여정을 세웠다.
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CEO의 추진 의지다. 두산중공업은 발전 플랜트 건설 및 기자재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IT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며 소요되는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이 우리의 경쟁자가 된 것이다.
어떻게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려면 씨앗 역할을 하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4년에 디지털 혁신 조직을 만들었다. 마치 벤처기업과 같은 조직을 만들고, 그들이 종자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드웨어 기업 구성원들에게 소프트웨어적 관점을 갖도록 하려면 설득이 필요하다. 근거는 실질적인 데이터다.
데이터 저장 플랫폼을 만들어 발전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개선 가능성을 증명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인식 및 예측 영역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조회사는 기술 중심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실제 가치체계에 적용해 일하는 방식을 바꿀 때까지 결정권자의 굳건한 지지와 후원이 있어야 한다.
발표4
(주)화신정공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례
(주)화신정공(이하 화신정공)은 수동미션과 부품, 오토미션 부품, 엑슬 부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절삭가공 기업이다.
이 시간 발표하는 사례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한 예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발표_ 김철우 (주)화신정공 전무
한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과정
화신정공이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때는 2015년이다. 당시 다보스포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많은 점을 느꼈다.
현업에서 회사 운영에 일부 책임이 있는 만큼 당시 다큐멘터리에서 다루는 내용을 화신정공에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했다.
다행히 Industry 4.0 발표 이후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마중물을 통해 화신정공은 다관절 로봇을 도입했다.
기존에도 간이 자동화장비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다관절 로봇을 사용하려면 전체를 패키지화해 한 라인에서 관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 대표는 물론 실제 근무하는 직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4부작을 활용해 토요일마다 직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사 대표 역시 다관절 로봇 도입 검토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 라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실제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기까지는 1년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향후 변화를 예측할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화신정공은 예상 로봇 도입 시스템 개념도를 만들고, 다관절 로봇의 주행 축을 이용해 전체 공정을 조종하는 시스템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를 위해 기존 작업 내용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효율성을 검토했다.
로봇 자동화 과정과 성과
이전에는 소재와 공정 중간품 투입 과정을 근로자들이 수행하면서 피로도와 불량률 증가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생산량에 따른 자동 투입이 가능하도록 공급 인덱스를 설치하고, 자동 적재를 통해 불량 발생 원인을 없앨 수 있게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했다.
제품 장착과 탈착, 기계가공 등의 측면에서는 로봇 자동화가 절실했다. 로딩과 언로딩, 에러블로 등 단순 반복작업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요인이었다.
각종 기계 가공작업은 산업재해 위험이 많았고, 연마 작업 시 분진이 발생해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로봇 자동화를 구축하면서 작업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보건 문제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화신정공이 도입한 로봇과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로딩과 언로딩 등을 담당하는 6축 다관절 로봇, 로봇 주행을 구동하는 유닛과 레일 프레임 등이다.
또한, 제품별 가공 이송 등에 최적화된 그리퍼(Gripper)를 6종 개발했다.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프로그램도 설치했다.
전면적인 라인 변화로 2개의 공정을 연속 배치했으며, 이는 제품 이송 시간 단축과 이송 간 발생할 수 있는 찍힘 불량 감소에 도움을 주었다. 정량적 성과도 있다.
매출액이 3배 이상 늘었으며, 로봇 자동화를 통한 이미지 제고로 수출 기회도 커졌다.
더 많은 인력을 채용했고, 품질 개선과 신규 아이템 확보, 특허 출원 등의 구체적 결과도 얻었다.
앞으로도 화신정공은 로봇자동화 시스템의 성공적인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