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혁신 현장속으로 - (주)바이오덴 이창택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치아와 가장 유사한 소재를 개발하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이완기(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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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자식보다 낫다’ 등 예로부터 전해오는 속담 중에는 치아와 관련한 것들이 꽤 있다.

그만큼 치아 건강은 일상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치아 관리도 기능을 넘어 미학적 요소가 중요해졌다.

(주)바이오덴(이하 바이오덴)은 치아와 가장 유사한 소재를 개발하고자 애쓰고 있다.



치기공 20년 업력으로 소재 개발에 도전

바이오덴은 2015년 설립된 치과 소재 기업이다.

치기공사로 20년 이상 치기공소를 운영해온 이창택 대표가 과감하게 소재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고령화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령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이런 상황 속에 나이가 들수록 연약해지는 치아건강을 보조하는 새로운 치과 소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금이나 은으로 치아를 치료하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선호하는 치과 소재도 달라졌다. 금과 은 등의 천연소재는 내구성은 강하지만, 미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이에 치아와 유사한 색을 지닌 세라믹이나 레진 등의 소재가 대체재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라믹을 선택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라믹은 금이나 은과 비교해 내구성이 약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충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편으로 치아 색과 유사하다는 장점도 있으나, 앞니 등에 시술했을 때는 기존 치아 색과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제작상 한계가 남아 있었다.

“기존에는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만들고 그 위에 레진을 붙이면 지르코니아 표면이 매끄러워서 잘 붙지 않는 경향이 있었어요. 콤포지트 레진에 지르코니아 필러(Zirconia filler)를 혼합하면 물성이 향상됩니다. 치과소재 업계에서는 ‘신소재가 탄생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죠. 당시만 해도 지르코니아 필러 시장은 형성 단계에 있었습니다. 당연히 소재의 우수성도 있었지만, 단점도 극명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단점을 보완하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치기공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소재 개발은 처음이었던 이창택 대표.

사실 기존의 치기공소 운영만으로도 생활은 여유로웠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신규 사업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시작은 컨설팅 업체의 제안에서 비롯했지만, 그의 귀에 ‘개발’이라는 단어가 꽂히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안정적인 기반이 오히려 무너질 수도 있는 도전 앞에 그는 용기를 갖고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치과기공물은 해외에 수출할 수 없지만 소재는 시장이 훨씬 넓어요. 소재 사업을 하면 좀 더 회사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학연 협력으로 기회 창출

이창택 대표는 본격적으로 바이오덴을 설립하기 전인 2013년부터 차근차근 기술과 관련한 준비를 해나갔다.

스스로 소재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어떻게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에게 누군가 ‘정부과제를 활용해 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정부과제를 하면서 세라믹기술연구원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곳에는 소재를 전공한 박사급 연구원들이 무척 많았어요. 저도 그때부터 공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함께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그분들이 소재 전문가지만, 해당 소재를 치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응용안은 제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양한 국책사업은 바이오덴이 정착하는 데 훌륭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이 대표는 “생각보다 한국의 정부과제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외국에 나가면 초창기에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냐고 종종 묻습니다. 그럴 때 그분들에게도 정부과제가 있을 거라고 한번 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국가마다 다양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더라고요. 물론 정부과제 참여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작은 도움도 간절한 중소기업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이오덴.

하지만 계속해서 해당 소재의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대개 건강한 치아를 두고 사람들은 ‘우윳빛’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치아에는 무려 16가지의 색이 들어 있다.

어떤 부분은 투명하고, 어떤 부분은 반투명하며, 어떤 부분은 노란 기운이 감돈다.

“처음에는 지르코니아 필러를 넣으면 탁한 색깔이 나왔습니다. 사람의 치아와 유사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에칭’이라는 용매를 개발했죠. 에칭은 지르코니아 표면에 이온을 활성화해 레진 시멘트와 포세린 등 치과 재료와의 접착 강도를 강화시킵니다. 부착력은 좋아지고 충격이나 마모에는 강해지죠. 그렇게 계속해서 조건을 조절해 가면서 더 오래가고 색깔이 자연스러운 인공치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2016년에는 치아 수복물의 접착면 처리 방법을 비롯해 지르코니아의 접착강도 개선 등 관련 기술을 국제 특허에 등록했다.

지르코니아 표면처리 기술을 특허 등록한 것은 세계 최초 사례이다.
 
바이오덴은 기술을 넘어 제품의 영업 구조와 판매 시스템을 혁신해 효율적인 영업성과를 내는 기반도 마련했다.

2017년에는 임플란트 시술에 사용하는 보조기구인 지그(Jig)를 주사식 투입방법으로 제작한 광중합레진 제품인 지그겔 관련 특허를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좋은 치과 소재를 사용하면 장기적으로는 환자도 치기공소도 이익이다.

환자는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치기공소에서도 제작 시간을 단축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마음으로

특허 기술 확보에 집중한 바이오덴은 국내외 전시회와 학술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미국과 두바이, 독일 등지에서 열리는 기공세미나와 해외 전시회에 9차례 참가했으며, 국내 서울국제치과 및 기자재 전시회에도 14회 이상 참여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임에도 인지도 향상을 위해 과감하게 TV 광고를 단행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기회가 닿는 대로 해외 주요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덕분에 회사 설립 3년 만에 직원 수 16명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중 40% 정도가 연구 인력이다.

바이오덴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연구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연구개발이 곧 회사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 회사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제조업체들이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조업 기반의 많은 회사가 중국의 추격과 추월로 힘겨워하고 있는데요. 우리 회사 역시 항상 긴장감을 느끼면서 조금 더 발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 바이오덴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 유럽, 중동, CIS 등 전 세계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치과소재는 부가가치가 높아 장기적으로 대외 무역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이오덴은 계속해서 해외 시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얼마 전에도 KOTRA를 통해 해외 8개국 바이어가 바이오덴을 찾았다.

“2016년 메디컬 기구 시장 자료에 따르면 치과재료분야의 시장 규모는 13조 원에 달합니다. 세계 시장은 매년 6.1%씩 상승해 2021년에는 19조 원으로 시장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국내 치과재료 시장규모 역시 연평균 8.3%씩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세계 시장의 성장속도보다 훨씬 빠르죠. 그만큼 업계 전망도 밝습니다.”

연구개발에 집중해온 바이오덴은 2019년을 기점으로 생산력 증대에도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생산성을 높이면 인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창택 대표는 장기적으로 바이오덴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