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힐세리온 류정원 대표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공동 작성_ 남정호 전무((주)INI R&C),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 류정원 대표 (주)힐세리온
이른바 4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ICT와 모바일 기술이 건강 관리 및 의료 서비스산업에 융합된 서비스다.
언제 어디서나 개인별 건강 상태를 측정·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관리·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산업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와 IT 기술을 융합한 미래형 원격의료시스템인 유 헬스케어(U-Healthcare)가 주목받고 있다.
그에 따라 진단장비의 소형화를 통해 휴대성을 높이는 의료 영상진단 기기 또는 하나의 장비를 통해 다양한 검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제품 등의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환자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인증절차가 까다롭고, 의사들의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가 요구되는 등 진입장벽이 높아 중소기업이 신규 진입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 서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초음파 영상진단 장치의 경우 제너럴 일렉트릭(GE), 필립스(Philips), 지멘스(Siemens) 등 거대 자본을 지닌 대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6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개발로 초음파 의료기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의료기기 강소기업, (주)힐세리온(이하 힐세리온)의 기술개발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소논’ 탄생의 배경
2012년 설립된 힐세리온은 부피가 크고 무거웠던 기존 초음파 진단기를 손바닥만 한 크기로 축소해 휴대성을 높이고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연결,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영상 진단 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업체이다.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류정원 대표의 응급실 근무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류 대표가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2011년 가을이었다.
어느 날 만삭의 산모가 앰뷸런스에 실려 왔는데 산부인과가 없어 근처 대형병원으로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가 모두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병원에 있는 대형 초음파 장비는 무용지물인 응급 상황에서 류 대표는 들고 다니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초음파 장비만 있었다면 환자의 몸속 상태를 빨리 확인하여 산모나 아기 둘 중 한 명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의대에 가기 전인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전자공학을 복수전공한 류 대표는 이듬해 봄, 의사 가운을 벗고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개발을 목표로 힐세리온을 창업했다.
그리고 개발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4년 말,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소논(SONON)’을 출시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초음파 의료 영상기기는 인체 내에 초음파를 조사하여 비관혈적으로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는 장치로, 인체 내의 장기 및 조직의 구조 영상, 혈류 정보 및 영상, 조직의 특성 및 기능 분석 등의 기능을 이용한 진단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초음파 장비는 덩치가 큰 장비여서 검사실에 고정돼 있었다.
만일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다면 각종 사고 및 재해 현장 등에서 응급구조요원이 초음파 진단을 수행하거나, 원격지에 있는 의사와 협진이 가능하며, 의료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병원으로 옮길 수 없는 소나 말 등 가축을 대상으로 수의사가 목장에서 초음파 진단을 수행할 수도 있을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힐세리온이 개발한 소논은 바로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와이파이·3G·LTE 등 무선통신망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아이패드·태블릿PC 등을 통해 환자의 초음파 영상을 볼 수 있는 현장진단용 POC(Point-Of-Care)초음파 진단기다.
기존의 초음파 진단기기는 약135㎏으로 이동성이 낮고 대당 가격이 1억 원 이상으로 가격적 부담이 컸다.
반면 힐세리온의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는 390g으로 한 손으로 장비를 들 수 있으며, 대당 가격도 1천만 원을 넘지 않아 경제적이다.
GE와 지멘스 등 국외 대기업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지만 대부분 유선이고, 무게도 무거우며, 한번 충전한 뒤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1~2시간에 불과하다.
반면 힐세리온의 초음파 진단기는 6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이 우수하다.
힐세리온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는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5월, IR52 장영실상을 받았고 7월에는 미국 내 시판도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10월 해당 기기를 1차 의료기관(Primary care provider)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현재 소논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일본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진행중이며, 미국·한국·유럽·중국·캐나다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였다.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개발이 어려운 이유
초음파 의료 영상기기의 원리는 인체에 송신된 초음파가 인체 내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신호를 수신하여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발사된 초음파가 인체조직 간의 경계면에 부딪히면 초음파의 일부는 진원(Transducer) 쪽으로 반사되고, 나머지는 계속 진행한다.
변환자에서 수신된 초음파 신호는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고 일련의 신호 및 영상처리 과정을 거쳐 영상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음파 진단기의 전원으로 고압(±100V)과 저압(±5V)이 동시에 사용이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열 발생도 많으며, 소형화하기도 어렵다.
또한, 인체에서 반사되는 초음파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진단기 외 부뿐만 아니라 내부 부품에서 발생하는 작은 노이즈(Noise)도 영상 구현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노이즈를 방지하기 위한 부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휴대용으로 제품화하기에 어려운 요소가 되고 있다.
즉, 기기가 크다면 열 발생 관리도 여유가 있고 부품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 반영도 쉽지만, 소형화하면 이런 모든 것이 성능의 저하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개발 초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러 다녔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개발 동기는 좋으나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니 다른 제품을 개발하라’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제품인 만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원칩 솔루션 기술, 고정밀 잡음 제어 기술, 저전력 설계 기술 같은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적용함으로써 개발에 성공하게 되었다.
고정밀 잡음 제어 기술은 무선통신의 노이즈나 기타 회로상의 열노이즈를 제어하여 초음파 신호의 SNR(신호대비 잡음비, Signal-to-Noise Ratio)을 높이는 기술이다.
원칩 솔루션 기술은 초음파 기기의 핵심 기술로, 초음파 영상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빔포머(Beamformer)를 원칩 솔루션(One-Chip Solution)으로 구현하여 기존의 여러 개의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및 관련 회로 부품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장비를 휴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소모 전력을 최대로 줄일 수 있는 저전력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하였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초음파 영상을 보고 진단 할 수 있는 모바일 솔루션 기술을 개발하여 안드로이드와 iOS 전용 앱을 선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세논 개발 과정에서 돋보인 힐세리온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기술개발 성공 요인
(1) 고정관념을 깬 혁신과 도전정신
세계는 지금 모든 기술 분야에 걸쳐 혁신을 통한 기술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산업기술연구원(IRI)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성능을 갖춘 지배제품(Dominant Design), 기존 성능을 5∼10배 이상 개선한 기술진보, 30∼50% 이상의 비용 절감 등의 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정관념의 타파이다.
앨빈 토플러는 “읽는 것, 보는 것을 전부 믿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에 대해서든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다.
언제나 의문을 갖고 상식을 부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생존하는 비결”이라고 하면서 고정관념 타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법대로 편집하여 이해하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 속에서 안주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예로 아사히 맥주는 ‘맛을 바꾸면 실패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슈퍼드라이라는 신제품을 성공시켰고, 1985년 경영위기에 빠진 이후 10년 만에 우량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힐세리온이 휴대성과 편리성 및 진단 성능을 모두 갖춘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제품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차라리 그 노력으로 다른 제품을 개발하라고 조언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이러한 콘셉트의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힐세리온은 제품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해 개발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힐세리온은 남들이 모두 불가능이라 말할 때, 도리어 성공만 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기술개발을 시작하였다.
이는 다양한 아이디어 도출로 이어졌고, 결국 제품 개발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과 철학
힐세리온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는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의료기기를 만들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신념에서 탄생하였다.
무엇보다 기업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철학이 없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는 기업 철학에 공감하는 개발자들로 팀을 꾸려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반복되는 실패는 연구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때마다 류 대표는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면서 연구원들을 독려했다.
“우리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개발에만 성공하면 여러분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는 말로 개발자의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마침내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고, 이러한 사명감과 철학은 회사의 성공 및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약 2분에 1명꼴로 산모가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러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기간동안 산전 진찰 5회와 시설 분만을 권고하고 있는데, 초음파 진단은 가장 중요한 진단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저개발국가의 소외 지역은 초음파 진단 장비와 초음파 진단이 가능한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해 기본적인 진단조차 받기 힘든 ‘의료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
힐세리온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는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휴대가 간편하며, 의료진의 스마트폰·태블릿PC와 무선으로 연결되어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초음파 진단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초음파 영상 자료를 원격지에 있는 병원 또는 전문의에게 보내서 진단을 받는 원격 협진 또는 원격 진단이 가능하므로 의료 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힐세리온의 제품은 CTS 프로그램01을 통해 2016년 베트남 광찌성에 진출, 광찌성 흥화현(Huong Hoa district) 내 보건소장 20명을 대상으로 초음파 진단 이론 교육(기초 초음파 강연, 산전 진찰, 응급진찰 및 일반 초음파 진단) 및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Sonon 300C)를 이용한 실습교육(Hands-oncourse)을 실시했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세트를 보급하는 등 의료 불균형 해소에 기여를 하고 있다.
(3) 동반성장을 위한 성과 공유제
일반적으로 기술이 사업화되어 수익으로 환원되는 과정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큰 비용이 들며, 리스크 또한 매우 높다.
그래서 창업 초창기의 기업은 직원에 대한 복지나 인센티브 제도 등을 운영하기가 어려운것이 현실이다.
특히 힐세리온은 세계에 없는 기술,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계획보다 개발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로 인해 여러모로 여유를 갖기에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세리온은 직원의 교육비, 자기계발비, 문화생활비 등의 50%를 회사가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설립 이래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임금 또한 여타 중소기업 대비 30~40% 정도 높은 수준이며, 직원 수도 1년 만에 두 배 늘어났는데 앞으로 50%가량을 충원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 말 나스닥 상장기업과 5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향후 회사 상장 시 성공을 공유하기 위한 주식 공유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 중심의 기업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장수를 바라는 인류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병으로 고통받으며 오래 살기 보다는 젊은 날의 활력을 유지하며 건강히 오래 사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질병에 대응하는 의학의 패러다임도 치료에서 진단과 예방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성공사례헬스케어 산업도 발맞춰 성장하고 있다.
힐세리온은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멀티스캔이 가능한 휴대용 초음파 진단 기기를 개발 중에 있으며, 기존 개발 제품의 기능을 하나의 기능으로 통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추세에 맞추어 현장 진단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능을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초음파 진단이 미숙한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업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익을 내야 하는 집단이며, 힐세리온 역시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하지만 힐세리온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일과 인류의 건강한 삶에 공헌하는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돈이 아닌 사람 중심의 기업, 힐세리온에게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
01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국내 혁신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지원, 개발도상국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임팩트를 일으키고자 만든 “개발도상국 문제해결형 챌린지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