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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빨강, 하양, 녹색 바이오 이야기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4차 산업혁명’이 미래사회의 경제체제나 사회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기술혁명으로 대두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제안된 개념으로 디지털 과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로봇 기술, 생명공학 기술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기술혁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도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바탕에는 식량, 에너지, 환경, 보건의료 문제가 함께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으며, 그 문제의 해결 중심에 '바이오 기술(BT, Biotechnology)'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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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술은 생명을 지닌 유기체나 생물 시스템을 활용해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특정제품을 만들거나 활용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바이오 기술의 응용 분야는 특성에 따라 빨간색의 레드바이오(Red Bio), 하얀색의 화이트바이오(White Bio) 그리고 녹색의 그린바이오(Green Bio)로 구분이 되고 있는데, 이들 세 가지 색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그림 1).

보건·의료 분야의 바이오 기술을 일컫는 레드바이오에서 ‘빨간색’은 피의 붉은색에 연유되어 붙여진 말이다.

레드바이오 기술은 인류가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왔고, 앞으로도 대응해 나가야 할 신종 감염 출현, 만성질환 증가, 고령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 의학, 바이오 장기, 백신 개발, 의료 서비스 등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이오 산업에서 성장이 가장 빠르고, 시장 규모도 매우 크게 확장되고 있는 레드바이오는 크게 IT헬스케어(Health Care)와 바이오 신약 분야로 구분된다.

BT(바이오 기술)와 IT(정보 기술)가 융합되어 이루어진 IT 헬스케어 분야는 의료제품 개발 및 의료 서비스 영역으로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및 예방을 위한 기술개발, 세포치료제, 항암치료제, 호르몬제, 백신 등과 같은 신약개발 기술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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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질병 연구를 위한 형질전환 모델동물 개발, 인공장기 생산을 위한 복제돼지 개발(그림 2) 등도 레드바이오 기술 분야이다.

환경·에너지 분야의 바이오 기술을 일컫는 ‘하얀색’의 화이트바이오는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맑은(하양) 공기로 바꾸어주는 산업생산 공정과 연계되어 붙여진 이름이며,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화석연료 고갈,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의 미래 문제에 대처하는 기술이다.

화이트바이오 기술에는 새로운 효소를 생산하는 바이오 공정기술, 바이오 에탄올이나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기술, 바이오 식품 산업,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 환경 모니터링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 에너지원이 되는 바이오 매스(생물체)나 음식물 쓰레기, 축산 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들어낸 연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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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연료의 실례로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직접 추출한 전분을 발효시켜 얻을 수 있는 바이오 에탄올(그림 3), 유채나 콩 등의 유지작물이나 폐식용유를 알코올 반응시켜 얻는 바이오 디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나 축산 폐기물을 발효시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얻는 바이오 가스 등을 들 수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일반 플라스틱에 반해 식물자원을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분해가 가능하다.

식량·자원 분야의 바이오 기술인 ‘녹색’의 그린바이오는 신선한 초록색 작물의 색깔에서 유래한 말로, 식량부족 문제 해결, 고품질 품종 개량, 스마트 팜(Smart Farm)과 같은 농수산업 분야에 응용이 되는 바이오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그린바이오 기술은 제초제나 바이러스 저항성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생산이나 생산성이 증진된 식물 종자를 개발하는 식량자원개발 분야와 환경조건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 시스템 분야로 구분된다.

스마트 팜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식물공장은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적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 햇볕의 양, 이산화탄소 농도, 토양 등의 분석 결과를 이용한 제어장치 작동을 통해 시설의 적정사육 상태를 유지시켜 작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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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팜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원격 관리도 가능하며, 농업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생산성과 효율성 및 품질 향상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시키는 그린바이오 기술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그림 4).

1996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몰리(Richard E. Smally)박사는 21세기를 맞이하며 앞으로 50년 동안 인류가 풀어 나가야 할 10대 과제로 ▲인구 증가, ▲에너지 문제, ▲식량 부족, ▲물 부족, ▲질병, ▲빈곤, ▲환경 악화, ▲테러와의 전쟁, ▲교육 ▲민주화 등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들 10대 과제 중 많은 문제 해결의 중심에 바이오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빨강바이오 기술은 질병에 대응하는 기술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 하양바이오 기술은 바이오 에탄올이나 바이오 디젤 생산을 통한 에너지 문제 해결과 환경 개선 등에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녹색바이오 기술은 인구 증가와 식량부족 그리고 빈곤문제의 해결 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분야 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경제(Bioeconomy)
시대로 열리고 있다.
 
바이오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의한 개념으로,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 제품의 보급과 서비스를 향상시켜 인류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바이오 기술 기반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 경제 국가전략을 담은 '제3차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2017~2026)'이 마련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신약후보물질 개발, 신개념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유전체 기반 맞춤형 의료, 의료 환경 변화를 선도할 BT-IT 융합기술개발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빨강, 하양 그리고 녹색 바이오 기술이 바이오 경제의 기반이 되어 우리 인류에게 안녕과 복지를 안겨주는 ‘꿈의 과학기술’ 시대가 활짝 열리는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