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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과학세상 - 내륙(內陸) 지역에서 바다를 찾는다?

역발상 과학세상은 역발상으로 우리 삶을 유익하게 만드는 과학기술들을 다양한 실례들과 함께 소개합니다.

글_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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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원하는 것을 엉뚱한 곳에서 찾으며 시간낭비를 하다가 괜한 헛수고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만큼은 이런 사자성어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내륙 지역에 조성하는 과학관과 양식장은 모두 있을 곳이 아닌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거나 미래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행동이 얼핏 보면 헛수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때때로 이 같은 헛수고가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국토의 중앙부에 세워질 해양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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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6년, 충청북도는 해양과학관을 청주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당시 건립 계획 관련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개 광역 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인접해 있지 않고 내륙에 위치한 곳이 충청북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해양과 관련된 48개의 시설은 모두 해안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남해안의 23곳을 비롯하여 서해안과 동해안에 각각 7곳과 8곳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해양과학관의 건립 취지가 발표되면서 황당하다는 의견은 사라지고 참신한 역발상적 계획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전 국민이 바다를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해양강국이 될 수 있다는 취지 아래 바다를 보기 어려운 도민들에게도 해양과학관을 통해 바다의 가치를 알도록 해주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물론 해양과학관은 도민들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는 것이 충청북도의 설명이다. 국토의 한가운데인 청주에 해양박물관이 세워진다면 접근성이 좋아져 보다 많은 국민들이 해양관련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만약 청주에 사는 시민이 경북 울진의 해양과학교육관을 가려면 차로 3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고, 부산의 해양박물관까지도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가장 가까운 충남 서천의 해양생물자원관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대해 해양과학기술원의 관계자는 “국토의 중심부인 청주에 해양과학관이 건립된다면 현재의 해양문화체험시설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접근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청북도가 밝힌 해양과학관의 개요를 살펴보면 지역 색깔을 배제하기 위해 청주라는 명칭을 없애고 ‘미래해양과학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물 외관은 국내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중생대 암모나이트 모형으로 지어 이곳에 해양 생태관과 해저 체험관, 그리고 해양 바이오관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충청북도가 추진 중인 미래해양과학관 건립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의 선정을 위해 해양수산부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신청하게 되는데, 기획재정부는 사업의 적합성과 타당성 등을 분석한 후 오는 12월 선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내륙 지역에 마련된 새우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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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大蝦)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다다. 어부들의 그물에 걸린 자연산 새우나 인근 해안가에서 키우는 양식 새우는 모두 바다가 길러낸 수산물이다.

하지만 이런 새우를 바닷가가 아닌 내륙 지역에서 키우는 양식장이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장리 일대는 주변에 바닷물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완전한 내륙 지역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바다새우를 키우는 양식장이 위치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예진수산영어조합법인의 박진수(61) 대표다. 박대표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5년 전 부터 대하를 양식하고 있다.

1,455㎡ 규모의 육상 수조식 양식시설에는 15만 마리의 새우가 자라고 있는데, 이는 기존 양식장의 50배가 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바다에서만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대하를 박 대표는 어떻게 내륙에서 키울 생각을 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박 대표는 “15년 간 해안 근처에서 양식해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대하의 서식 환경만 맞춰주면 양식하는 장소는 별 상관이 없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서식 환경을 맞추기 위해 직접 서해의 바닷물을 공수한 뒤 물을 교환하지 않고도 대하를 키울 수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친환경 양식기법을 적용했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암모니아와 사료 찌꺼기를 완전히 분해하는 수질 정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바닷물로만 키우는 것이 기존 양식의 방법이었다면, 국립수산과학원의 방법은 미생물을 활용하여 생산한 일종의 배양액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외에도 배양액을 처음 준비할 때 바닷물과 함께 민물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또 다른 내륙 양식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내륙 양식의 놀라운 성과는 출하량에서 드러난다. 바다 양식의 경우 3.3㎡당 1㎏의 새우가 생산되는 반면, 예진수산의 양식장에서는 최대 50㎏까지 출하되고 있다.

이 같은 출하량 덕분에 박 대표는 매년 억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초기 시설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3.3㎡당 70만 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비가 일반 양식장 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다만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포장 새우 판매가 늘어 판로에 대한 걱정이 없고, 먹이통을 사용함으로써 사료비도 절감되는 것을 모두 고려하면 바닷가 양식보다 더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내륙에 해양과학관을 짓거나 바닷물 양식장을 조성한 것이 ‘연목구어’만은 아닌, 오히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중한 발견’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떠올리게 한다.
 
내륙에 지어져 황당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해양과 학관이나 바닷물 양식장이 먼 훗날 우리나라의 해양과학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