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미국의 강력한 힘, 혁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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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승우 책임연구원
LG경제연구원


오늘날 미국은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국가로 손꼽힌다. 지속적으로 혁신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미국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실패에 굴하지 않는 기업가정신,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개방적 문화가 뛰어난 기술과 비즈니스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혁신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및 대기업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혁신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학자 슘폐터의 주장처럼 혁신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필수 역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분야와 업종을 막론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혁신경영을 배우는 데에 여념이 없다.

혁신 성장의 비결을 배운다면 가장 이상적인 벤치마킹 대상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지만, 대다수는 글로벌 경제의 선두 주자 미국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풍부한 인구와 내수 시장, 높은 소득 및 과학과 공학 교육 수준 등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경제 인프라를 갖춘 나라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장점 못지않게 뛰어난 경쟁력이 바로 혁신 창출 능력이라고 말한다.
 
인종과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새롭고 기발한 제품과 아이디어로 창업하여 당당히 경쟁하고, 여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가치가 수천 배 높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미국의 경제발전을 이끌고 있다.

또한, 담대한 목표 설정과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우주공학, 뇌과학, 바이오 등 여러 영역에서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들도 이전부터 미국의 성공을 배우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였다.

현재 미국의 혁신 성장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 사례는 바로 실리콘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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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컴퓨터, 인터넷과 전기자동차 등 숱한 첨단 기술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는 전기전자, 컴퓨터, 바이오 등 각종 분야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새로운 스타트업의 등장도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부흥을 이끈 스탠포드대학 출신이 창업한 기업은 1930년대부터 약 4만여 개에 이르고 여기에서 창출된 일자리도 무려 54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IT 거품과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첨단 기술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등장하는 혁신의 전진 기지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에는 미국 벤처캐피탈 투자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충분한 창업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창업부터 상장까지 각 단계에 특화된 투자 자본이 풍부하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스타트업은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 기업만이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이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법률, 회계, 자문 등 다양한 비즈니스 서비스 기업도 있어 창업자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는 실리콘밸리를 본받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실리콘밸리의 강점을 모방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산업 기지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리콘밸리 수준에 근접한 성공 사례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대다수 국가들은 대체로 창업지원 정책이나 인프라 구축 등 혁신 성장의 외형적 특징만을 모방하기 위오라클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서는 혁신 추진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즉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고유문화가 바로 미국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것이다.

혁신 성장의 표면적 장점은 쉽게 배울 수 있다 하더라도 문화는 쉽게 배우기 힘들다. 문화를 형성하는 요인들이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머튼 교수는 혁신 기술과 제품의 등장 주기는 매우 빠른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변화는 아주 느리기 때문에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혁신 문화의 배경은 무엇보다도 실패에 굴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다. 창업에 대한 실패 가능성은 미국이라고 결코 낮지 않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쉬크하 고쉬 교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벤처캐피탈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75%가 투자자에게 원금조차 돌려주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실리콘밸리는 1850년대 캘리포니아 지역 금광을 찾아 수많은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인구의 증가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였고, 이후 IT 산업을 중심으로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전을 미덕으로 간주하는 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릴 수 있었다.

스탠포드, 버클리 등 실리콘밸리 유수 대학에서는 해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된다.

그러나 이들의 상당수가 안정적 진로 대신 창업을 택하거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입사한다. 이들은 과감한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훗날 개인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강하다.

설령 이런 시도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이는 더욱 큰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자본과 사업 노하우를 창업 생태계에 재투자하면서 다른 이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이 실리콘밸리 전반으로 확대되는 데에 크게 공헌했다.

또한, 개방적 문화 역시 미국 혁신 성장의 일등 공신이다. 실리콘밸리 등 주요 창업 생태계는 어느 지역보다도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기꺼이 협력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창업 생태계를 일군 기업을 중심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가 형성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이 무수히 등장하면서 기업 간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실리콘밸리 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구축되었다.

특히 1960년대 IT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기점으로 전문 인력 및 지식의 교류가 한층 강조되면서 개방적 사조는 한층 견고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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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유의 개방적 문화는 엄청난 혁신 성과를 가져왔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의 절반가량이 이민자들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인텔, 이베이, 구글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뛰어난 능력의 이민자들이 설립한 기업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급성장한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들은 과감한 기술과 비즈니스 활동으로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혹은 전에 없던 시장을 창조하는 등 혁신 경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의 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IT를 넘어 자동차, 헬스케어, 바이오 등 여러 분야가 융합되는 기술과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뒤를 이어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는 선순환의 기저에 미국의 혁신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혁신 문화는 비단 스타트업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들 역시 초창기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혁신 문화를 사내에 전파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험을 반복하거나 외부와의 R&D 협력을 늘리는 등 직원과 조직의 혁신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의 노력은 비대한 조직의 관성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고 과감한 발상과 시장 개척을 촉진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혁신 문화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를 그대로 이식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많은 부분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역사 및 사회적 배경과 산업 구조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모방 전략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미국이 글로벌 혁신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 비결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혁신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웠던 원인을 분석하고, 다각적 관점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창의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