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06 - 미국 혁신 문화의 이해 및 접근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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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섭 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혁신은 고되고 지속적인 노동의 산물이다.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고 물질과 물질을 자유롭게 연결해 조합하는 선택과 집중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혁신 활동 추진 현황 및 한계를 살펴보고 미국 혁신 문화를 이해하며,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의 혁신 활동 추진 현황 및 한계

점점 낮아지는 혁신역량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 프랑스 사립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titut Europe'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 INSEAD),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가 공동으로 발표한 글로벌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GII)의 순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16년과 2017년 11위였으나 2018년은 12위로 내려앉았다.

싱가포르와 일본(14위 → 13위), 홍콩(16위 → 14위), 중국(22위 → 17위), 호주(23위 → 20위) 등 상위 20위 이내에 든 아시아 국가는 순위가 상승했으나 우리나라만 유독 순위가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순위 하락은 지식·기술과 관련한 성과 분야가 6위에서 9위로 3단계 떨어졌고, 창의적 성과 분야가 15위에서 17위로 2단계 낮아져 혁신역량이 뒤쳐진 데 기인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국가경쟁력에 대해 3대 분야, 12개 부문, 114개 세부항목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26위에 머물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11위를 기록했던 2007년 이후 13위(2008년), 19위(2009년), 22위(2010년), 24위(2011년), 25위(2013년), 26위(2014년)로 계속 하락하던 순위가 멈추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위권 밖에 머물고 있음은 사실이다.

분야 및 부문별로 볼 때 혁신역량을 반영하는 기업혁신 부문이 추세적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혁신 부문(20위 → 18위)이 강점이지만 2017년 강점지표는 인구 백만 명당 국제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PCT) 특허출원 건수(5위) 1개에 불과하다. 기업의 R&D 투자 적극성과 혁신역량이 각각 5단계 하락하였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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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는 우리나라 경제가 선진국 가운데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12개 부문간 불균형이 크므로 앞으로 혁신역량 우위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역량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국가경쟁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혁신 정책과 문화의 강점

미국 혁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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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혁신 정책은 ‘첨단제조파트너십’과 ‘새로운 미국 혁신 전략’을 들 수 있다.01

'첨단제조파트너십'은 제조업의 해외유출을 되돌리기(re-shoring) 위한 정책으로 R&D 투자와 인프라 확충을 중심에 두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혁신센터를 전역에 확대하는 국가제조업혁신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새로운 미국 혁신 전략’은 연방 정부의 역할인 혁신을 위한 3대 요소와 이를 구현할 3대 전략적 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02


미국 혁신 문화의 강점

첫째, 중국·인도·이스라엘계를 비롯한 인종 분포의 다양성은 미국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힘이 되고 있다.

단결된 하나의 국민으로 만드는 기반을 혁신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자국 국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가치창출의 원천을 혁신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 서비스, 공정기술을 모색하고 일자리와 서비스, 제조 역량을 향상시키는 역량이 혁신을 통해 창출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는 우주기술, 나노기술, 생명과학, 대체에너지 등 하이테크 산업이 선도하지만 전통산업도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하이테크 산업부터 전통산업에 이르기까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혁신활동으로 개척하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일자리를 자연스럽게 창출한다.
 
연방정부의 과학진흥기구인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은 “대중의 연구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Research: PUR)라는 개념을 탐색하고 있다.03

국민은 과거 과학에 대한 내용보다 자신의 일상생활과 연관성이 큰 현재 혁신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여 미국국적을 지닌 일반인 누구라도 혁신활동을 뒷받침하는 연구 정보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둘째, 네트워크(network) 중심의 소프트웨어 혁신 문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동력 바탕에는 글로벌 네트워킹이 있다.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글로벌 네트워킹은 우수한 인적자원 유입의 기회를 만들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신의 모색은 기업가정신이 저절로 묻어나게 만드는 산실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인텔이 생산 및 제조는 애리조나주나 뉴멕시코주의 지역적 경쟁우위를 활용하지만 디자인 및 시험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비교우위를 찾으므로 혁신의 분업화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인적자원의 순환과 기업가정신이 발현된다. 정부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함으로써 전후방 활동을 연결하고 여러 부문을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한다.

정부는 시스템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규범을 제정하고 집행한다. 미국 과학진흥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AAS)는 2003년부터 “과학과 일상경험 계획”(Science and Everyday Experience Initiative)을 출범시켜 소수민족이 모여 있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과학기술 정보의 제공과 네트워크 구성을 지원하고 있다.

셋째, 클러스터(cluster) 기반의 하드웨어 혁신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미국의 혁신 클러스터 개발사례 및 성공·실패요인을 분석하였다.04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요인은 핵심역량, 펀딩, 리더십, 연구자, 기업역량, 제품수요, 기반 시설, 아이디어, 규제, 근로자, 편의 시설, 장기비전 등이며, 혁신 클러스터의 실패요인은 실현 가능성 및 타당성 있는 전략계획, 현장 및 기술 이해도가 높은 과학자 및 기업인 의견 수렴의 하향식 접근, 역량 부족, 이익 상충 등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제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한 Manufacturing USA 프로그램, 즉 대학, 연구자, 창업가 간의 협동연구 촉진을 통한 첨단제품 개발 및 제조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클러스터의 장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동차용 경량 소재, 가상현실, 로보스틱 등 첨단 제조업의 융합에 힘을 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클러스트를 융합밸리로 만들고 있는 예를들면 IT가 새로운 혁신기술을 확산시켜 BT·NT와 융합하고 이 산업이 리서치·디자인·엔지니어링·마케팅 기능을 연계하고 있다.
 
미디어의 융합(N스크린), 화폐의 융합(핀테크, 가상화폐), 콘텐츠와 디자인의 융합, 생활의 융합(증강현실), 제조의 융합(3D 프린터) 등 첨단산업의 저변에는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두뇌 환류(Brain circulation)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혁신 문화의 활용 방안

사람 중심 개방문화로 사회가 일신돼야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인력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부족하고 투자 여력 또한 부족하여 개방적 구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외부 자원의 기대치가 낮다.

초연결·초지능 기반의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과학기술·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술 등의 기반을 확보하고 신산업·신서비스 육성 및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 및 확보가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싹트기 좋은 지식중심 환경을 지닌다면 창의적 인재는 혁신을 확산하는 발명가이면서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창의성을 갖고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위험을 감내하고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이해하는 개방문화로 사회가 일신돼야 한다.


삶에 도움을 주는 혁신 문화가 형성돼야

일반인이 기술혁신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1985)05는 일반인이 과학의 이해를 증진하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원활히 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의 과학소양을 문화로 향유할 수 있어 삶의 수준 또한 높아진다 하였다.

혁신을 내재한 과학기술이 삶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삶에 도움을 주는 혁신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혁신이 단지 편리함을 주는 문명의 이기나 경제·산업 발전의 도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혁신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기술진보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상문화로 체화될때 국가경쟁력 향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에 혁신 문화를 녹여야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 등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은 그 어느 때보다 증가되지만 임금도 줄고 일자리 수도 줄어드는 새로운 현상을 겪고 있다.
 
미래사회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가 일자리 구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숙련 노동자 수요가 증가하지만 반면, 저숙련 노동자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일자리 구조의 변화 기저에는 직무 변화가 뒤따르므로 이에 적응하려면 역량을 키워야 한다. 미래사회 일자리 구조는 일하는 내용의 변화를 가져오므로 일하는 능력, 일하는 방법의 혁신을 필요로 할 것이다.


지역 우위 기반의 클러스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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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업집적 공간구조는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므로 민간기업 연구개발자원의 공간분포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클러스터는 투자촉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Porter(1990)06가 제시한 발전단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직 혁신이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하는 클러스터는 구성 주체들이 균형을 이루고 서로 경쟁, 협력하는 유기적이고 자율적인 메커니즘을 형성해 스스로 진화한다.

클러스터 진화과정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원천이 지식이다. 지식을 함양해 세계시장이 인정하는 지역 경쟁우위 분야를 발굴해야한다.

이는 국내외 산업 및 기업 동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필요로 하며,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기존 클러스터와 경쟁하기보다 보완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혁신 주체별 수평적 협업체계 강화

우리나라 혁신정책의 패러다임은 정부 주도를 탈피하고 있으나 거버넌스가 통제와 조정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처 간·사업 간 예산 배분·조정, 유사중복 방지(예산 및 평가), 과제 집행의 부정행위방지, 투자 효율성 제고 등 정부 주도의 관리 중심 기능 위주는 미래지향적 혁신 문화를 조성할 수 없으므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연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대학, 기업, 공공연구기관 등 혁신 주체가 초지능·초연결 사회에 적합하도록 수평적 개방형 협업체계를 유지하여 상호 존중 기반 하에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혁신 추구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중심의 혁신 문화를 형성하는 미국 정부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교량의 역할을 할 뿐이다.

 


01 김승현(2017),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주요국의 혁신정책”, Focus, Entrepreneurship Korea, 과학기술정책연구원, Vol.5, pp.3~4.

02 백악관(2015.10.21.) https://www.whitehouse.gov/sites/default/files/strategy_for_american_innovation_october_2015.pdf

03 Field, H. and P. Powell(2001),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versus Public Understanding of Research”,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Vol.10, No.4, pp.421~426.

04 Baily, M. Neil and Montalbano, Nicholas(2017), Clusters and Innovation Districts: Lessons from the United States Experience, Brookings Institution.

05 Royal Society(1985), The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London.

06 Porter, M.(1990),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New York: Free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