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미국 유니콘 기업의 혁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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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경 연구원
한국무역협회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은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산업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로 산업 패러다임을 흔들어 시장지형도를 바꾸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유니콘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유니콘 기업의 혁신 비결에 대해 알아본다.



스타트업 명예의 전당, 미국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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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은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자 명예의 전당과도 같다.

유니콘이란 미국의 벤처캐피탈 ‘카우보이 벤처스’ 창업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2013년에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말한다.

비상장기업임에도 빠르게 성장해 순식간에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례적 현상을 상상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유니콘은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기업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산업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유니콘은 드물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신시장의 지표로 자리매김하였다. CB Insights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258개이며 전체 기업가치는 8,100억 달러에 달한다.

처음 유니콘이라는 말이 등장한 이후, 2017년 186개의 유니콘 수를 기록한 이래 아직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가별 유니콘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이 119개로 무려 절반에 달해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공유경제, 항공우주, 핀테크, 미디어 등 산업 분야도 다양하다. 심지어 8개 기업은 유니콘 중에서도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데카콘(Decacorn)으로 성장했다.

데카(Deca)는 숫자 10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데카콘은 뿔이 10개 달린 유니콘을 말한다.

세계 1위 차량 공유기업 우버(Uber), 숙박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에어비엔비(Airbnb), 공유오피스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위워크(Wework) 등이 데카콘에 해당한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기업인 우버가 미국 최고의 자동차 기업인 GM을 시가 총액에서 앞지르고, 호텔을 소유하지 않은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 호텔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메리어트의 시가 총액을 추월했다.

미국이 기존 비즈니스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유니콘의 산실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창조적 혁신을 통해 시장의 확장 가능성,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버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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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은 소위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창조적 혁신을 통해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로 산업 패러다임을 흔들어 시장지형도를 바꾸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미래의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로 투 원은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이 창업 성공요인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강조하며 언급한 단어다.
 
단지 새로운 기술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제품과 서비스의 점진적인 향상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스마트폰, SNS,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고객가치(Value proposition)에 집중해 운송, 의료, 금융 등 기존 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소위 상상의 동물이라는 유니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다.

즉 미국 유니콘들은 시장의 확장성,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여 단기간 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의 구체적인 혁신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유경제, 핀테크 등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에서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조기에 구축하고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무엇보다도 시장 진입에 있어서는 고객이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서 해소할 수 없었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켰던 부분이 주효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서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고 플랫폼화를 통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높인 전략 역시 후발주자보다 경쟁우위를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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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이자 유니콘 기업인 로빈후드(Robinhood)가 있다.

로빈후드는 투자 수수료 없는 주식 매매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2017년 유니콘 클럽 가입을 시작으로 현재는 56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빈후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거래 수수료가 면제되며, 다른 증권사와는 달리 최소 잔액도 필요하지 않아 주식 매매를 좀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로빈후드 어플 사용자는 현재 2백만 명에 달하며 회원의 평균 나이는 26세로 알려져 있다. 로빈후드는 서비스 비용 절감 및 접근성 제고라는 분명한 고객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유니콘 클럽에 합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IoT, 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기존 전통적 산업에 융합하여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마크 앤드리슨이 표현한 것처럼 ‘SW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모든 기업이 SW기업’으로 변신하는 디지털 전환의 격변기라 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186개의 유니콘 기업을 순수 IT 기업,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한 융합 기업, 기타 기업 등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융합 기업 비중이 59%(110개)로 가장 높았다.
 
순수 IT 기업에는 빅데이터, 스마트폰 기기, 보안, VR 등을 포함하며, 융합 기업으로는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핀테크, 헬스테크, 미디어 테크 등이 있다.

순수 IT보다 전자상거래(도소매업+IT), 핀테크(금융+IT), 차량공유(운송+IT) 등 산업 간 융합이 스타트업에서도 중요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유니콘에서 증가하고 있는 금융, 교육, 의료, 미디어 분야 스타트업도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 IT기술이 접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와 같은 글로벌 공유경제 기업들은 차량, 집, 사무 공간 등 유휴자원을 수요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연결해 주는 단순한 온라인 중개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고도화하고 최적의 자원 배치, 동적 가격 설정, 맞춤형 프로모션 등 자사 플랫폼에서만 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쌓아가면서 택시 운전사 등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타트업 진출시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부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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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국방부 등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기반의 사기, 범죄, 테러 예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팰런티어(Palantir)의 경우가 그러하다.

팰런티어 창업자는 과거 신용사기 방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범죄 예방 소프트웨어에 주목하게 되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유치해 불가능할 것으로 인식되던 영역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팰런티어는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하는 페타바이트 단위의 정보를 빠르게 조합하고 사람이 분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그래프로 시각화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군대의 군사작전시 위험지역을 예고하거나 얼굴인식 데이터를 통해 보스턴 폭탄 테러범을 적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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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국 유니콘들은 성장과정에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최적화하고 사업 확장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갔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은 초기 아이디어를 빠르게 MVP(Minimal Viable Product; 최소 요건 제품)로 만든 후,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이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Eric Lies)는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Build(창조)–Measure(측정)–Learn(학습)’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높이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의 혁신 비결은 사례별로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는 기존 시장에서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욕구를 발굴하고 IT 기술과 결합하여 지속적으로 시장과의 접점을 찾은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유니콘이 뛰놀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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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한 사례는 아직 유니콘이 3개에 불과한 한국 스타트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콘 수가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유니콘 하나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의 시장 조기선점과 투자유치 기회 확대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킹 노력이 중요하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거나 다른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의 모방 및 변형 시도 역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O2O 등 오프라인이 포함된 비즈니스 기반일 경우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 진출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유니콘의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 모바일 기반 전자상거래, 핀테크 스타트업이 차기 유니콘으로서 유망하다.

유니콘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유치 실적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어 해외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국내 스타트업 쿠팡의 경우에도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에 합류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국내뿐 아니라 한국계 글로벌 벤처캐피탈 및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활용하여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촌 등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와의 교류 확대를 통한 투자유치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으로는 유니콘 육성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벤처투자 규모 확대 및 활성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 증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와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엔젤투자 등 민간 벤처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투자금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지원’ 및 ‘융자’보다는 벤처캐피탈이나 대기업 등에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인수가 활성화될 경우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풍부한 자원이 결합되어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00스타트업(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씨드 단계 투자 및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벤처캐피탈)과 인시아드(INSEAD, 프랑스 퐁텐블로에 있는 세계적인 경영대학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1.7%의 유니콘이 최소 하나 이상의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이 유니콘 창출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존 규제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규제 완화 조치를 통해 신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버, 에어비엔비 등 유니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기존 시장질서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융합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구글캠퍼스와 서울·아산나눔재단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가 한국에서 창업했을 경우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웠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공유경제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관련 스타트업이 전무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미국과 중국에서의 벤처 투자가 유입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있어 유니콘의 추가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한국에도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여 뛰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