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혁신을 이끄는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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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우 단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


기업가정신에 근간한 혁신으로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경제가 기업가경제이다. 21세기 기업가경제의 대표적인 혁신가로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를 꼽는다.

이들 같은 혁신가가 한국에서 나오기 위해 정부 R&D는 보다 장기적이고 와해적 혁신에 투자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도전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며 실패를 용인해 주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



개인 기반의 혁신으로 전환

19세기 개인 경험 기반의 발명과 상용화에서 20세기 체계화된 연구조직 기반의 혁신을 거쳐 다시 20세기 말부터 개인의 성취라는 측면으로 혁신의 개념이 화해 왔다. 미국의 1940~1970년대 혁신은 대기업의 자체 연구(in-house)를 통해 이루어졌다.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작은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주목받게 되었다.01

실리콘밸리의 출현으로 대자본과 제조업 중심의 비즈니스가 소자본과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한편, 개인 및 소기업이 상호 협력하여 혁신을 이끌어가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가 개막했다.02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는 누구에게나 혁신과 비즈니스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로 기업가정신도 소수의 활동이 아닌 대중의 활동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대중적 활동으로서 기업가정신은 사실 새로운 모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혁신이 대기업 중심의 제도로 언급되기 전인 개인 발명가들에 의한 자생적 혁신의 부활로 볼 수 있다.03

상대적으로 개인의 진입장벽이 낮은 SW분야, 정보통신 네트워크, 벤처캐피탈의 제도화는 개인 또는 소기업 중심의 혁신을 고립된 활동이 아닌 세계적인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했다.
 
따라서 최근 개인 기반의 혁신을 19세기의 기업가정신과는 전혀 다른 기반 위에 있는데 네트워크상의 개인이 명시적 또는 비명시적인 협력에 기반을 두어 혁신을 이루고 있다.04


기업가정신이 이끄는 성장

성장의 논의에서 ‘혁신’ 개념이 도입된 것은 불과 한 세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가와 구분하여 기업가정신을 원동력으로 자본주의가 진화한다는 슘페터 이론이 최근 사회·경제 분야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프레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슘페터 이론은 성장에 있어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혁신의 추구를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의 역할도 혁신에 대한 동기부여로 보고 있다.05

기업가정신에 근간한 혁신으로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경제가 '기업가경제(Entrepreneurial economy)'이다.

기존의 경제성장 방식인 관리경제(Managed Economy)에서 성장은 안정성, 전문화, 동질성, 규모, 지속성에서 비롯되지만 기업가경제에서 성장은 역동성, 다양성, 유연성, 변화에서 비롯된다.

또한 관리경제에서 기업의 실패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며 사회 자본을 낭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위험회피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기업가 경제에서 실패는 실험적 활동의 산물로, 위험이 높은 외부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학습의 일부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하는 데 수반되는 요인 중 하나로 본다.

관리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기업가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가치 실현자,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21세기 기업가경제의 대표적인 혁신가로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제프 베조스(Jeff Bezos)를 들 수 있다.06

우선, 일론 머스크는 기업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인물로, 항공우주 기업인 스페이스엑스(SpaceX) 창업자이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와 태양광발전 기업인 메가시티(Megacity), 배터리 기업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창업하며 지구온난화를 막으면서 인류의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한 기술적 해법을 찾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자신이 설치한 무료 태양광 충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머스크의 기업가정신이 단순히 목표와 꿈을 담은 기업 활동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머스크는 1971년 남아공에서 태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하여 20대에 백만장자의 꿈을 이루고, 세계 최초의 인터넷 은행 엑스닷컴(X.com)을 설립 후 페이팔(Paypal)에 매각하여 30대 초반에 천만장자가 되었다.
 
그 후 자신의 모든 자산을 투자하여 스페이스엑스를 만들고, 앞서 제시한 기업을 계속해서 설립해 가고 있다. 그가 벌인 사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전례 없는 일을 꾸준히 만들어 가며 도전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1964년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난 이민자(쿠바)의 자녀로 가난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프린스턴대학에 진학하여 수석 졸업하였다.

펀드 매니저로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이를 그만두고 집 창고에서 인터넷서점 아마존(Amazon)을 창업하였다(1995년 7월).

2001년 초 닷컴버블 붕괴로 큰 위기를 맞이하였으나 사업다각화의 기회로 활용, 종합 쇼핑몰로서의 아마존닷컴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킨들 시리즈와 파이어 폰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베조스의 기업가 활동은 아마존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주에 대한 동경과 꿈을 실천하고자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설립(2000년),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을 회수하여 재발사하고 이를 다시 지상으로 귀환시키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2016년). 민간 우주개발회사의 우주 경쟁에서 블루 오리진이 스페이스엑스보다 앞서고 있다는 평가이다.

또한 2014년 아마존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인공지능 음성서비스 알렉사(Alexa)는 2017년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CES)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등에 탑재되어 소개됨으로써 CES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숨은 승자로 평가되었다.

아마존은 R&D 투자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유명한 한편, 다양한 스타트업과 회사를 인수하여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 오가닉 프리미엄 식료품체인인 홀푸드(Whole foods), 교육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에버파이(Everfi), 에어비앤비(Airbnb), 우버(Uber) 등이다. 베조스는 끊임없는 혁신가로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를 기대하며

혁신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며, 실패를 감수해야 이루어진다. 실패해도 다시 반복하여 도전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혁신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가에게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인은 각자의 영역에서 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혁신 개념의 전환은 노동의 전환이라는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전환과도 맞물린다.

미국의 미래경영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노동의 전환을 이야기하며 '조직 내 인간(Organization man)'의 개념이 더는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고, '프리에이전트(Free agent)'라는 자유로운 비즈니스 주체를 제시한다.07

일자리가 개인 또는 작은 그룹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는 경향성은 일자리 또는 노동의 미래에 관한 연구에도 나타난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교수는 2025년 일자리 특성으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 혁신적 교환자(Innovative connector), 열정적 생산자(Impassioned producer)를 제시하여 20세기의 평생고용 일자리의 개인과 대비시킨다.08

한국에서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와 같은 기업가(Entrepreneur)가 나오려면 혁신적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나 긴축재정과 같은 재정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혁신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일례로 현재 정부의 R&D 투자는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R&D 투자는 장기적이고 와해적이며,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분야에 도전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R&D 투자는 시장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과 실패했을 때도 용인할 수 있는 전제를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01 Livesay, Harold C.(1982), “Entrepreneurial History,” In Kent, Calvin, Donald L.Sexton, and Karl H. Vesper, eds., Encyclopedia of Entrepreneurship, Prentice-Hall: New Jersey.

02 Graham, Margaret B. W.(2012), “Entrepreneurship in the United States, 1920–2000”, In Landes, David S. Joel Mokyr, and William J. Baumol, eds., The Invention of Enterprise: Entrepreneurship from Ancient Mesopotamia to Modern Times:Entrepreneurship from Ancient Mesopotamia to Modern Tim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03 김선우 외(2015), 「기업가정신 모니터링 사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04 김선우 외(2017),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가정신의 의의와 방향」, STEPI Insight 제218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05 김선우(2018), “관리경제에서 기업가경제로…기업가정신 갖춘 혁신가 필요”, 나라경제 Vol.326(2018.1), 한국개발연구원.

06 이장재(2018), 「플러그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가정신」의 제3장 “4차 산업혁명의 미래”, 한국비전교육원.

07 Pink, Daniel(2002), Free Agent Nation: the Future of Working for Yourself. New York: Business Plus.

08 Gratton, Lynda(2011), The Shift: The Future of Work is Already Here, Harper Collins Publis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