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허은철 대표
제약산업의 기술혁신,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 허은철 대표
GC녹십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암 투병 넉 달 만에 완치 수준으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를 투여받는 치료를 병행한 덕분이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복을 받았다는 훈훈한 얘기도 있지만, 동화 같은 이 일화의 중심에는 ‘기술혁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체내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의료계에서는 면역항암제가 탈모와 구토, 내성이 생기는 기존 1, 2세대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했다고 평가합니다. 즉,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탄생의 열쇠가 기술혁신이었던 겁니다.
제약산업에서의 기술혁신은 국민 보건 향상과 곧장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기술혁신은 건강한 사회구축을 사명으로 삼는 제약사가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국내 제약산업에서 기술혁신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수의 제약사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약 개발보다는 오리지널 약과 효능, 효과 등이 동일한 복제약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봤을 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혁신에 집중했더라면 산업의 성장 속도가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복제약 개발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두주자와 현격한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손쉬운 복제약 개발에 의존하다 보면 약 처방을 대가로 의료인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리베이트가 반복되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이름만 다른 복제약 경쟁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영업 행태로는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국내 제약산업에서 기술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고 있는 대표 제약사입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수출한 기술이며 현재 임상이 진행중인 당뇨 신약물질은 매일 맞아야했던 주사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GC녹십자 역시 지난 50년간 역량을 발휘한 혈액학과 면역학을 바탕으로 기술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GC녹십자의 연구개발은 환자의 치료 편의성 증대를 통한 국민보건 향상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 B형간염의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제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아 주사 투여에 부담이 큰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주 3회 투여 횟수를 주 1회 수준까지 현저히 줄이는 혁신 치료제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혁신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유한양행과 같은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국내외 대형 제약사 간 오픈 이노베이션 등 여러 형태의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풍부한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제약산업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욱 강력한 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치료제는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개발 분야입니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길리어드 역시 허가에 성공하며 기술 우위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은 제약산업의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입니다.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산업의 10년 평균 고용 증가율은 제조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3.9%에 달합니다.
또한, 직원 10명 중 9명이 정규직일 정도로 고용 안정성도 높습니다. 기술혁신이 보건 향상은 물론 산업과 국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요소인 셈입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제약산업은 기술혁신을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기술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기술혁신은 반드시 돈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선진화된 연구개발 모델을 도입하거나 바이오벤처, 연구소, 필요하다면 경쟁사와의 협업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결국, 제약산업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기술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