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나시아 이수태 대표이사/회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규제를 선점의 기회로 만드는 통찰의 리더십
공동 작성_ 조원일 교수(홍익대학교 경영대학)
2016년 수주 난으로 매출절벽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불황 속에서도 친환경 조선 기자재를 개발해 해외 시장 공략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조선업의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한 부산 대표 강소기업 (주)파나시아(이하 파나시아)의 이야기다.
국제 항해를 하는 선박에 설치가 의무화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와 물을 이용해 선박이 내뿜는 오염된 공기 속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장비인 ‘스크러버’를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으로, 최근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선사인 TMS그룹과 7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파나시아는 이번 계약으로 2015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이후 주춤했던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수주 소식 이후 다른 해외 선사들의 주문 문의가 이어져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파나시아의 이수태 대표이사를 만나 위기를 통해 더 강해지며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배워본다.
원천 기술 국산화로 친환경 조선 기자재 시장
석권 노린다
▲ 제1대 부울 이노비즈협회 회장 취임 및 부산/울산 지회 창립총회(2013년)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위치한 파나시아 공장을 잇달아 찾았다.
조선과 해양업체의 어려운 현실에서 불황을 돌파한 파나시아의 비결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파나시아는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계측 경보 장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주요 납품처는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소, 그리스 TMS그룹 등이며 총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이 85% 이상인 수출 지향적 중소기업이다.
조선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파나시아가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된 비결은 미리 준비한 신제품 개발 덕분이다.
20년 전부터 글로벌 환경 규제 동향을 주시하며 관련 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 때를 기다린 것이 주효했다.
물을 이용해 선박에서 내뿜는 오염된 공기 속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장비인 ‘스크러버’와 선박의 필수 요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개의 제품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차별화된 원천 기술을 확보해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따라 하면, 암만 잘해도 2등 밖에 못합니다. 특히 조선 산업의 경우 기술의 독립 없이는 조립 산업에 불과합니다.”
40여 년을 조선 산업에 몸담아온 이수태 대표는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서 조선 산업이 꽃 필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 또한 수입에 의존하는 조선 기자재의 국산화에 있었다.
이수태 대표는 부산대학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981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6년여를 근무한 뒤 1987년 과장으로 퇴사할 때까지 조선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였다.
당시 국내 조선 산업은 급격한 성장기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핵심 기자재와 원천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육지 안에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발전기, 엔진, 보일러, 펌프, 열교환기 등 선박의 건조나 수리 등에 투입되는 조선기자재의 수는 선종 및 선형에 따라 차이는 다소 있으나 대략 400~700여 종에 이릅니다. 문제는 선박원가의 약 55~65% 내외를 차지하는 기자재의 대부분을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해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나면 힘들게 일해도 결국에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잖아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조선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자재 산업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부품을 수입해 쓰던 조선 기자재를 국산화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그가 1989년 5월 선박 제어계측 기기 제조회사인 범아정밀엔지니어링을 설립한 배경 또한 마찬가지 이유다.
“적어도 아시아는 제패해야겠다는 생각에 범아시아의 줄임말인 범아를 넣어 사명을 짓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7년에는 범아의 영어식 표현인 파나시아(PANASIA)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제패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사업. 하지만 그 출발은 매우 초라했다.
자본금 400만 원으로 반지하 창고에서 시작했는데 직원은 이 대표까지 고작 3명이었다. 거의 무일푼 창업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파나시아의 첫 작품은 선박 오일 공급기용 ‘경보 자동 제어기’였다. 선박에 기름을 주입할 때 넘치기 전 경고음을 울려주는 경보 시스템이 달린 제품으로, 얼마 뒤 이 시스템 채택이 법적으로 의무화되면서 특수를 누리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선박에 기름을 넣다가 차고 넘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것이 해양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빈발했어요. 그걸 보면서 머지않아 이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경보 시스템이 달린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발했는데, 예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이 대표의 혜안과 통찰력이 적중한 첫 제품을 대형 조선사에 납품하게 되면서 사업의 기반을 잡았다.
환경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첨단 친환경 기술 개발
그러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다. 경보 자동제어기로 잘나가던 사업도 조금씩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해 새로운 아이템이 절실한 상황에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 선점의 기회를 찾고 실행에 옮기는 이 대표의 통찰력과 실행력이 만든 절호의 찬스였다.
“1990년대 부산의 염색공장·주물공장의 공해, 악취,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등 환경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인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암초 등으로 인해 선체가 손상될 경우 기름유출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996년 7월부터 제조되는 5천 톤 이상 유조선에 대해 이중선체 구조를 의무화했습니다. 이중선체 구조란 선체의 하부 및 측면을 공간이 있는 두 층의 강판으로 하는 구조로, 선체 외판이 파선되었을 때 액체 화물의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민하던 중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신상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규제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새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 구상에 들어갔다.
그때 떠오른 것이 선박 엔진의 질소산화물 저감설비였다. 배기가스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그 무렵 한국기계연구원을 찾은 이 대표는 탈질 촉매를 개발한 대기업에서 시스템 업체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에 즉시 개발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개발과정에서 여러 대학의 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고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그 결과 1997년 매연 절감 설비인 산업용 탈질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열병합 발전기에서 나오는 섭씨 500도 이상의 배기가스 중 폭발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안전한 요소(Urea)로 전환하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탈질하는 장치(SCR)이다.
개발과정에서 이 대표는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전기전자 기계 장치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자체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원천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 대표는 1999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해마다 매출액의 12%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환경설비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7년. 조선 기자재 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많은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파나시아는 또다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냈다.
2009년 살균 기능이 가미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를 개발하여 정부승인을 받은 것이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이 운항할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 밑바닥이나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로, 안전한 선박 운항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선박평형수를 도착지 항만에 배출하게 되는데, 선박평형수에 포함된 유해성 플랑크톤이나 박테리아 등이 주변 해역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 해양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파나시아가 개발한 제품은 해수필터와 자외선(UV)을 통해 선박평형수를 살균한다.
오징어잡이 배 전용 램프를 가내수공업으로 만들던 기술자를 찾아내 해외연수까지 시키고, 정부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개발한 이 제품은 국제해사기구가 2010년부터 모든 신규 선박에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상승했다.
지금도 파나시아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중견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자랑한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친환경 기술에 관한 부분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술력을 쌓아 신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그중 하나가 해수를 이용해 선박이 내뿜는 오염된 공기 속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장비인 스크러버(Scrubber)다.
스크러버는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실시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해 선박용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장비로, 선사들은 2020년까지 스크러버를 설치해 황산화물을 줄이거나 저유황유, LNG로 연료를 교체해야 한다.
“황산화물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액화천연가스(LNG)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하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LNG 관련 인프라는 거의 없고 저유황유는 가격이 비싼탓에 스크러버 설치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파나시아는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하여, 2012년부터 스크러버를 연구해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했고, 2년 전부터 검증 과정을 거쳤다.
특히 미국의 선급협회(ABS, American Bureau of Shipping)를 통해 각종 형식 승인을 발급받아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파나시아의 스크러버가 가장 쉽게 황산화물을 줄일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면서 대형 수주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우민해운에 자체 개발한 스크러버를 국내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5월에는 유럽 선주인 판테온의 11만 4,000톤급 탱커 2척과 국내 선주사의 32만 5,000톤급 초대형 광탄 운반선(VLOC) 2척에 친환경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스크러버 제조회사와 경합 끝에 그리스 TMS 선사와 1억 2천만 달러(약 1,300억 원)대 계약을 성사시키며, 2020년까지 스크러버 91기를 유럽 등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스크러버 개발로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핵심 역량은 결국 기술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영에 있어 자체 기술개발을 가장 큰 주안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통찰과 실행의 리더십
파나시아의 경영이념은 ‘기술로 세계로 미래로’다.
이수태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소자본으로 어렵게 창업할 때나 지금이나 ‘기술 국산화’는 최고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1위 조선 산업의 그늘에서 과실만 바라지 말고 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가 회사를 지금의 중견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주변 상황의 큰 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는 기술력을 키워온 이 대표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통찰력의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는 기업가의 덕목으로 VIP를 꼽습니다. 비전(Vision), 통찰력(Insight), 철학(Philosophy)을 두루 갖춰야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리더가 되려면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제가 첫 번째로 꼽는 덕목은 통찰력입니다. 기업가의 판단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조선업의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한 통찰력을 갖춘 경영인이다. 시장의 변화를 읽고 어떤 상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또 위기 요인은 무엇인지 철저히 준비했다.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독서를 강조한다. 직간접인 경험을 쌓아야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3평짜리 지하 창고에서 3명으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독서를 통해 통찰력을 키우며 남들보다 앞서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또한, 세상의 흐름을 읽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결과 지금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틈새와 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한 안목이 필요합니다. 실력은 기본이고요. 그렇게 실력과 통찰력을 겸비한 리더는 조직을 발전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리더는 배를 좌초시킬 수 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생각으로 ‘4선(先)’ 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중국의 병법에 나오는 ‘선견(先見)-선수(先手)-선제(先制)-선점(先占)’ 전략이 적자생존의 오늘날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해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기술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확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해 경쟁이 아닌 독점을 해야만 합니다.”
직원의 가족까지 행복한 일터 만들기
▲ U-IoT(부산유비쿼터스사물인터넷협회) 제2, 3대 회장 이취임식(2017년)
‘배를 띄웠는데 노를 저을 사람이 없다.’ 이수태 대표는 요즘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해외 수주는 늘어나는데 영어에 능숙하고, 기술도 잘 아는 인력이 충분치 않아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을 말할 때 보통 '9988'이라고 하죠. 이는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취업자 가운데 88%가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므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상시 인력난을 겪고 있고, 저희같이 지방에 위치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석사급의 인재들은 채용이 어려워 산학연 협력을 추진 중인 대학 교수들의 추천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파나시아가 우수 중소기업으로 알려지면서 3~4년 전부터는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평생교육을 강조한다.
고교 졸업자에게는 통신대나 야간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전문대 졸업자에게는 학사학위 취득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해외연수, 어학연수, MBA 과정, 외국 선박 기자재 박람회 참석 등을 적극 지원한다.
또한, 회사에서 직원들이 인생의 목표 및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관철할 수 있도록 독서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핵심 역량은 ‘기술’에 있다고 믿는 이 대표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회사를 단순히 노동력을 파는 직장이 아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장으로 바꾸려는 시도 중이다. 그가 이렇게 직원 교육과 자아실현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사업을 해 오면서 두 차례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창업 초기 핵심 인력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경험했고, IMF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의 부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돼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때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이 대표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행복나눔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파나시아는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여금과 별도로 연 수익 중 15%를 경영성과급으로 사원들에게 배분하고, 전세·주택 구매자금과 자녀학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임직원의 자녀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심(利他心)으로
새로운 도약 준비
이수태 대표는 그리스 선사와 계약을 체결한 날 밤 자신의 무릎을 꼬집고서야 현실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자본금 400만 원으로 창업한 지 29년.
세계 조선 기자재 시장 석권의 꿈을 향해 달려온 지난날들이 생각났다고 한다. 파나시아가 만든 국산 계측기들이 처음부터 조선소로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중소 기자재 업체가 공들여 개발한 품질 좋은 국산품을 외면하고 가격이 더 비싼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현실이 큰 장벽이었습니다. 결국, 파나시아의 제품이 수입품보다 낫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개발단계에서부터 사소한 요구사항까지도 꼼꼼히 파악해 반영하고,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더한 우수한 제품으로 조선소를 끈질기게 설득해 편견의 벽을 허물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도중 메모지를 꺼내 직접 'V(Value)›P(Price)›C(Cost)'의 부등식을 적으며 고부가가치 경영에 대해 설명했다.
“고객의 불만, 불편, 수요를 신속히 파악하여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제공하자는 것이 저의 경영철학입니다. 파나시아는 제품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을 위해 끝까지 서비스합니다. 노르웨이 업체와 경합 끝에 그리스 선사와 대규모 계약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그동안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에서 보여준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죠.”
이 대표는 지속 가능 경영의 원천은 남을 이롭게 하는 정신, 즉 이타심에 있다고 믿는다. 고객을 이롭게 하면 충성도나 재구매율이 높아지므로 결국에는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파나시아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고객만족 경영의 일환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사 차원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결합된 서비스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15년 영국 롤스로이스 공장을 견학하던 중 기계에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를 처음 본 이 대표는 그 길로 파나시아에도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서 살균 역할을 하는 자외선(UV) 램프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80개 생산하던 UV 램프는 이제 300개로 늘어났다. 불량률도 85%나 감소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품질이 개선되니 제조 원가 경쟁력이 확보되었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직원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예전에도 UV 램프 공정 투입직원이 7명이었고 지금도 7명입니다. 옛날에도 자동화 설비는 있었지만 스마트팩토리에서 자동화는 의미가 다릅니다. 기계들이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쌓고 딥러닝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게 스마트팩토리입니다.”
한편 파나시아는 본사에 있는 관제센터가 대양을 오가는 대형 선박 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자외선(UV) 램프 등을 인공위성을 통해 원격으로 사후관리(AS)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센서를 부착한 제품과 육상 관제센터를 연결해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원격 선박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파나시아는 더 이상 제조기업이 아닙니다. 서비스 콘텐츠 회사입니다. 이미 한계에 이른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1·2·3차 산업이 연계된 산업을 6차 산업으로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 6차 산업은 2차 산업인 제조업과 3차 산업인 서비스/콘텐츠 산업을 융·복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나시아는 6차 산업을 대비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나시아의 롤 모델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강력한 제조 경쟁력을 토대로 자사 제품에 IoT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기업과 산업에 최적화한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IT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GE 같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2년 동안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유명환 교수팀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UV램프 생산현장 환경데이터 수집 및 램프 기대수명예측’이란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고, KT와 5G 접목도 추진 중이다.
해상위성관제시스템(Pan-MSCS)을 통해 선박에 설치된 파나시아 제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해 문제 발생 시 실시간으로 진단해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ICT 기반 관제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이다.
선박 내에 설치된 파나시아 조선 기자재의 센서에서 나온 신호는 인공위성을 통해 파나시아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파나시아는 이를 5G 기술로 만들 계획이다.
향후 고객이 원하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한 해상위성관제시스템을 구축해 각국 항만청의 환경규제 검사에 대비해 모니터링 및 고장진단 서비스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파나시아를 조선·해양플랜트 제조업체에서 제조 IT 융합해양서비스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과 조선 기자재 업계에 찬바람이 여전하다. 이 같은 불황 속에서도 파나시아는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의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 우수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첨단제품을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폭발적인 시장 반응에 파나시아는 스크러버 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외부 업체와 계약을 맺어 연간 300기의 스크러버 생산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늘렸다.
30여 년 세월 동안 한길을 걸어온 파나시아가 세계 최고를 향한 진정한 항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