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협 중점사업 추진전략

정책브리핑 - 철도연, 중기 지원 허브로 ‘쾌속 성장’… 비번은 '1379'

# 부산의 중소기업 앤츠(대표 안태성)는 ‘철도의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자동열차제어장치(ATC) 필터 보드를 국산화했다. 한국 철도 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신호 분야에서 올린 쾌거다.
 
ATC 필터 보드는 열차운행 조건을 열차 내에 표시하고 감속, 정지시키는 핵심 제어장치다. 이번 개발로 수입 대체, 수급 체계 개선 등이 기대된다.


# 중소기업 유엔아이솔루션즈(대표 임헌영)는 전기철도 안전 모니터링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철도 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의 불안정한 접촉을 정밀 검측하는 기술로서, 지난해 인도 델리 메트로 일부 구간 시범 사업에 투입됐다.

회사는 약 4억 9,000만 원의 수출고를 올렸다. 이 기술이 전 구간으로 확장 적용되면 매출은 200억 원까지 불어난다.


# 40년 역사의 철도 전문 중소기업 범아기전(대표 남상헌)은 철도안전 통합 감시제어 시스템에 들어갈 열차상태 정보 실시간 전송장치를 개발 중이다.

차량 간 통신선상에 실린 상태, 센서 값을 추출해 안전관제실로 전송하는 장치다. 그동안 철도에 수많은 센서와 계측기가 도입됐지만 정보 활용도는 낮았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사고 예방 능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5.png

6.png


이들 기업의 활약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 기업 모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나희승)(이하 철도연)과 손잡고 일했다.

이들 회사 임직원은 하나 같이 ‘철도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철도연은 기업이 부닥친 기술 장벽을 함께 넘고, 철도 운영기관과 가교 역할도 해냈다.

철도연이 중소기업 지원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것은 기업공감원스톱지원센터(SOS1379)와의 끈끈한 관계 덕분이다.
 
SOS1379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 애로기술 상담소다.

철도연은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지원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 수요를 직접 받지 않고, SOS1379를 활용해 접수한다.
 
SOS1379가 넘겨준 기업 애로기술을 지원하거나, 철도연에 직접 걸려온 전화는 SOS1379로 돌린다. 다른 출연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체계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철도연과 기업 간 ‘미스매치’를 확 줄일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SOS1379 전문위원이 기업 애로사항을 먼저 분석·진단하여 정제된 수요만을 연계하기 때문이다.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거나 마땅한 전문기관이 없다면 SOS1379 전문위원이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작업이 없다면 철도연을 잘못 찾은 기업은 발길을 돌리거나 지원 가능 유무로 입씨름을 벌일 수도 있다.

창구 일원화 효과 덕분에 철도연은 매년 100여 건의 애로기술 수요를 받고 30~40건가량 기술지원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 없는 전화, 대면 상담도 수십 건이다.

박영곤 철도연 기술사업화센터장은 “만약 철도연이 모든 애로기술을 직접 접수한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연구원 수준에서 대응할 수 없는 요청, 철도연 전문분야가 아닌 요청 등을 다 상대한다면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SOS1379 전문위원들이 보내주는 애로기술 수요는 이런 ‘허수’가 거의 없다. 웬만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고, 당연히 기술 지원의 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체계는 애로기술을 겪는 기업에게도 좋다. 기업은 자사 기술 애로는 잘 알지 몰라도 해당 전문 분야의 ‘번지 수’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특정 애로기술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연으로 가야 할지, 기계연으로 가야 할지 잘 모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기관의 기술 지원이 해법일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가 해법일지, 시험·인증 지원이 해법일지도 혼란스럽다. 이는 SOS1379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해결된다.

SOS1379는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출연연을 포함한 70여 개 전문기관과 일한다.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소재, 화학, 식품·생명·바이오 여섯 분야 전문위원이 상주한다.
 
이들이 기업 애로사항을 직접 접수해 꼭 맞는 전문기관과 연계한다. SOS1379 전문위원들 역시 해당 분야 전문가인 만큼 이들 안내는 대체로 정확하다.
 
애로기술 해결의 ‘내비게이션’인 셈이다. 전문기관은 SOS1379 전문위원으로부터 애로기술을 넘겨받은 뒤 내부에서 분야 전문가를 연계한다.

철도연은 이런 체계가 가장 잘 정착된 곳으로 꼽힌다.

SOS1379로 접수된 애로기술은 우선 전문위원의 1차 검토를 거친다. 이 중 철도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만 철도연에 이관한다.
 
철도연 중소기업 지원팀은 우선 신호, 기계 등 연구원 내 본부 중 해당분야에 적합한 곳을 찾고, 그 안에서 다시 유사 R&D 과제를 수행했거나 논문을 썼던 연구자를 선발한다.
 
전문가가 해당 기업을 전화·대면 상담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연구까지 기획한다.

나희승 철도연 원장은 “SOS1379와 철도연이 매우 엄밀한 절차를 거쳐 최적의 전문가를 찾아주는 구조”라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해당 기업은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전문가를 만나기 때문에 애로기술을 해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철도연은 SOS1379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애로기술 해결 및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OS1379의 전문성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일반 상담사 대신 전문위원들이 직접 전화를 받고 애로기술을 접수한다. 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평균 100여 통.

이 중 실제 해결해야 할 ‘건수’로 잡히는 건은 월 평균 350~400건. 상당수가 ‘걸러지는’ 셈이다. 일반상담과 기술 상담을 잘 구분하여 처리하는 덕분이다.

전문위원 역량도 믿을 만하다. 철도연과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박호창 전문위원은 4년 간 약 1,700개 기업을 상담했다.

다양한 경험을 갖췄지만, 그럼에도 현장은 어려웠다. 전문위원 생활 내내 새 정보 찾기를 반복했다.

박호창 전문위원은 “모든 전문위원들이 풍부한 경험을 갖췄음에도 막상 기업을 대하면 알아야 할 것이 또 생긴다. 각자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는 모두 SOS1379 시스템 내에 축적된다”면서 “전 기술 분야를 망라해 기업 애로를 진단, 평가하고 진로를 제시하는 곳은 SOS1379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