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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 빅데이터: 골목 상권 생존의 새로운 돌파구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동아일보 브랜드 기업으로 전문가 매칭 플랫폼 및 컨설팅 기업인 동아엑스퍼츠(dongaexperts.com)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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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철 대표
동아엑스퍼츠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IoT 등의 기술들은 구체적 기능과 서비스 모양을 갖추고 실질적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 서비스 등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메일, 동영상, 검색 서비스, 쇼핑은 물론 의료, 금융, 보험, 제조업 등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빅데이터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마다 경영 혁신, 디지털 마케팅, 생산성 및 운영 효율 강화를 위해 막대한 연구와 투자를 거듭하여 자동화 및 최적화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기업 컨설팅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 모습에 경의를 표해야 할 순간도 가끔 맞이한다.

특히 유통 산업에 있어 과거 모바일 중심의 폭발적인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Retail 3.0으로 규정한다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활용되면서 유통 서비스의 초지능, 초연결화가 실현되어 거래비용이 크게 절감되거나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물류와 연계되어 모바일 앱만으로 무인상점에서 원스톱 쇼핑 후 집으로 배송까지 해주는 등의 트렌드는 Retail 4.0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반의 유통체계 개선이 국내외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실질적 구현효과가 증명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경우 전국 2,600개 매장의 수, 주간 실적, 매장 크기 및 위치, 계절 등을 고려한 점포별 최적 재고수량을 산정하는 데 있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품절을 방지하고, 20% 이상의 재고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백화점, 대형 마트, 편의점, 모바일 쇼핑몰 등의 자사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여 상권, 매장, 상품 등을 분석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과 결합하여 고객을 계속 끌어들이는 등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매장을 지척에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당수의 골목 슈퍼마켓, 옷가게, 식당, 재래시장 등은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제외되며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역 통계자료에 의하면 동네 슈퍼마켓 등의 골목 상권이 편의점 대비 숫자와 매출 측면에서 역전이 되고 있는 상황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골목 상권의 취약점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 금지, 대형 마트의 휴일 영업 제한 등 정책적 제약 규정을 통해 소상공인 보호를 추진하고 있으나 오히려 소비자들은 대형 마트가 쉬는 날이면 아예 쇼핑하지 않거나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등 원래 정책적 취지를 벗어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규제를 통한 골목 상권 활성화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 필요 요건 정도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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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골목 상권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주변의 경쟁요소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역시 빅데이터,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 지원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례로 중국의 링쇼우통 서비스는 중국에서 3선 이하 도시를 중심으로 660만 개의 영세한 슈퍼마켓을 영업 중인데, 이들 대부분은 체계적인 매장운영, 상품 소싱의 어려움 및 마케팅 역량 부족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알리바바는 이런 영세 유통상과 경쟁이 아닌 상생을 목표로 링쇼우통 서비스를 론칭하였다.

링쇼우통은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구매 소싱, 물류, 마케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체 슈퍼마켓의 10%에 상당하는 60만여 슈퍼마켓이 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는 공동 브랜드 및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일종의 가맹화 모델인 티몰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1만여 점포 확보를 2018년의 목표로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티몰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만족감을 느끼는 인테리어와 매장관리 역량을 제공하고 링쇼우통을 통해 백 엔드(Back-end), 즉 상품 공급과 물류대행을 제공한다.

또한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반경 1㎞내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주로 어떤 상품을 구매하고 어떤 물건이 시기, 요일 등 타임라인 별로 수요가 높은지 분석하여 상점의 크기, 상점주의 연령, 자금 등을 기반으로 상점에 들여올 만한 상품 등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티엔마오 1호점인 웨이쥔 마트는 매출과 고객 유동량이 전월 대비 각각 45%, 26% 증가하는 등 체계적인 매장 관리의 결과를 즉 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주창한 ‘신소매’의 컨셉은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제한된 상품 구색 등으로 인해 외면받는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로 다시 부흥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그의 야심이 담겨 있다.

장융 알리바바 CEO는 ‘신소매는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화하여 소비자와 제품 사이에 화학적 융합을 일으키는 새로운 소매 방식’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이 자립적이고 개별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경제 민주화처럼 기술 민주화 개념, 즉 기술 발전의 혜택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 같아 내심 부럽기도 하다. ICT 강국인 한국에서도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골목 상권이 현실적으로 생존하는 방식은 크게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사업자로 계약하는 방식과 업종별 연합회 또는 공공자금 지원으로 빅데이터 서비스 역량 등 차별적 가치를 갖추고 연합하여 생존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경우, 이미 대형 유통업체들은 빅데이터 기술 등을 채택하여 실제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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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편의점 기업은 신규 매장의 오픈 시 매장 위치 및 규모별로 표준 상품을 공급하고 6개월간의 판매데이터를 근거로 해당 지역 매장에 가장 최적화된 상품을 공급하여 판매 극대화와 재고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일부 대형 마트의 경우 골목 상권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가맹화 사업을 펼치며 약 70%의 상품은 자사 유통상품 공급을 원칙으로 느슨한 형태의 가맹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유통사들이 골목 상권 소형 사업주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가맹사업은 사업의 과실에 있어서는 본사와 사업주가 분배하지만, 이익의 상당 부분은 본사가 가져가고 사업주는 부스러기만 챙겨간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사업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금과 해당 경험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될수록 본사의 영향력은 강화되며, 사업주는 가격, 상품, 홍보 등 주요 요소에 대해서는 통제가 불가능하고 인건비 절감 등의 제한적 노력만이 가능할 뿐이다.

가맹 사업자가 확대될수록 지역별, 시간대별 판매 데이터의 축적, 분석 및 예측 정확도가 올라가 대기업 입장에서 소싱의 효율화 및 신규 상권 발굴 등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사업주는 상권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가맹이라는 우산을 벗어버리는 순간, 간판은 내리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골목상권이 생존할 수 있는 두 번째 방안으로는 업종별 연합회, 지역별 사업자의 공동 투자 및 국가 지원금을 통한 빅데이터 역할 확보가 있다.
 
IT 기술을 근간으로 하여 소상공인의 사업지원 및 상생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취급 상품 및 다양한 업종을 포함하는 데이터의 수집과 업의 본질에 맞는 지식학습 베이스, 그리고 이를 토대로 SCM, 판매 예측 등의 예측 서비스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특정 업종에 한정될 경우 대형 이해 관계자의 이익에 좌우되어 또 다른 형태의 대기업 집중화가 나타난다.
 
따라서 다양한 업종을 포함해야 데이터의 효용성이 유통영역 전반에 퍼질 수 있는 인프라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인프라는 어떤 방법 및 기술 요소로 구성돼야 할까? 또 이를 구축하는 데 기술적, 운영적 허들과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대부분 기업과 현업 담당자들은 데이터의 수집, 분석, 저장, 활용 등 밸류체인상에서 벌어지는 IT 기술 지식의 접근과 시도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클라우드 기술 및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으로 인해 많은 재원을 투자하지 않고도 오픈 소스 기반으로 솔루션화 할 수 있는 추세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위한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은 체계적 데이터 수집 단계라 할 수 있다. 즉, 골목 상권의 POS 시스템을 통한 판매 데이터 수집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유통 업종에서의 회원 데이터, 상품의 매입과 매출, 재고와 회전 기일 정보 등은 식당, 슈퍼마켓, 카페 등을 망라하여 산재하여 있다.

이렇게 통일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모아 체계적으로 수집 및 정제하는 것이 골목 상권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POS 시스템은 업체별로 매년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의 거래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POS는 고객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 등의 데이터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POS 시스템은 어디서나 사용되기 때문에, IT나 빅데이터에 생소한 소상공인 업체들에 접근하기 쉬운 솔루션으로 도입될 수 있다.

골목 상권은 수집 및 분석한 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로 잘 팔리는 상품이나 시기 등을 알아낼 수 있으며 공동 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구매 고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맞춤형 푸시 캠페인 및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즉 빅데이터 기술과 디지털화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 역량이 침체된 골목 상권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골목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협회, 지역별 공동 투자 및 국가적 지원을 통해 단순 물건 판매가 아닌 차별적 소싱, 고객분석에 따른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