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R&D 나침반 - 크기·가격 ‘미니멀’해지는 로켓·위성… ‘뉴 스페이스’ 시장 열린다

R&D 나침반은 최신 과학기술의 이슈와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글_ 류준영 기자(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플래닛랩스(Planet Labs Inc)는 소형 위성(크기 10×10×30㎝, 무게 4㎏)을 여러 개 쏘아 올려 군집 형태로 운용하는 대표적인 민간업체다.

지난해 2월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린 플래닛랩스는 지구 전체의 31%를 24시간 실시간 촬영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장을 촬영한 영상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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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엑스(SpaceX)에서 분리돼 나온 벡터스페이스 시스템은 스페이스엑스의 20분의 1 가격으로 소형로켓을 우주에 쏘아 올린다.

실제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9'(Falcon 9) 발사비용은 6,200만 달러(약 691억 원)인 반면 벡터스페이스 시스템의 ‘벡터-R’은 300만 달러(33억 원)로 매우 저렴하다.

소형 위성 개발부터 발사 대행,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위성 영상분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간 경쟁은 우주 사업의 대중화를 예고한다. 해외 금융권에서는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우주 벤처캐피탈도 등장했다.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경제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중심으로 기기 개발에 치중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민간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 우주테마 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우주 산업 혁신성장 전략’ 수립에 착수한다.


우주 산업 ‘가격 경계’ 무너지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유망 우주 산업 분야로 ‘소형 위성·나노 위성의 제조 및 설계’를 주목했다.

이는 위성 편대를 구성, 우주 여러 곳에서 종합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경제성이 높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보통 다목적 위성 1대를 쏘는 데는 3,000~5,000억 원이 든다.

그런데 소형 위성·나노 위성은 1~2억 원에 제작이 가능하고, 발사 비용도 5억 원 안팎이다. 소형 위성·나노 위성의 기술 발전으로 고성능·저가 부품·자재 공급도 더 활발해진다.

이는 민간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발사 비용을 기존의 절반 아래로 줄인 기술혁신도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성큼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중국우주기술연구원은 2020년께 첫 ‘전기추진’ 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전기추진 방식은 전통적인 화학추진 방식보다 추진연료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를테면 화학추진 방식의 통신위성 전체 무게가 5톤(t)이라면 그중 3t은 추진연료였다. 전기추진 위성은 단지 300㎏의 추진연료만 있으면 된다.

줄인 무게만큼 비용도 준다. 기존 발사 비용의 10분의 1인 재활용 발사체, 소재 가격을 낮춘 ‘알루미늄-리튬합금발사체 산화제 탱크’ 개발 등도 관련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소형 위성·나노 위성’ 대세… 발사 대행
‘작은 로켓’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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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산업 분석기관인 유로컨설턴트와 국제연구산업협회(IARIA) 등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예상되는 소형 위성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이다.

관련 기업으로 프랑스 유력 통신위성 운영기업인 유텔새트와, 일본 소프트뱅크 등이 출자한 미국 소형 위성 벤처 원웹(OneWeb)을 꼽는다.

이들은 에어버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위성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150㎏급 위성 900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스카이앤스페이스글로벌은 150~200대의 초소형 위성으로 통신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남미 사업전략실장은 “소형 위성·나노 위성은 약 100~600개가 군집비행을 하며 원하는 지역을 24시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는 데다 고장이 나도 즉각 대체가 가능하다.”며 “현재 광학 기술, 관측센서 등의 발전으로 기존에 인공위성으로 수행하던 지상관측, 심우주탐사 등의 우주 비행 임무를 소형 위성·나노 위성이 대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작은 로켓으로 소형 위성 발사만을 대행해 주는 민간업체도 등장했다. 기존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대형 위성을 발사할 때 로켓에 남는 공간에 합승시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형 위성은 발사 시기, 위성의 투입 궤도 등을 선택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이를 해결할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 개발에 민간기업의 투자가 잇따른다.
 
상업 우주 여행사인 버진 갤러틱(Virgin Galactic)은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쏘아 올리는 이단 발사체 ‘런처원’(Launcher One)을, 중국의 민간 로켓제조업체인 원스페이스는 200~700㎏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길이 20m의 로켓(OS-M)을 개발 중이다.

한편, 일각에선 소형 위성 확산이 지구 궤도의 우주 쓰레기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주요 수요층이 될 민간기업이 자사의 소형 위성들을 정상적으로 지속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국가 안보와 사생활 침해도 향후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공산이 크다.


민간 주도 불 붙었지만 한국은 아직…

우주를 무대로 한 새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 민간 벤처기업 중심으로 속속 출현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 먼 산 불구경 하듯이 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민간 우주기업 활동에 힘입어 전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3,293억 달러(약 369조 원)를 넘어 4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현재 정밀관측 능력, 3조 원에 가까운 위성 영상정보 등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영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KASP) 사무국장은 “차세대 중형 위성을 민간기업 주관으로 개발하는 등 일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정부, 출연연 중심의 기술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조금 더 과감하게 민간기업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우주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기 위해서는 우주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기술이전 확산, 우주 기술 상용화 확대 등을 민간기업 눈높이에 맞춰 체계적으로 이뤄나갈 혁신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9월까지 ‘우주산업 혁신성장전략’ 초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우주개발진흥실무위 및 국가우주위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되면 내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2013년 수립된 우주 기술 산업화 전략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우주 산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