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이스라엘 혁신 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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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성 이사요즈마그룹코리아


중동의 작은 국가 이스라엘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불안한 주변 정세에도 불구하고, 창업생태계와 글로벌 투자유치에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이며, 자국 기업의 나스닥 상장 순위는 세계 4위인 글로벌 비즈니스 초강국이다.

과연 이스라엘은 어떻게 이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을까?

이스라엘 산업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으며 찾아낸 이스라엘의 성공 요인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함께 알아보자.



이스라엘, 성공의 요인들

중동의 작은 보석 이스라엘.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스라엘과 관련된 뉴스들은 대부분 잦은 테러와 이로 인한 사회 불안,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주변 아랍 국가와의 크고 작은 갈등에 대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언론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관련 최신 뉴스들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인수합병, 분야별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글로벌 큰손들의 이스라엘 투자, 혁신 기업가의 대두와 새로운 스타의 탄생, 시장을 파괴할 신기술 또는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바이오 기술의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마치 성경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예언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필자는 2005년도에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이하 한-이스라엘 재단)에 입사하면서, 처음 이스라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이스라엘 재단은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이스라엘의 경제산업부가 2001년에 공동 설립한 정부출연기관으로 양국의 산업 협력 R&D 증진을 위해 매년 양 정부가 총 400만 달러를 출자하여 양국 기업 간의 공동 기술개발 과제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양국이 조약을 체결하고 국회 승인까지 받았지만, 필자의 주변 지인들이 양국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냐고 물을 때마다 아직 이스라엘과 관련되어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보다 많은 분들에게 한국과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올바로 알리기 위함이다.

참고로 이스라엘은 적극SPECIAL적인 글로벌 산업 협력을 위해 한국 외에도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와 양자 간 산업연구개발재단을 운영하며 이스라엘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필자가 이스라엘과의 산업 협력의 현장에서 십여 년 넘게 일하면서 수없이 들은 질문은 왜 이스라엘은 이렇게 뛰어나냐?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높은 성과를 내는 비결이 무엇이냐?

한국이 어떻게 하면 이스라엘처럼 성공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들이다.

필자 또한 같은 질문을 가지고 현장에서 열심히 답을 찾으러 뛰어다니고 연구하고 알아본 결과, 그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물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비즈니스 형태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혁신 산업 생태계가 있고, 해당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산업 분야 및 주체별 성공 요인들이 있다.

분야별로 세세하게 그 현황과 성공 요인들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본 글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스라엘이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세계를 리드하는 전반적인 혁신 산업 문화의 성공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역사와 종교

이스라엘 산업의 혁신과 성과는 먼저 이스라엘의 역사, 종교에 대해 이해하면 더욱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구약 성경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시조 아브라함, 홍해를 가르고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해낸 모세의 출애굽,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이루어낸 다윗과 솔로몬, 바빌론의 노예 신분에서 재상이 된 다니엘 등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조상이자 롤 모델이며,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매우 훌륭하고 성공적인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끝내 유대민족의 신 야훼 하나님의 도움과 그 신앙으로 각자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지난 2,000년간 수많은 제국들과 국가들이 흥망성쇠 하는 와중에도 종교와 민족성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다 2,000년 만에 다시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 민족은 이 역사적인 성취로써 스스로 성공인자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통해 자신의 조상들이 불굴의 기업가 정신으로 고난과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자기세대에도 유대인의 역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려운 사업적인 시련이 닥쳐도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있는 기업가정신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하나의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결속력

유대인들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로 같은 이스라엘 민족 간의 끈끈한 유대 의식과 강한 결속력을 들 수 있다.

디아스포라(강제 이산)를 통해 나라 없이 전 세계에 정처 없이 떠돌아 살며, 박해를 받은 유대인들은 같은 민족끼리는 똘똘 뭉치면서 부를 쌓아나갔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를 통해 유럽 내 유대인 9백만 명 중 3분의 2인 6백만 명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약 8백만 명이며 이 중 유대인이 약 6백만 명이다)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은 생존을 위해 더욱 철저하게 협동을 하게 되었고, 서로 간에 주고받는 정보와 네트워크도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끈끈하게 발전했다.

현재 미국 의회의 최강 로비 집단인 AIPAC(Ameri can-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미국-이스라엘 공무위원회)는 그 막강한 로비력으로 미국 대선 후보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단지 정치계 쪽의 유대 로비 집단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정부, 재계, 금융계, 언론 출판계, 대학 및 연구기관 등 유대인들의 결속력으로 판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곳은 한 둘이 아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이러한 강한 결속력이 산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는 또 다른 요인 중의 하나이며, 이스라엘인들의 결속은 단지 비즈니스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 묻어나 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

2차 대전 중에 벌어진 홀로코스트를 통해 유대 민족이 지구상에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절망과 생존에 대한 위협은 이스라엘 민족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대인들은 독자적인 유대 국가 건설을 위해 시오니즘이라는 이스라엘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고, 홀로코스트 사건은 유대인 민족의 리더들로 하여금 국민을 지켜줄 국가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웠다.

1917년 영국의 벨푸어 선언과 1947년 UN의 결의 안에 힘입어 마침내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초대 총리 데이비드 벤구리온은 텔아비브 시내의 한 허름한 건물에서 이스라엘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5월 15일 아랍 연합군이 바로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아랍과의 첫 번째 대규모 중동전쟁이 시작된다.

작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아랍 연맹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였지만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10개월간 이어진 전쟁은 결국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생존에 대한 시련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1970년대 초반까지 주변 아랍 연맹들과 4차례의 대규모 전면 전쟁을 치렀으며, 2014년에 있던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까지 지속적으로 생존을 위협받았다.

이스라엘의 4대 총리인 골다 메이어는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 중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아랍을 상대로 한 최종병기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면 끝장이라는 절박감이다.”

결국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이스라엘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닐까 한다.


이스라엘의 교육문화

이스라엘의 혁신적인 산업 문화를 발전시킨 큰 요인이며 다른 민족들과 비교되는 이스라엘의 특징 중 하나는 교육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강조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국가가 설립되기 수십 년 전부터 우수한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을 이스라엘 땅에 설립하여 운영하였다.

이스라엘 북쪽 하이파에 위치해 있으며, 중동의 MIT라고 불리는 테크니온공대(Technion Univ.)는 1924년에 설립되었으며 예루살렘에 위치한 히브루대학은 바로 다음 해인 1925년에 설립되었다.

세계적인 유대인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두 대학의 설립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으며, 그의 영향으로 두 대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1934년에는 와이즈만연구소가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사이인 르호봇에 설립되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유수한 국립대학 및 연구소가 모두 이스라엘 국가 설립 전에 세워졌다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얼마나 교육을 강조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대학과 연구소는 일찍부터 전 세계의 유대인 공동체와 디아스포라의 과학자 및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하였고, 과학, 의학, 기술, 보안 및 경제 분야에서 다음 세대가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식의 견고한 기반을 닦았다.

현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이 첨단 기술을 무기로 성장하는 바탕에는 이스라엘 대학들의 깊이 있는 기초연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독특한 군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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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혁신 산업 문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스라엘의 군대이다.

이스라엘 군대 시스템은 이스라엘의 역사, 종교, 문화적 배경과 함께 이스라엘의 성공 요인 중에 하나로 크게 자리매김한다.

이스라엘의 모든 남녀는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징집되며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간 군에 복무하게 되어있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IT 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스라엘 기업인들은 이스라엘의 특수부대인 탈피오트와 맘다스 출신이 태반이다.

대학 진학 이전에 군 복무를 통해 하이테크 경영자에게 필수적인 리더십을 익힐 뿐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가진 미래의 경영자와의 인적 네트웍을 형성하게 된다.

군 동기생들이 창업과 함께 돈독한 동업자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미국 내 이스라엘 벤처 관계자들은 “군이 배출하는 인력들의 자질은 하이테크 경영자들과 맞먹는다.”며 “부대 동기들끼리 동업하는 경우가 많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이스라엘은 불가피한 안보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군을 하이테크 산업의 기름진 토양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전통 농업국에서 IT 강국으로 변신하는 데는 이스라엘 군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신병에게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르치고, 팀 매니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최첨단 IT 인력으로 양성하는 곳이 이스라엘의 군대이다.

이스라엘 군의 교육 시스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각 병과별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신병을 모집한다.

신병교육(6개월) 중 우수자를 선발하여 본인의 희망에 따라 부사관(4주) 또는 장교(24주)로 양성하게 된다.

신병 교육 기간 6개월 동안은 매일 15시간의 강도 높은 수업을 실시하고, 군 복무기간 중 교육과정과 실무를 결합한 교육을 추가로 실시한다.

이스라엘 군 소속의 중앙전산부서와 전산학교를 중심으로 IT 교육을 운영하며 이스라엘의 국가 소프트 산업이 크게 발전한 것이다.

이스라엘 군의 전산교육 과정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유수 기업들의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새로운 인력에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군은 단순한 국방의 역할 이외에도 혁신 산업 증진의 중요한 둥지로서의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왜 창업 선도 국가로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는지 그 성공의 요인들을 혁신 산업 문화의 관점에서 5가지로 나눠 살펴보았다.

이스라엘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모든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조상들의 이야기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들으며 그들을 롤 모델로 삼아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키운다.

그리고 근 2,000년간 디아스포라를 통해 박해받으면서 터득한 생존의 방법인 유대인 간의 강한 결속과 네트워크로 성공의 방식을 익히며,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로 인한 생존의 절박함 속에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모든 일에 임한다.

이와 함께 교육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강조를 통해 지식산업 시대에 큰 힘을 발휘하는 밑바탕을 깔아놓고, 군대라는 독특한 이스라엘만의 군 시스템을 통해 예비 창업팀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혁신 산업의 문화이고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처한 상황과 문화가 달라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의 성공 요인들을 타산지석 삼아 한국의 산업계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