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대학의 기술이전사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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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민 연구위원/경영학박사 델타텍코리아


이스라엘은 대학을 중심로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을 이룩해 왔다.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 와이즈만연구소, 예루살렘 히브루대학, 테크니온공대 등 이스라엘의 주요 세 대학들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기술사업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성과를 달성해 왔다.

이 글에서는 이스라엘 주요 대학의 혁신역량과 기술사업화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기로 한다.



왜 이스라엘인가?

이스라엘은 한국과 같은 1948년에 독립했다. 두 나라 모두 자원 빈국에다 적대적인 세력의 위협 속에서 발전해 왔다.

70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유사하지만, 한국 인구의 1/5도 안 되는 이스라엘은 학술 분야의 노벨상이 9개, 나스닥 상장기업 수가 미국, 캐나다,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이며, 다수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한 바이오제약 분야의 강자이다.

이러한 혁신을 주도한 것이 이스라엘의 대학이며, 그중에서도 와이즈만연구소, 예루살렘 히브루대학, 테크니온공대가 중심에 있다.

이들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 실적 또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 연구역량, 개발기술의 실용화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이스라엘 대학의 성공 내용과 그 이면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기술혁신의 중추 연구중심 대학

이스라엘의 기술혁신은 7개의 연구중심 대학을 중추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와이즈만 연구소, 예루살렘 히브루대학, 테크니온공대 세 개가 특히 중요하다.

이들 대학은 졸업생들이 노벨상을 받은 대학들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적자 중 노벨상 수상자의 수는 13명인데, 문학상(1명)과 평화상(3명)을 제외한 9명이 학술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그중 5명이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에서, 2명이 테크니온공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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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와이즈만연구소와 테크니온공대에서 각각 2명씩이며 1명은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 중 5명은 학사와 박사를 모두 이스라엘 내에서 취득한 사람들이다.01

이처럼 이스라엘 내에서 최종학위까지 공부한 사람들 다수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이스라엘 대학의 높은 교육 및 연구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표 1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화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이 중 기계 및 재료 전공자인 Dan Shechtman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바이오 관련 분야의 공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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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학의 바이오 기술로 개발된 신약

이스라엘 대학은 다수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했다.

표 2는 이스라엘 주요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응용하여 제품화에 성공한 신약과 그 신약의 매출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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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신약개발 능력은 표 3에 잘 요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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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사업화 기업인 예다(YEDA Research & Development Co.,Ltd.)의 아미르 나이버그(Amir Neiberg)에 따르면, 세계 약품시장의 매출액 중 약 1/4은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된 것으로 2012년 기준 매출액은 280억 달러가 넘는다.


이스라엘 대학의 기술사업화 회사

이스라엘 대학의 기술사업화는 기술사업화 전문회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의 예다(Yeda),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의 이슘(Yissum), 테크니온공대의 T3 및 바이오랩(BioRap)03이 그것이다.

이스라엘 대학은 다른 나라보다 일찍 대학의 기술사업화 회사를 설치하여 발전시켜 왔다.

스탠포드 대학의 기술이전 사무실(OTL, Office of Technology Licensing)이 설치된 것은 1970년, 캠브리지대학에 기술지주 회사가 설립된 것은 2006년의 일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지주 회사인 예다가 1959년에,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의 기술지주 회사인 이슘이 1964년에 설립된 것은 이스라엘 대학이 일찍부터 대학 연구결과의 실용화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 결과 이스라엘 대학의 사업화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표 4를 보면, 학생 수가 겨우 1,380명인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성과가 미국대학 200여 개의 성과의 절반에 필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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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학의 기술사업화 전략

이스라엘 대학들이 이처럼 탁월한 기술사업화 성과를 산출하는 데 사용한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는 자신들의 처지에 맞는 자원절약형 연구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은 이스라엘은 바이오 분야의 연구에 연구역량의 50%를 집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학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 9명 중 6명이 화학자이며, 이 중 5명은 바이오분야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둘째, 세계와의 경쟁을 선택했다.

이스라엘의 대학이 연구한 결과는 주로 스타트업에 이전되며, 스타트업은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

그 결과 나스닥 상장법인의 수는 미국, 캐나다, 중국에 이어 이스라엘이 세계 4위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쟁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검증된 능력은 이스라엘에 28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의 R&D 센터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스라엘 대학이 발명한 기술을 이용한 신약은 이스라엘의 제약회사 TEVA뿐만 아니라, Merck나 BMS, Norvatis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에 의해 사업화되었다.

셋째, 이스라엘 대학이 채택한 또 다른 전략은 게임체인징(game changing) 기술의 개발과 스타트업을 통한 기술실용화이다.

‘차세대 과학 혁신을 예측하지 않고, 누가 그 과학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인지를 생각한다’는 것이 와이즈만연구소의 모토이다.07

세상을 뒤흔들 독창적 기술을 개발한 후, 스타트업에 이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가나 투자자를 알선하는 등 지원을 한다.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은 120개, 테크니온공대는 80개의 스타트업을 세워 총 1,500만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얻었다.

넷째, 기술사업화 회사는 과학자의 발명신고를 받으면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과학자, 기업, 투자자 중 관심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 준다.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기술사업화 회사는 기술의 시장성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고, 이는 잠재적 기술수요자가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고객은 대개 공동연구, 기술이전, 투자 중의 어느 하나에 관심을 둔다.

이들의 관심 정도는 과학자에게 피드백 되어 과학자가 연구계획을 수립하거나 수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연구를 좋아하지만, 그들 역시 기왕이면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기술의 개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기술사업화 회사가 제공하는 시장정보를 중시한다.

또한 이러한 시장정보는 기술사업화 회사가 지식재산권을 관리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요컨대 1년 이상 고객이 찾지 않는 기술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IP)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발자들이 자기 부담으로 IP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IP 관리비를 합리적으로 통제한다.08

다섯째, 기술의 원활한 이전은 기술사업화의 중요한 성공요건이다.

개발이 많이 진척된 연구의 경우에 기업과 개발자가 몇 번의 접촉만으로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공동연구를 활용한다.

또는 초기 기술개발의 경우에는 관심이 있는 기업이 공동연구나 위탁연구를 이용해서 개발을 완료한 후에 먼저 기술이전을 받는 옵션을 사용한다.

이와 같이 원활한 기술이전을 위해서도 공동연구를 활용한다.09

여섯째, 기술이전에서 이스라엘 대학 기술사업화 회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도입 희망 기업의 사업계획서이다.

사업계획서에는 단계별 마일스톤(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사건)이 제시되어야 하고, 기술사업화 회사는 이를 기초로 기술이전 후의 사업화 실적을 모니터링한다.

와이즈만연구소의 예다 같은 경우에는 독점 시행권을 통상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특히 중요하며, 사업화가 부진하면 기술 이전 계약은 해지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대학은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사업화를 성공하도록 투자자나 기업가를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해 돕는다.


맺음말

이상에서 이론과 실용화 양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여 온 이스라엘 주요 대학의 기술혁신과 사업화를 살펴보았다.

이스라엘은 초기부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장치 산업보다는 바이오 산업과 같은 두뇌집 약적 산업에 집중했다.

또한, 독창적이고 근본적인 연구에 힘쓰고, 협소한 내수 시장 극복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쟁을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이론을 위한 연구를 지양하고 1950년대부터 대학에 기술사업화 회사를 설치하여 기술 실용화에 노력했으며, 이 실용화 회사들은 대학과 기업, 그리고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상황에 알맞은 전략을 채택해 온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의 대학이나 기업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01 표 1에 나타나지 않은 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Daniel Kahneman(2002, 경제학), David J. Gross(2004, 물리학), Robert J. Aumann(2005, 경제학), Michael Levitt(2013, 화학) 등으로 이 중 Kaheneman과 Gross는 예루살렘 히브루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Aumann과 Levitt은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학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다.

02 Amir Naiberg, YEDA Technology Transfer from th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from our pipeline to your bottom line, 2014, p.14.

03 테크니온공대는 두 개의 기술사업화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BioRap은 바이오 분야의 기술이전에 전문화된 기술사업화 회사이다.

04 Nathalie Hamou(2016), “Israel and the Power of the Research Royalties,” Publié, April 22. (Translated by Nina Fink).

05 Gail Weinreb(2013), “Yeda earns 50~100 mil annually,” Globes: Israel’s Business Arena, July 18.

06 Highlightsof AUTM’s U.S. Licensing Activity Survey FY 2015, p.4.

07 이 말은 “와이즈만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 곧 차세대의 과학혁신이니, 그런 예측은 (와이즈만연구소에서는) 할 필요조차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08 그러나 단기적으로 고객이 찾지 않는 기술이 반드시 장기적으로 중요하지 않는 기술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대학의 연구비나 공공연구비 등을 이용해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할 권리는 존중된다.

09 필자는 30여 년의 연구원 경력 중 약 20년간 기술사업화 업무에도 종사한 바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술도입 기업이 개발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연구개발자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의 기술격차로 인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원활한 기술이전을 위해서 공공연구나 위탁연구는 중요한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