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이스라엘 창업시스템의 역사와 현황
▲ 양희태 부연구위원/기술경영학 박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스라엘은 극심한 경제 불황을 극복 하기 위해 기술 중심의 창업 지원 환경을 구축하여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트업네이션(Startup Nation)을 만들어냈다.
이 글에서는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 창업 시스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요즈마 펀드의 탄생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역사는 이스라엘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요즈마 펀드(Yozma Fund)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1980년대 후반에야 시장경제 체제의 여러 제도를 도입하며 서서히 경제를 회복하던 이스라엘은 1991년 12월 26일 구 소련이 붕괴하며 약 100만 명의 고학력 러시아 유대 이민자들의 유입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다.
고학력 이민자들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욤 키푸르 전쟁이후 몰두했던 군수산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며 생겨난 대량 실업현상에 대한 대책, 그리고 기존 이스라엘 정부의 실용성 떨어지는 R&D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혁신에 대한 요구로, 당시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의 수석과학관(산업분야 정부 R&D 예산을 총괄하는 차관급)이었던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캐피탈 지원 프로그램의 개발과 하이테크 산업의 육성을 주창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기업의 자금, 마케팅, 경영의 한계를 동시에 돌파할 정책으로 요즈마 펀드(Yozma Fund)를 설립하여 벤처캐피탈 기업을 육성하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계획을 추진한다.
요즈마 펀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주요 목적을 위해 설립되었다.
-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
-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 있어 국내외의 투자를 촉진하여 잠재력이 있는 기술적 성장동력을 증진
- 명망 있는 국제 투자자와 이스라엘의 기술산업 관련 창업자를 연계함으로써, 하이테크 산업에 투자를 원하는 국제기업에 파트너십을 제공
-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산업특화 경영 기법 개발
1993년 설립된 요즈마 펀드 프로그램은 총 1억 달러를 10개의 민간 벤처캐피탈 자(子)펀드에 투자하는 모태펀드인 요즈마 펀드(총 8천만 달러)와 하이테크 기업을 위한 정부직접 투자용도인 요즈마 벤처펀드(2천만 달러)로 구성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각 펀드 당 40% 이하의 지분을 보유하였다.
프로그램 시행 후 5년이 지난 1997년, 10개의 해외 제휴 벤처캐피탈 회사가 이스라엘 내 투자활동을 하였고 그중 8개 기업은 이스라엘 정부 투자금을 모두 매수하였다.
또한 요즈마 프로그램으로 직접 투자를 받은 이스라엘 15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성장하거나 해외 다국적기업에 M&A되는 성과를 창출하였다.
이처럼 요즈마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며 벤처캐피탈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스라엘을 하이테크 산업과 동일시하는 본격적인 시발점을 만들며 장기적으로 민간 부문과 외국투자자의 벤처캐피탈 설립을 적극 유도하여 이스라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을 대폭 확대한 혁신적인 펀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산업은 현재 규모 및 활동 면에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큐베이터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c) 수석과학관의 주요 업적 중에 또 하나가 이스라엘에서 TI라고 명칭 되는 기술 인큐베이터(Technology Incubator)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는 요즈마 펀드와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였으며, 추후 민간 벤처캐피탈의 투자 참여를 성공적으로 유도했다.
이스라엘의 기술 인큐베이터는 기술개발을 위주로 운영되는 소규모 기업들이 매력적인 원천기술들을 창출하여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발, 후속 투자펀드 조성을 용이하게 하였으며 인터넷, 생명공학, 클린테크 등 기술발전으로 인해, 2000년경 인터넷 거품 붕괴 시기 이후에도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였다.
정부가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은 창업 희망자들에 대한 행정 및 경영을 지원하였고 기술개발 및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였다.
초기 단계 기업들(Seed stage companies)은 정부 지원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과 요즈마 펀드를 통해 민간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하는 데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1년부터 24개 기술 인큐베이터를 설립하였고 가장 활발한 시기엔 전국적으로 27개의 인큐베이터를 운영하였다.
기술 인큐베이터는 초기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창업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시장규모가 작은 이스라엘 국내 시장보다는 창업 초기부터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개발,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조기에 해외투자 및 나스닥 상장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스라엘의 액셀러레이터
이스라엘은 최근 민간을 중심으로 Seed 단계의 인큐베이터 졸업기업이 Series A 단계01의 벤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이어주기 위한 자발적인 시장이 출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액셀러레이터들은 이스라엘의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부터 글로벌(Born To Global)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독려하며 해외 진출 및 글로벌 투자자 연계 등을 통해 창업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이스라엘 전역에 걸쳐 현재 100여 개의 다양한 액셀러레이터가 운영 중으로 이스라엘의 인구 및 경제 규모로 보았을 때, 스타트업 네이션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맺음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문화에 선순환적인 창업생태계가 결합하여 이스라엘은 지금도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창업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또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창업 지원제도를 갖춰가고 있으며, 아직 글로벌 창업생태계에 버금갈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에 다양한 시스템과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인 만큼 우리 스타트업들 또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나아가 경쟁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 프로그램들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01 Series A 단계 투자란 프로토타입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의 기간(보통 18개월 전후)에 받는 투자를 지칭함.
수억 원 내의 규모의 투자(지분은 15-30% 내외)가 이루어지며 어느 정도의 초기 시장 검증을 마치고 베타 오픈 시점에서 정식 오픈 단계 전에 받음.
시리즈A 투자금의 의 주 사용처는 본격적인 제품 및 서비스 출시, 고객 피드백 모니터링 및 마케팅 비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