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이스라엘 혁신 생태계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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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파일러 경제수석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창업에 집중하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두 나라 간에 문화적, 제도적, 사회적 시스템이 다르므로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현재 이스라엘의 혁신 창업 생태계는 점점 더 글로벌 기술 진보에 일조하며 선순환 고도화를 향해 가고 있고,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또한 창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혁신 생태계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국민 1인당 창업 비율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것을 유지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이스라엘의 혁신 생태계를 구성한다.

주요 요인들을 살펴보면 높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우수한 인력들, 연구 중심 대학으로부터 나오는 뛰어난 기술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권장하는 사회 문화, 엔젤 투자부터 시리즈 C단계01 투자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투자 금융 인프라, 벤처캐피탈들이 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 정부의 다양한 기업 지원 제도, 독특한 군대 시스템을 통한 창업 기회의 확대, 사회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멘토들 등이다.

많은 수의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창업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취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두 나라 간에 문화적, 제도적, 사회적 시스템이 다르므로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수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휴학을 반복하며 공무원시험과 자격증 시험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이스라엘의 혁신 창업 생태계도 근 20여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뤄낸 것이다.

이스라엘은 점점 더 글로벌 선순환 고도화로 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그 전망은 밝다.

현재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또한 창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지속적인 혁신 발전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의 역할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혁신 생태계의 성공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작부터 글로벌

이스라엘은 인구 800만 명의 매우 작은 국가로 내수시장이 작아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제한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접 국가들 또한 적대적인 아랍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므로, 물가 또한 매우 높다.

이러한 환경은 이스라엘의 기업들이 초기 기술 개발 콘셉트부터 전략까지 모두 글로벌시장 공략 중심의 전략을 조성하게끔 하였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에 포진해있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R&D센터와의 협력은 이스라엘 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직접 나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은 이스라엘 혁신 생태계 내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세계로 나아간다.

다국적 기업들은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민첩하면서도 창조적인 첨단기술과 기업가정신을 통해 자극을 받으며 적극적인 기술교류를 이어나간다.

스타트업은 이스라엘 내 다국적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시장 및 파트너십이나, 제품을 시험하는 최고 수준의 실험 장소에 접근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오라클, Visa 등의 수많은 다국적 기업 상당수가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보육 시스템이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이스라엘에서 직접 운영하며,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급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직접 양성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역할

이스라엘 정부 또한 이스라엘의 혁신 생태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혁신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첨단 산업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연간 GDP의 약 4.5%를 R&D에 투자한다.

R&D 투자 비율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정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처음부터 전폭적으로 R&D 예산을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된 계기는 1990년도 초반 요즈마(Yozma) 펀드와 기술 인큐베이터(Technology Incubator) 프로그램을 설립하고, 신생 기업을 위한 일련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수석과학관(정부의 산업 R&D 예산을 총괄, 차관급)인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는 초기 단계의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스라엘 내 스타트업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모태펀드인 요즈마 펀드와 기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기술 중심의 창업기업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산업이 미국 다음으로 왕성한 창업지원 금융시장으로 변신하였으며, 이스라엘 고유의 신생 기업 보육 프로그램을 다른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이스라엘의 기업 지원 사례는 가장 모범적이며 성공적인 정부 지원 창업 정책으로 꼽힌다.

이스라엘 정부 지원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고위험의 첨단기술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민간 투자자나 기업보다 고위험에 잘 대처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중간 디딤돌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혁신청의 핵심 목표는 민간 부분이 절대 접근하지 못할 고위험 프로젝트에 주요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첨단기술을 가진 고위험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회사 상황과 기술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후, 수억 원의 보조금과 R&D 지원비를 스타트업에 제시하고,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에 회사로부터 약간의 로열티를 받는다.

만약 프로젝트가 건전한 시장 실패를 하면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스라엘 정부의 과감한 지원은 모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과감한 선택과 지원은 세계를 리드하는 스타트업들이 이스라엘에서 지속해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맺음말

이스라엘은 매우 작은 국가이며, 모든 면에서 좋은 조건을 가진 나라는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기술 창업가들이 나오고,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다국적기업에 수조 원에 매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인인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스라엘은 스스로의 강점과 한계를 잘 파악하여,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인들은 스스로 작은 국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에만 수십 년간 집중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시기와 잘 맞아떨어져 꽃을 피우는 거라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오랜 역사와 전통, 뛰어난 국민성을 가졌다.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스라엘의 혁신 생태계 요인들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속하고 친기업적인 정책 추진이 목표”
이스라엘 혁신청의 기업지원정책


이스라엘 정부는 기업의 혁신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5년 경제부 수석과학관실을 혁신청으로 독립시키고 기존의 벤처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최근 아하론 아하론(Aharon Aharon) 이스라엘 혁신청 대표가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이오/제약산업 활성화 정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인터뷰에서 아하론 대표는 이스라엘 정부가 2015년, 경제부 수석과학관실을 혁신청으로 독립시킨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신속하고 관료적 절차 없이 구성”하고 “글로벌 국제 기업들을 이스라엘로 유치하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보다 쉽게 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혁신청 신설이 이스라엘의 제약 및 진단 사업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기초의학 분야의 우수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신약은 외국 기업이 주도하여, 자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스라엘 혁신청은 바이오/제약분야의 우수한 기술이 자국에 안착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가는 이유를 대형 벤처캐피탈이 대부분 해외자본에 의지하는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 대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밖에 이스라엘 혁신청은 생명화학 분야에서 다수의 기업과 대학이 모인 대형 컨소시엄인 ‘마그넷(Magnet)’, 연구성과의 상용화를 위한 산학연 프로그램인 ‘마그네톤(Magneton)’ 등을 통해 업계 전체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바이오/제약 분야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혁신실험실’을 추진키로 했다.

‘혁신실험실’은 대형 바이오/제약 업체의 인프라를 스타트업 기업에 개방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5개 운영 기업이 선정되어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 편집자 >

 



01 투자 유치 단계. 시리즈 A단계는 프로토타입에서 받는 투자로 시제품을 정식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투자를 의미하고, 시리즈 B단계는 상품을 시장에 진출하여 정착시키는 단계의 투자를 의미함. 시리즈 C단계는 시장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높이고 생산스케일업을 가속화하는 단계의 대규모 투자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