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한설그린 한승호 대표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심는 생태조경의 선도자


2.png


공동 작성_ 변남석 교수(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21세기는 도시의 시대이다.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생활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내에서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가 진행되어, 인구의 도시 집중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도시에서 업무를 보는 공간도 밀도 높은 빌딩이고, 주거 공간 역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 숲 일색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조그마한 자연을 접하고 산다.

초고층 건물 주변은 물론 아파트 단지를 잇는 길과 옥상에서 나무와 잔디, 꽃을 품고 있는 조경시설을 만날 수 있다.

각종 사회·환경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이때 자연 속에서 휴식하며 문화 예술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고 강조하는 ‘한설그린’의 한승호 대표를 만났다.


한국 조경 산업 발전을 이끄는 1세대 기업


3.png

▲ 서울시 자매결연 도시인 이집트 카이로에 1999년 한국 전통양식으로 서울공원을 조성하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대로와 양재천 사이에 위치한 한설그린 본사 옥상에는 작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조경 및 생태환경 전문기업인 한설그린의 한승호 대표가 직접 설계하고 꾸민 옥상정원은 직원들의 휴식처이자 회사가 개발하는 녹화 제품과 친환경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관리하는 연구의 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때로는 영화를 상영하고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문화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한설그린은 1984년 창사 이래 조경공사, 친환경 녹화 및 조경 자재 개발과 환경 관련 국책사업 등 조경, 생태환경 및 디자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며 발전해 왔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작은 놀이시설에서부터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자연 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하천과 수변 녹지의 조성, 옥상과 벽면 등의 인공지반을 푸르게 하는 입체녹화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실적을 보면 수원과 상암 월드컵 경기장 조경공사, 캐리비안베이 조경공사 외에 국내 주요 아파트 단지, 리조트단지 복합산업시설 등의 조경 및 시설물 공사를 했으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공공시설 역시 한설그린의 작품이다.

그 외에도 청계천변 생태습지공원, 인천 송도공원, 이집트 카이로 서울공원 등 생태공원 조성과 녹지 복원사업도 수행했다.

또한, 대림, 대우, 현대, 삼성 등 주요 건설 대기업들과의 우수 협력업체로 굵직한 조경공사 등을 많이 진행해 온 만큼 조경분야 시공능력 평가에서 최근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조경 시장은 경제 규모에 비해 크게 성장되지 않았으며 선진국에 비해서도 시장이 작습니다. 그만큼 큰 기업체의 관심이 적었고 전문 인력 또한 많지 않아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에 안성맞춤인 사업입니다.”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성장한 1세대 기업의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연구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2002년 사내 연구소를 설립하여 생태조경기술과 시설에 필요한 각종 제품 등 조경 분야의 연구개발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결과 가로(街路), 옥상 및 벽면 녹화기술과 관련 제품에 대한 50여 건의 특허와 디자인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에 선정되었다.


유학 대신 선택한 창업의 길


4.png

▲ 한승호 대표는 2009년~2011년 중소기업기술혁신(INNO-BIZ)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사진은 2010년 2월 이노비즈 그린봉사단 발대식.


한승호 대표는 국내 조경업계 1세대 창업자로서 조경학 공부는 물론 조경사업도 초기에 시작한 선구자이다.

원래 건축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그는 첫 대학 입시에 실패한 이듬해인 197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 입학하며 조경인의 삶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조경산업의 역사가 그렇듯 조경학과의 역사 또한 매우 짧은 편인데 한 대표에게 전해들은 그 신설 배경이 사뭇 흥미롭다.

“19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산을 깎고 터널을 뚫다 보니 푸른 산이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렸는데 현장을 지나던 박정희 대통령이 ‘보기 흉하니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를 내렸답니다. 공사를 맡은 건설사는 뿜칠(고압의 공기로 안료 등을 안개처럼 뿜어 바르는 일)을 했는데 그것을 본 박 대통령이 진노하자 이번에는 뿌리가 잘린 나무를 가져다 심었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말라 죽고 말았대요. 역시 그것을 본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국토를 제대로 가꿀 방법을 묻자 조경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관련 학과조차 없다는 답변에 조경학과 신설을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1973년 서울대와 영남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학과를 개설한 것입니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1981년 신설된 서울대 대학원 생태조경학 석사과정을 1기로 마친다.
 
졸업후 조경선진국인 덴마크로의 유학을 준비하며 잠시 현업에 뛰어드는데 이것이 훗날 창업의 배경이 되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출국까지 한 학기 정도 여유가 있어 ‘환타시코리아’라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 대표가 20여 년간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조경에 몸담은 김성문 선생(당시 한국주택공사 기술고문)이라는 유명한 조경전문인이셨는데 국내 최초로 목재놀이시설을 잠실 새세대 육영회 놀이공원과 대학부설 유치원 등에 도입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출국 날을 기다리며 실무경험을 쌓아가던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덴마크 왕립 대학에서 수강하기로 한 과목의 개설이 연기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다른 대학을 알아보던 중 김성문 선생이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나면서 유학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김성문 선생의 부인을 통해 고인의 유언을 전달받았습니다. 놀이시설 사업만은 아이들 정서교육에 중요한 것이니 꼭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저에게 뒷일을 부탁하시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유학을 보류하고 남은 일들을 마무리 지은 후 일단 취업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도, 경력사원도 아닌 상황에서 나이 제한에 걸려 번번이 취업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경영학을 전공한 고교동창과 무역업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 여의치 않았다.

그러는 사이 몇몇 유치원에서 목재놀이터 주문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기에 자택주소지로 사무실을 등록하고 ‘꼬마랑’이라는 상호로 목재놀이터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같은 목재를 사용하는 벤치와 파고라 등 조경시설물까지 취급하게 되면서 상호를 지금의 ‘한설그린’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던 1986년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신축 백화점 조경소장으로 있던 동창의 제안으로 옥상에 목재 놀이시설물을 시공하게 된 것인데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 약간의 사업 종잣돈을 모으게 된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조경 자재 생산 및 공급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되었고 그때 개발한 상품이 국내 최초의 잔디보호판이었다.

“우연히 일본 조경잡지에서 본 밟아도 죽지 않고 보호되는 잔디블록의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에 있어 한때 플라스틱 제품 거래 무역업을 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거래처와의 인연이 큰 도움이 되었죠.”

그동안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잔디밭을, 주차장까지 잔디밭으로 할 수 있는 그린블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목재, 플라스틱,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의 조경시설제품 연구개발에 집중하였다, 자동으로 물 공급이 가능한 ‘그린블록스텝’을 선보여 환경보호적인 생태포장재 시대를 열었다.

한편 시공분야에서는 이집트 카이로에 서울정원조성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해외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열정과 혁신

한설그린(韓設 Green)의 회사명은 ‘한국을 그린으로 건설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비록 작은 시작이었지만 꿈은 원대하게 가져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사업을 일궈오는 동안 크고 작은 성공을 경험했다.

한승호 대표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990년대 중반 휘닉스파크 스키장 조경공사를 진행할 당시를 꼽는다.

“스키장 정상에 데크 등 조경시설물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작업용수가 있어야 하는데 정상까지 가는 길이 조성되기 전이라 방법이 없는 거예요. 걸어서 올라가려면 40분 정도 소요되니 물 확보의 운반수단 없이는 공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포크레인을 이용해 운반하자니 물 한 통을 운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50만 원 정도라 큰 적자가 날 게 뻔했습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급경사 산악지대에서 이동이 가능한 목재 운반차, 일명 GMC 트럭이었어요.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구해와서는 포크레인으로 임도를 만들어가며 물탱크를 싣고 올라가 가까스로 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한 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현장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경험이 사업을 성장시키고,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고민하고, 현장에 적합한 자재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불모의 땅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처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한설 그린이 주목받는 이유는 첨단 분야가 아닌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에서 혁신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일찍이 조경기술개발과 자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내에 조경생태디자인연구소를 세워 생태조경기술과 조경에 필요한 각종 친환경 자재를 개발해왔다.

또한, 자재관련 전담법인을 설립하여 인공지반 조성에 적합한 식물과 토양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승호 대표의 리더십 아래 원천기술과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러한 투자와 노력을 한 결과, 친환경 생태조경분야 기술혁신 중소기업인 이노비즈(INNO-BIZ) 인증을 받았다.
 
또한, ‘저류 기능을 갖는 생태잔디 주차블록’ 기술로 신기술(NET)인증을 받았으며, 전문건설 기술상과 한국환경복원녹화기술학회 기술상 및 서울시 환경상 수상 등 산업계를 비롯한 여러 학계와 관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연구소의 주요 연구 분야는 친환경 조경 자재, 도시입체녹화기술, 그린에너지를 활용한 자연순환형 그린인프라, 그리고 환경생태복원기술 등이다.
 
미래분야로서 인공지반을 활용한 도시 입체녹화기술과 태양광, 빗물 저류 기술 등을 융합한 친환경 조경 및 주거단지 녹화시스템도 주목하고 있다.

미개척 분야였던 생태조경학에 뛰어들어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부회장, 한국인공지반 녹화협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 협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 조경산업 발전과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강화에 이바지해온 한승호 대표.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은 지적 호기심과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조경은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시간을 들여 가꾸어야만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잔디를 보호하면서도 걸을 수 있으려면 블록은 어떤 형상으로 하면 될 지 이리저리 만들어 보고 시험해 봐야 합니다. 저 역시 인공지반 중 제일 어려운 벽면을 녹화하기 위해 수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식재는 어떻게 할지, 물은 어떻게 공급할지, 식물이 자라지 않는 겨울철 조경의 모습은 어떻게 조성할지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불편하고 모자란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실패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언가를 해보았다는 것’이라고 한 대표는 말했다.

무엇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조경에 문화 예술을 더하다


5.png

▲ 사단법인 서울문예마당 창립총회의 기념공연에서 성악을 하고 있는 한승호 대표의 모습


6.png

▲ 2018년 아프리카 케냐의 디아니 브라이트 엔젤스 아카데미에 놀이시설을 조성하는 후원사업을 하였다.


한승호 대표의 사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듯 보이지만 사실 그는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2008년에 응급 심혈관 수술을 받은 데 이어 2012년에는 암으로 한쪽 신장을 떼어냈다.

“일만 열심히 하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나니 이제는 좀 놀아야겠다(웃음)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테크다 뭐다 하는데 이제는 ‘휴테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럼 ‘뭐를 하고 놀 것인가?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논다면 어른들이 노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문화와 예술을 통하여 즐기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냥 쉬는 것,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적 체험을 통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골프는 시간소요가 많고 클래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는 오페라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오페라에 흥미를 느끼고 매료되면서 작업실로 쓰던 지하공간과 4층 대표자 개인 업무공간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기고 있다.

“한설그린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락(Space LACH)’은 여유로운 즐거움(Leisure), 예술(Art), 문화(Culture) 그리고 건강(Health)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즉, 건강한 신체와 마음의 조화 속에서 즐거움(樂)을 추구하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성악가들을 초빙해 라이브 공연을 감상했는데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감상만 하지 말고 직접 불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성악 기초 레슨을 통해 아리아를 직접 불러보고 발표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김자경 오페라단과 ‘오페라 속 공중정원’이라는 주제로 서울시청에서 공연을 개최하였는데 이때, 오페라 ‘나부꼬’에서 나오는 ‘노예들의 합창’을 부르기 위하여 합창단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도 합창단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옥상정원인 ‘스카이 락(Sky LACH)’에서는 야외 영화감상과 작은 음악회를 열어 메마른 도시에 문화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 회사가 후원하는 형태로 진행해 왔으나 더욱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지난 봄 ‘서울문예마당’이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더욱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생태조경은 도시인에게 자연을 되돌려주는 봉사라 믿는 한 대표는 사회적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세계각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터 기부사업도 하고 있다.

2013년에는 엄홍길 휴먼재단과 함께 네팔에 있는 비레탄티 초등학교에 놀이시설물을 후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케냐의 디아니 브라이트 엔젤스 아카데미에 놀이시설 및 포장공사를 후원했다.

놀이시설물 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이윤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기업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자연을 공유하며 행복과 건강을 찾는 인생 2막 프로젝트


7.png

▲ 2018년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인 서울로2017에 IoT 시스템이 적용된 벽면 녹화를 설치 후 관리 및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항상 꿈꾸고, 은퇴 후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 목록의 맨 위에 올리는 것 중 하나가 전원생활과 같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인간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주는 조경의 가치와 의미를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뚝심으로 조경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한승호 대표는 척박한 도시환경에서 조경의 가치와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녹지와 자연이 훼손되는 만큼 다양한 인공지반을 조경에 활용할 수밖에 없기에 옥상뿐 아니라 지붕, 벽면, 실내, 지하 공간 등도 녹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반 형태에 적합한 다양한 자재가 필요합니다. 인공지반에 식재 가능한 식물, 토양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뿌리가 짧아도 잘 자라는 품종이나 토양 등도 필요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물과 비료를 공급해주고 필터링해주는 시스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최근 옥상이나 지붕에 많이 설치하는 태양광발전이나 에어컨 설비와 연계된 녹화시스템 등 그린에너지와의 융합을 새로운 도전으로 추진하는 한편 습도조절 및 공기정화 기능이 탁월한 실내외 벽면녹화 방법도 큰 가치가 있다고 하며 이러한 시설을 서울역 고가차도를 공원화한 서울로 7017에 설치하고 현재 모니터링 중이라 덧붙였다.

또한 ‘식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조경과 녹화는 인간의 감성적인 면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삶에 스토리를 제공해주는 조경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 점에서 생태조경과 문화예술이 융합되는 공간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과 교류하고, 음악·예술·공작 등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의 제공자로서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대표는 문화사업 ‘스페이스 락(Space LACH)’에 이어 생태조경과 문화예술이 융합되는 새로운 주거생활공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진 부탄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포브지카라는 이상향의 자연 지역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이름을 따온 ‘포브지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한강변에 연수원, 연구소, 공연 공간 및 소규모의 거주공간을 건립하고, 7계절 정원과 온실 및 생태학습장 등을 조성해 자연을 직접 가꾸고 체험하며, 입주자들의 재능기부 형태로 음악과 미술. 그리고 요리와 목공예도 체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녹색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한승호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서 조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정책적인 노력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경하는 사람은 뭔가를 더 해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대다수의 고객은 조경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은 비용 부담, 즉 경제성의 문제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법규상 최소한의 요건만 맞추는 수준에서 조경하고, 준공 후에는 주차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와 잔디를 뽑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경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이나 개인의 요구사항을 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가 건강과 행복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주변 환경에 투자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조경은 경제 및 생활수준에 따라 발전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성과 공공성 간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도시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므로 미래지향적인 도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성장, 확대, 효율성 위주의 경제 논리 때문에 정책과 법규를 너무 완화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옥상이나 벽면의 녹화지역을 확대하는 경우에 인센티브를 주는 친환경 건축 인증제처럼 보다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사라져가는 자연을 보고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으면서 도시를 사랑한다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변하는 한승호 대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