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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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하 회장 한국엔젤투자협회


대한민국은 지난 60년 동안 모방성장 전략, 소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을 펼치며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석유·화학·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주력산업에서 앞서가는 선진국들을 모방했기에 빠른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더 빠른 추격자인 중국·인도·베트남이 맹추격을 하면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흔들린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인도·베트남에 밀리고, 제품 경쟁력에서는 선두그룹인 독일·일본·미국에 뒤처지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략을 재편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혁신성장’이 있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지난 60년 동안 모방성장 전략에서의 주입식 교육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교육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혁신의 메카인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미네르바 대학이다.

2014년에 설립된 미네르바 대학은 하버드대학보다 더 들어가기 힘들다는 명성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미네르바 대학의 캠퍼스 안에는 기숙사만 있고 강의실이나 도서관이 없다.

수업은 자체 개발한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 어디서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네르바 대학은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하기 전에 15분 정도의 동영상 강의를 통해 미리 학습한 후, 학생들이 토론을 진행하는 수업 방식이다.

이는 능동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방식으로, 학생들의 소통 능력, 창의력,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

2017년에는 2만여 명이 미네르바 대학에 지원했고, 그중 210명이 신입생으로 뽑혔다.

입시전형의 내용을 보면, SAT 점수나 가정환경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오로지 학생의 무한한 잠재력만을 평가하여 선발한다.
 
미네르바 대학에 뽑힌 학생들은 1년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3년은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6개 도시에 있는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수업을 받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 가능한 통합형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세계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는 IT 혁신학교 ‘에콜(Ecole)42’가 있다.

2013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3무(無)’ 학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재능과 열정이 있는 18~30세 사이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에콜(Ecole)42’는 팀 위주로 단계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현실세계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프로젝트 기반학습(Project-Based Learning)’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매년 지원자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논리력 테스트를 시행해 3,000명을 추린 후, 4주간의 합숙 프로젝트를 통해 상호평가를 진행한다.

창의성, 협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평가하여 1,000명의 역량 있는 인재를 입학시키고 3년 동안 교육해서 사회에 배출한다.

‘에콜(Ecole)42’의 취업률은 100%이다. 졸업생 중 상당수가 스타트업(start-up)을 경영하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전 세계 글로벌 기업에서도 앞다투어 이들을 채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혁신을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미래교실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15,000명이 넘는 교사가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여전히 대부분의 교육은 주입식 수업방식에 머물러 있다.

정부 주도하에 대대적인 교육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기술 융합의 시대이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AI·IoT·빅데이터·클라우드·블록체인·3D프린터·VR·AR과 같은 기술들이 융합되어야 한다.

또한, 융합을 위해서는 협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경쟁만을 부추기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안에서 협력의 덕목을 갖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인재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하고 다양한 산업을 융합하여 산업을 고도화할 줄 아는 인재가 더욱 필요하다.

혁신 교육을 통해 ‘퍼스트 무버(Fist Mover)’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면, 우리나라의 혁신성장 또한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