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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 Future Trend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문제 해결 R&D 혁신 방향

Innovation & Future Trend는 미래 혁신의 트렌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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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용숙 선임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제연구그룹


4차 산업혁명과 기술의 의미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산업혁명과 비교해 몇 가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우선, 과거의 산업혁명이 대체로 기술 → 산업 → 경제 → 사회 → 문화 등으로 연결되는 직선적 변화 구조를 보인 반면, 4차 산업혁명은 기술 → 산업·경제·사회·문화 등과 같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로 지난 산업혁명이 양적인 변화를 통해 질적인 변화를 유도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질적 혁신으로 인한 양적 변화가 불가피한 구조이다.

또한 과거의 혁신은 대중적이고 거시적인 특성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한 국가 사회의 대변혁도 예측되고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요소로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더할 바 없이 편리해진 기술 활용 환경을 들 수 있다.

이들 첨단 ICT 기술은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에도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ICT 기반의 혁신적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사회 문제 해결형 R&D의 의미와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특성과 배경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반영되어, 기술 기반의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기술 활용이 간편해지는 시대

ICT 기반의 디바이스 및 콘텐츠의 활용이 확대되고 편리해지면서 생활패턴에도 이미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만으로도 일반인들의 지식 및 기술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용이해졌고, 간단한 조작과 결합만으로도 기술의 주체가 되는 등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도 크게 성숙한 것이다.

아두이노(Arduino), 3D 프린팅 등은 기술 관점에서의 생산과 소비, 공급과 수요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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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의 과정에 사용자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개방형 혁신모델 ‘리빙랩(Living Lab)’의 확산 배경에는 ICT 기술의 범용화와 인프라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고, 지능정보 기술들 또한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며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거 전문가와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기술 영역은 최종 사용자이자 수요자인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그 접근과 참여 범위를 폭넓게 열어 놓고 있다.

또한 첨단 산업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기술들이 대중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질적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초실감·초지능·초연결이라는 지능정보 시대의 편익과 효율성으로 기술에 대한 효능감과 기대감은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 부의 대물림 등 계급의 고착화, 기술 위험의 대형화와 치명적 타격 가능성, 탈인격화, 불확실성의 증가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는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따른 부작용과 잠재적 역기능으로서 존재하기도 한다.

상반된 미래 전망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ICT는 국민 삶의 질 개선과 포용적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 ICT의 성과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ICT R&D 혁신전략(’18년 5월, 과기정통부)’에서 ICT 핵심기술을 활용하여 6대 공공수요 분야(시티, 교통, 복지, 환경, 안전, 국방)의 국민생활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며 관련 R&D 예산을 확대키로 했다.

단순한 정책과 환경 변화가 아닌 실효성 있는 R&D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제2차 과학기술 기반 국민생활(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18년 6월, 과기정통부)’에서는 사회문제 해결 효과를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국가적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내 삶의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이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제 적용에 있어서도 기술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간의 협업과 시너지가 필요하다.

개방형 혁신을 넘어 사용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인 주체로서 참여하는 R&D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기술의 사각지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기술

기술의 활용과 혜택이 일반 국민의 생활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으나, 기술의 발달과 정보화의 진전 과정에서 정보격차의 문제는 오히려 더 심화될 수 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일상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기와 앱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장애인의 이용과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다.

일반적인 실내외 지도 앱들이 목적지까지의 시간과 경로를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지만, 지하철 이용과 환승시 엘리베이터나 승강기 정보가 필수적인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지도는 어디에도 없다.

장애인 딸을 둔 엄마가 직접 지하철 환승지도 제작에 나선 이유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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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날 데려다 주오’라는 뜻으로 햅틱과 블루투스 송수신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한 장애인 길 안내용 신발 ‘리챌(LeChal)’, 안경 옆 작은 카메라로 글자를 읽어 스피커로 전송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경 ‘오어캠(ORCAM)’, 3D 프린팅 기술로 절단 장애인들에게 저렴한 전자의수를 제공하는 ‘만드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재활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등 이미 시장에 출시된 ICT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 관련 제품들은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중저가형의 기술개발과 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해 나가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적 약자기술은 제품 규격화 및 표준화가 어렵고, 주요 소비자층이 협소해 시장의 진입과 성공이 쉽지 않다.

시장 실패의 영역을 대체하기 위한 공공기술 R&D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대목일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디테일이 드러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굳이 하이테크나 원천연구가 아니어도 기술 수요와 서비스에 대한 관점과 대상의 확대만으로도 현재의 축적 기술과 역량, 인프라를 적용하여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은 초창기에는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관점의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차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건축·환경·서비스 구현의 의미로 발전되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기술 추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혁신의 방향

ICT를 비롯해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은 빈곤, 실업, 보건·복지 문제와 같은 사회 구성원과 국가의 영역을 넘어서 기후, 환경, 식량, 인류애와 같은 글로벌 영역에 이르기까지 적극적 대응과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술의 발전이 모든 문제에 대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미래에 대한 낙관과 비관, 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현실 속에서, 기술에만 의존하여 문제를 풀어나갈 수도 없다.

기술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 공급과 수요가 만날 수 있는 새로운 R&D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 과정을 점검하며,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형·참여형 R&D를 활성화해야 한다.

세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요자와 R&D 요구 사항이 명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R&D 기획을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소외 계층을 위한 기술개발과 적용 확대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과 기술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수요 중심적이며 목표 지향적인 특성이 뚜렷한 사회문제 해결형 R&D는 사회적 약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일상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능정보기술이 정보와 기술 접근성 확대와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작동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고 누구에게나 대등한 기회가 부여되는 ‘사회적 기회 평등’과 ‘사회적 이동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현안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R&D 수행과 함께 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는 등 새로운 기술사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인공지능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가 연구개발조직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와 법·제도 연구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산업’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에 있어서도 이러한 관점이 R&D 기획뿐만 아니라 성과도출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