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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 기회는 디지털과 피지컬의 교차점 ‘카테고리 플랫폼’에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동아일보 브랜드 기업으로 전문가 매칭 플랫폼 및 컨설팅 기업인 동아엑스퍼츠(dongaexperts.com)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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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재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2017년 6월 아마존은 13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식료품 체인 홀푸즈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내부 혁신을 통한 유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던 전략을 수정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이 인수합병 건은 단지 하나의 돌출된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01

온라인 세계에서 플랫폼 생태계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digital)’과 실제 오프라인 비즈니스, 즉 ‘피지컬(physical)’을 포괄하는 더 복합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로 관심과 관점이 전환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기존의 디지털 플랫폼 지배자들뿐 아니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역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디지털-피지컬 생태계를 주도할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피지컬 생태계

최근의 승자들은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과 같이 디지털 플랫폼을 주도한 기업들이었다.

이들에게 물리적 인프라는, 아마존의 물류 창고,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이 단지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O2O가 ‘Online to Offline(온라인에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하듯, 온라인 기술에 기반해 출범한 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일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제한적으로 연결하는 데 그쳐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디지털 강자들은 물론,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과 피지컬을 모두 포괄하는 생태계를 만들려 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스냅챗으로 유명한 스냅은 기존의 소셜 미디어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안경 등을 내놓으며 스스로를 ‘카메라 회사(camera company)’라고 부르고 있다.

GE와 같은 기존의 전통기업들도 클라우드에 기반한 사물 인터넷(IoT)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농업,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과 피지컬을 아우르는 ‘카테고리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카테고리 플랫폼은 전통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자신만의 특정 산업 영역을 지배하는 강자를 의미하는 ‘카테고리 킬러’의 ‘카테고리’와 ‘플랫폼’을 합쳐 필자가 만든 조어로, 특정 산업 영역에서 온라인·오프라인 지배력을 추구한다.

디지털(온라인)과 피지컬(오프라인)을 포괄하는 하이브리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존의 오프라인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추정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는 그 놀라운 성장 속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경제 활동의 단지 8%만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제조, 물류 등 전통 산업의 장비와 자산, 즉 하드웨어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면서 디지털적인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처럼 더 많은 하드웨어들이 센서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되면서, 즉 실제 피지컬 세상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플랫폼의 존재 이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국경은 있고 문화적 장벽은 존재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의 인프라를 활용하되,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정 영역, 특히 지역성이 강한 분야의 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다양한 공급자를 확보해 플랫폼에 얹을 수 있다.

카카오는 구글과 애플의 OS에서 작동하는 하위 플랫폼으로 한국에서 한국어 기반의 채팅 앱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발판 삼아 모바일 게임 시장까지 주도했다.

사실 카테고리 플랫폼은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이나 콘텐츠를 갖추고 있거나, 이미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 많은 수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면 더 성공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에 인수되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틈새시장에서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데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하나를 다운받게 하는데도 마케팅 비용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을 쓰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카테고리 플랫폼들도 대형 플랫폼 중심 기업의 자회사나 관계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사례가 많다.

카카오 플랫폼의 하위 플랫폼으로서 O2O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은 카카오택시와 한국 토종 클라우드 서비스를 대표하는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 그 사례다.


기존 비즈니스를 카테고리 플랫폼으로

카테고리 플랫폼은 기존에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거나,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을 하는 기업도 추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민 내비’ 김기사는 2015년 626억 원에 카카오에 인수됐다. 김기사의 성공은 ‘길을 찾는’ 솔루션 사업으로 여겨졌던 내비게이션을 ‘사용자’와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여 발전시킨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이동통신 3사라는 강력한 경쟁자 틈에서 김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사가 카카오에 인수될 무렵 김기사 내비의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월간 유효 사용자 수는 200만명, 월간 주행 건수는 최대 2,000만 건, 월간 검색 건수는 1억 2,000만 건에 달했다.

김기사는 목적지 ‘즐겨찾기’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게 하도록 벌집 모양의 사용자화면(UI: User Interface)을 만들었다.

현재 위치를 가운데에 두고 자주 가는 곳을 벌집 모양으로 붙여 나가는 구조다.

이 벌집은 사용자의 현재 위치로부터 목적지까지의 방향과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다시 구성된다.

이용자가 직관적으로 방향과 거리를 이해하기에도 편리한 구조다.

또한, 폴더 형식으로 확장이 가능해서 수천 개의 목적지를 등록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벌집 정보를 저장하며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게 되자, 맛집, 관광지, 생활정보 등의 콘텐츠 데이터가 늘어나게 됐다.

2012년 무료 앱으로 전환하면서 사용자가 많아지며 다른 사용자의 운행정보에 기반해 최적의 길을 안내하는 김기사의 길 안내 솔루션도 그만큼 향상됐고, 가볼 만한 장소에 대한 정보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기둥인 ‘규모의 사용자’와 ‘빅데이터’는 이렇게 확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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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는 결국 카카오에 인수되긴 했지만, 기존의 비즈니스를 카테고리 플랫폼으로 전환해 가치를 키운 좋은 사례다.

카카오에 인수된 후에는 카카오택시와 연동되는 등 플랫폼 비즈니스의 장점이 더욱 크게 발휘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디지털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는 중소기업의 사례도 있다.

인바디는 체성분 측정 기기를 만드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체성분 측정 기기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다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방흡입술로 알려진 365mc는 지방흡입술 결과를 실시간에 가깝게 예측하는 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른 의료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솔루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하이브리드 생태계, 성공하려면

디지털과 피지컬을 아우르는 플랫폼 생태계, 즉 카테고리 플랫폼이 포괄하는 범위는 태생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다.

특정 영역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 경험, 관계는 그 영역 내에서 의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 생태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라는 플랫폼의 작동 원리가 인사이트구현돼야만 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생태계를 추구하는 카테고리 플랫폼은 ‘깊이’와 ‘범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정 영역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수의 플랫폼 참여자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플랫폼 생태계로 작동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관 분야, 연관 분야로 그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

일본의 리쿠르트는 구인·구직 서비스뿐만 아니라, 여행, 레스토랑 등 생활 분야의 다양한 서비스를 온라인 기반으로 연결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이 같은 변신에 힙 입어 지난 5년간 경기 침체기에도 리쿠르트는 매년 20%씩 성장할 수 있었다.

리쿠르트는 레스토랑들이 광고, 회계, 구매, 인력 관리, 결제 서비스와 인공지능 기반 추천 시스템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리쿠르트가 이런 복합적인 카테고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업 담당자들이 이미 수많은 공급자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과 피지컬을 연결하는 카테고리 플랫폼 모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관계’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꼭 필요하지만, 카테고리 플랫폼을 거대 디지털 플랫폼과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 원천은 고객과의 관계, 공급자와의 관계, 그로부터 얻은 데이터와 암묵적 노하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정 분야에서의 지식과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작동 방식’을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전문가’와 ‘현업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지속적 학습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 이 글은 <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바꾸는 기업의 미래 > (2018. 3. 서울산업진흥원 발간, 한인재 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01 BCG Report. ‘Getting Physical, the Rise of Hybrid Ecosystems’ Martin Reeves, Daichi, Ueda, and Claudio Chittaro, 2017. 이 글에 기술된 수치와 사례, 주장들 중 일부는 이 문헌을 참조하고 인용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