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1

Win Tech - 초저전력 미래 소자용 원천 기술 개발

Win Tech는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성과 확산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공동으로 우수 공공기술을 선별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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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성훈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스핀융합연구단


스핀트로닉스에 기반한 ‘초저전력 미래 전자소자’의 가능성

반도체소자의 집적도 및 전력소모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향후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 갈 원동력으로서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자 작동의 물리적 원리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후보군 중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는 분야가 매우 각광을 받고 있다.

왜 스핀소자인가? 전자의 스핀에 기반을 둔 소자는 스핀의 고유특성인 비휘발성을 가지고 있다.

즉 전자소자의 경우에는 외부 전력이 존재할 때만 가동할 수 있지만, 스핀소자는 외부 전력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여전히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핀소자들은 새로운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거의 초저전력 영역대인 펨토줄(fJ) 또는 ‘제로’ 전력으로도 소자의 구동이 가능한 물리적인 특성이 있다.
 
이러한 초저전력 및 고직접화가 가능한 스핀소자를 전자소자와 같이 양산 가능하다면, 우리가 현재 직면한 직접화, 발열, 속도한계 등의 문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스핀전자소자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다양한 기술 가운데서도, 최근 본 연구단에서 규명한 ‘무전력 메모리소자’ 및 ‘스커미온 기반 초저전력 통신 소자’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핀파를 이용한 ‘무전력’ 소자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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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강자성체(외부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도 자성을 띄는 물질들, e.g. Fe, Ni, Co)’의 경우, 평형 상태에서는 모든 스핀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평행하게 정렬된 스핀 배열을 하고 있다(이러한 평형 상태는 “상호교환 에너지”라는 물리학적 에너지에 근거한다).

하지만 강자성체 물질들의 매우 국소적인 영역에 어느 정도 이상의 외부 자기장이 인가되어서, 해당 영역에만 스핀의 방향이 변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같은 경우에는 그 영역 외부에 위치한 스핀들도 영향을 받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주변 스핀들이 요동치며 하나의 ‘파동’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스핀의 파동을 우리는 ‘스핀파’라고 한다.

그림 1에 스핀파에 대한 간략한 모식도가 표현되어 있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스핀파의 경우 전자는 고정된 위치에 있으면서, 해당 전자가 가지고 있는 스핀이 흔들리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전자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다.
 
즉, 스핀파가 발생하는 경우라도 전력소모가 동반되는 전류의 이동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전류가 흐르지 못하는 절연체(Insulator)에서도 이러한 스핀파는 매우 강하게 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스핀파를 메모리, 로직 등의 실제 소자에 접목해 사용할 수 있다면 실제로 전류의 흐름을 동반하지 않는 무전력 소자의 개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스핀파를 효율적으로 생성·검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고, 또한 스핀파를 기존에 개발해온 자기저항소자와 접목함으로써 소자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들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 무전력(또는 초저전력) 나노소자에 필요한 매우 큰 크기와 고주파의 스핀파는 실험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론적인 예측만 존재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팀은 강자성체 내부에 존재 가능한 스핀구조 중 하나인 ‘자구벽’ 구조를 활용하여 스핀파의 효율적인 생성 및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최초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진은, ‘자구벽’이라는 구조 자체가 스핀들이 서로 엉켜 있는, 즉 ‘상호작용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므로, 이러한 자구벽 2개가 충돌하여 에너지가 방출될 때, 강한 스핀파가 생성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전산모사와 실험을 통하여, 실제로 두 개의 자구벽이 충돌할 때 매우 강한 크기의 스핀파가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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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본 연구에서 제시된 방법으로 생산된 스핀파의 경우에는 기존 방법보다 103배 이상 큰 크기를 가지며, 기존 실험방법으로 생성 불가능한 수십 ㎓ 이상의 고주파 스핀파도 동반 생성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림 2).
 
즉,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매우 강한 크기의 고주파 스핀파를 실제로 구현한 큰 의미가 있으며, 스핀파를 생성하기 위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1 Gauss의 외부 자기장)로 함으로써 향후 ‘무전력’에 가까운 메모리 소자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스커미온을 이용한 차세대 초저전력 전자소자 응용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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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2009년 처음 발견된 '스커미온(Magnetic Skyrmion)'이라는 하나의 입자(Particle) 형태의 스핀 구조체를 활용하여 미래 초저전력 메모리 및 통신전자 소자를 구동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스핀들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일정하게 배열된 구조체인 스커미온은 특유의 위상학적 안정성과 작은 크기, 효율적인 움직임 등으로 인해 초고밀도, 고속력 차세대 전자소자의 기본 단위로 현재 스핀트로닉스 학계에서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스커미온의 경우에는 외부 전류 및 자기장이 ‘스커미온 공명현상’을 만족시키게 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공명 운동을 하며 강한 전자기장을 주변에 방출하는 ‘스커미온 호흡운동’이 가능하다.

이때 발생하는 초고주파 전자기장을 실제 통신소자에 활용한다면, 초고주파 통신소자를 매우 작은 전력으로도 구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므로 미래 통신소자에 적합한 기술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스커미온의 수 나노미터에 이르는 매우 작은 크기와, 스커미온 호흡운동이 일어나는 수 나노초의 짧은 시간대로 인하여, 실제 스커미온 호흡운동의 관찰은 그동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이론으로만 보였던 ‘스커미온 호흡운동’을 비롯한 스커미온의 나노초 동역학적 움직임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관찰한 것으로서, 스커미온의 차세대 통신소자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본 연구진은 그림 3에 나타난 것과 같이 우수한 시공간 분해능(Time and Spatial Resolving Power)을 가지는 X-선 촬영기법을 이용하여, 외부 신호에 반응하는 스커미온의 운동을 1나노초 단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본 연구를 통하여 외부 전류를 이용한 스커미온의 효율적인 생성 기법도 함께 개발함으로써, 현재 스핀트로닉스 학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스커미온이 메모리 소자를 넘어 미래 전자기기 전 분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스핀 소자가 이끄는 시대로

앞서 여러 번 언급하였듯이,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 기술은 물리적 현상 및 나노 공정에 있어서 근본적인 기술적 한계, 특히 ‘전력소모의 한계’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차세대 전자소자 기술의 출현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차세대 스핀에 기반한 초저전력 또는 무전력 메모리 및 초저전력-초고속 통신소자 개발은 현존 기술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혁신 기술임이 분명하다.

현재의 반도체 시장에서 위의 스핀소자 기반 기술은 비휘발성, 초고속, 초소형, 초저전력, 고수명의 특성을 갖는 미래 소자로서 기존 실리콘 기반의 전자소자 대체를 넘어, 차세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AI, 양자컴퓨터 구동의 기반 소자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향후 2018년 기준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능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새로운 물질과 신개념 소자에서 발현되는 물리현상의 발견과 연구를 통해 세계 선도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스핀트로닉스 분야와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해 여러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