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웨어러블로봇 :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로봇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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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경철 교수
서강대학교


영화의 단골주제였던 웨어러블로봇이 우리 실생활로 재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하지마비 장애인들이 로봇을 입고 겨루는 올림픽 대회가 열렸고, 각종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부상방지와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로봇을 입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웨어러블로봇의 전반적인 현황과 미래 전망, 그리고 일부 기술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소개한다.



웨어러블로봇: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로봇 기술

웨어러블로봇이란 사람의 몸에 착용하여 부족한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의 위험성을 줄이고, 장애를 극복하거나 나아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세부적인 적용 분야에 따라 능동형 보조기, 보조로봇, 전동형 외골격, 근력증강 파워슈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웨어러블로봇의 역사

최초의 웨어러블로봇은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 회사에서 근로자의 근력을 증강하기 위해 개발된 하디맨(Hardi-man)이다.

이처럼 웨어러블로봇은 휴머노이드(Humanoid)보다 20여 년 먼저 개발된 긴 역사를 갖고 있고, 개발 목적이 기술개발이 아니라 서비스 개발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로봇들과 구분된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기초연구라고 인식되던 웨어러블로봇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웨어러블로봇에 적합한 고토크·고출력 전기모터들이 개발되었으며, 실시간 제어가 가능한 프로세서가 급속도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발표하는 논문으로 발전해온 웨어러블로봇 분야는 이 시기에 본격적인 사업화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설립된 일본의 사이버다인, 이스라엘의 리워크 로보틱스, 버클리 바이오닉스로 시작한 미국의 엑소 바이오닉스 등 주요 웨어러블로봇 기업들도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웨어러블로봇은 각 수요처의 특성에 맞게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재활치료, 헬스케어, 국방용 개인 전투체계, 재난대응, 산업용·건설용 등이 대표적인 응용사례이다.

특히 근로자의 작업 지원용 웨어러블로봇은 서비스 로봇 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건설 현장, 부두의 선적작업, 공장라인, 물류관리 현장 등에서 근로자의 근력을 보조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는 여러 공장에 보급되기 시작하였으며, 일본의 하네다 공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2~3년 내 설립된 전 세계의 많은 벤처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웨어러블로봇을 개발 중이며(그림 1), 우리나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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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3대 대기업이 모두 웨어러블로봇 사업화를 추진 중이고, SG로보틱스, 에프알티 등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웨어러블로봇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감동을 더하는 과학기술
하지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로봇


필자의 연구진은 하지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로봇, 워크 온 슈트를 개발하였다.

하지마비 장애인은 자발적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웨어러블로봇이 착용자의 신체에 가하는 기계적 저항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로봇에 부착된 구동기가 강한 임피던스를 갖도록 제어하는 마스터(로봇)-슬레이브(사용자) 방식의 제어방식이 적합하며, 이를 위하여 토크 출력과 자체 임피던스가 모두 큰 구동기가 적합하다.

또한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지마비 장애인의 경우 본인의 시각과 청각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특수 목발에 부착된 버튼을 조작하여 직접 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2016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사이보그 올림픽, 일명 사이배슬론에서 워크 온 슈트를 착용한 김병욱 씨(T9 ASIA-A 하지 완전 마비, 44세)가 계단을 오르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송된 바 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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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비 장애인은 다리에 감각이 없기 때문에 보행중에 지속적으로 발의 위치와 지면 상황을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로봇을 조작하기 위해 작은 모니터를 주시해야 할 때에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크 온 슈트에 증강현실(AR) 안경 기술을 접목했다.

AR 안경을 통해서 로봇의 조작 및 보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보행안정성이 향상되고 보행속도가 증가한다.

AR 안경이 접목된 워크온 슈트는 평창 패럴림픽에서 공개했다.

이용로 씨(T-12 하지마비, 54세)가 워크 온 슈트를 착용하고 걸어서 성화를 봉송하였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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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일상생활 보조용 웨어러블로봇

특별한 장애가 없으나 근력이 약화된 노약자의 경우에도 웨어러블로봇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자세를 정밀하게 교정받으며 다이어트 운동을 하고 싶은 경우에도 웨어러블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

비장애인을 위한 근력 보조를 위해서는 워크 온 슈트처럼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도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파악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자연스러운 보조를 하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상생활 보조를 위한 웨어러블로봇인 엔젤렉스를 개발하였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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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렉스를 워크 온 슈트와 구분 짓게 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에게 저항력을 가하지 않고 정밀한 토크 제어가 가능한 무저항 정밀구동장치이다.

엔젤렉스는 그림 5의 직렬 탄성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무저항 정밀구동장치를 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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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관절과 전기모터 사이에 선형성이 높은 탄성체를 설치하고, 탄성체의 변형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리로 동작한다.

이는 착용자의 움직임에 대해 0.6㎚ 이하의 작은 저항력을 가하며, 10㎐의 넓은 대역폭과 -15~20㎚ 범위에서 정밀한 보조력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로봇의 다리가 1초 동안 10회의 왕복 운동을 하여도 정상 작동하며, 사람이 로봇을 착용하였을 때 다리 끝에 약 2.5㎏의 물체를 매달아도 무게를 느끼지 않게 보조할 수 있는 정도의 수치이다.

엔젤렉스의 보조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계단을 오르며 산소 소모량을 측정하였다.

보조력을 인가하지 않은 상태, 즉 무저항 정밀구동 상태와 보조력을 인가한 상태를 비교한 결과, 10층 계단을 65b㏘의 속도로 오르는 동안 산소 소모량이 약 7.2%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웨어러블로봇의 전망과 숙제

Data bridg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의 웨어러블로봇 시장은 6,000억 원 규모지만 2025년에는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서 헬스케어 시장이 가장 크게 증가할 것이며, 2025년에는 아시아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웨어러블로봇 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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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증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시장은, 막대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증과 표준화 경험이 풍부한 해외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재활치료 시장, 근로자 작업 지원시장, 국방시장, 사회안전 시장 등 수없이 다양한 수요처는 웨어러블로봇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다.

수요처마다 요구 성능이 모두 달라서, 개발단가에 비하여 개별 제품의 기대수익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웨어러블로봇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진이 다수 존재하고, 제조 인프라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 연구진들이 강력한 연대를 바탕으로 구동 기술, 제어 기술 등의 중복 개발을 피하고 서로 과감히 공유해야 한다.

이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듈화하고, 모듈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듈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기업으로 하여금 다양한 수요처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공유를 통한 이익창출 전략은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산업 플랫폼 모델과 유사하다.

우리가 만든 웨어러블로봇 플랫폼에 전 세계의 기업들이 모여드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