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간호서비스 현장에서의 인간 친화형 돌봄로봇
▲ 오의금 교수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환자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무거운 환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돌봄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와상 및 무의식 환자들의 배설을 처리하고, 독거노인의 신체 보조와 건강상태 확인은 물론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인간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해 간호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인간친화형 돌봄로봇의 사례와 유용성을 소개한다.
병동을 순회하며 환자의 이상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여 간호사에게 알려주고, 무거운 환자 및 물품을 쉽고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며, 와상 및 무의식 환자들의 배설도 쉽게 처리해 주거나 환자가 기억해야 할 내용을 알려주는 돌봄로봇이 간호업무 보조역할을 똑똑히 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독거인의 신체 보조기능은 물론, 건강과 안전상 이상신호를 미리 알아차려 병원에 알려주며,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기억력이 쇠퇴하는 노인들의 친근한 말동무이자 따뜻한 위로자가 되어준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발전에 힘입어 단순 반복적 ‘과업 중심’의 보조를 넘어 감정이입과 정서적 돌봄을 제공하는 ‘관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내외 다양한 인간친화형 돌봄로봇으로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 증진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몸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신체지원 로봇
노인이나 마비 환자 등과 같이 거동에 제한이 있는 사람의 이승(移乘) 보조 및 이동 지원, 씻기 힘든 사람의 목욕 지원 및 배설 보조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신체지원 로봇도 대표적인 돌봄로봇이다(그림 1).
이승 보조 및 이동지원 기술을 가진 리프팅 어시스트(환자를 침대에서 들어 올리는) 로봇 로베어(ROBEAR, 일본 이화학연구원)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하였다.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귀여운 곰 인형 얼굴로 만들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감소시켰고, 사람과의 소통 또한 가능하다.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개발한 헬스케어용 로봇인 코디(Cody)는 몸이 불편한 노인과 환자에게 목욕지원 기술을 통해 개인위생 증진을 돕는다.
코디는 복잡하거나 민감한 환경에서 팔을 조작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하고 있고, 누워있는 환자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몸에 묻어있는 것을 닦아내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사지 마비 환자를 돕기 위해 환자 위생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을 검증하였다.
배설 보조가 가능한 돌봄로봇인 마인렛 샤와야가(NWic 사) 등도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의 개인위생 증진과 돌봄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운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배설 보조 돌봄로봇을 직접 개발·판매하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는 (주)큐라코, (주)엔젤윙즈, (주)한메딕스 등 3∼4곳이 있다.
국내 제품의 경우 가격은 500∼1,000만 원으로 다양하지만, 향후 노인장기요양보험복지용구 품목으로 적용되는 경우 정부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한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생활지원 로봇
생활지원 로봇은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모니터링 및 코칭하는 기술을 갖춘 로봇으로 적절한 시점에 각종 정보를 검색하여 보여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목적 로봇인 페퍼(Pepper, Softbank 사)는 간단한 길 안내나 건강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혈당측정기, 체성분 분석, 건강관리 플랫폼 등과의 연계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설명해 준다.
또한, 노인들에게 운동을 지도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치매예방을 위한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두뇌 사용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 페퍼가 배치되어 외래 환자들의 암센터 가이드 및 병원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치매케어 로봇인 ‘실벗’은 국가치매지원센터에서 노인들의 치매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이로비(iRobi)는 국내 유진로봇사가 유아들의 영어교육용으로 만든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을 바탕으로 한 노인 돌봄로봇이다.
아이로비 로봇은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가슴의 터치스크린에 메시지를 띄워 독거노인에게 약 먹을 시간, 혈압잴 시간 등을 코칭하고, 의료기기와 연계되어 심폐 기능, 맥박, 체온 등을 재고, 몸 상태도 모니터링 및 기록해줌으로써 노인의 자가 간호 이행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가족이나 간병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노인의 건강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한다(그림 2).
소통과 교감의 아이콘 정서지원 로봇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더불어 개인주의의 심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령자의 돌봄 수요가 급증하였다.
특히, 소셜로봇(Social robot)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의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해 사람과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감성로봇으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기계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에게 단순한 로봇은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외롭거나 우울한 노인들에게 인간이나 동물과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통하며, 노인의 동반자로서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다양한 정서지원 로봇이 개발 및 상용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한 귀여운 바다표범의 모습을 한 물개로봇인 파로(Paro, Intelligent system 사)는 우울증이나 고립감에 시달리는 노인의 말동무가 되며, 촉각에 반응하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기도 한다.
아이보 로봇(Aibo, Sony 사)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운동을 권하고, 쓰다듬으면 살며시 눈을 감기도 하고, 안아달라며 애교도 부리며 주인과 교감한다(그림 3).
간호업무 효율 증진을 위한 업무보조 로봇
고령화 사회에서 간호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간호 인력은 부족해짐에 따라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보조하고 직접 간호에 투입할 수 있는 업무보조 로봇이 간호사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그림4).
미국 샌프란시스코 병원은 업무보조 로봇 터그(TUG, Aethon 사)를 2015년부터 도입하여 환자의 혈액 샘플, 식사, 약물, 의료폐기물 및 수술 도구 등의 자동 운반을 위해 운용하고 있다.
카메라, 음파탐지기, 레이저, 적외선 등 3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센서와 무선인터넷(WIFI)을 통해 병동 문을 열거나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보통 200 병상 병원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물, 처치 도구, 침구류, 식사, 그 외에 다양한 물품 이동에 하루 약 53마일(약 85.3㎞)이 소요되는데, 터그를 통해 이동수단의 자동화가 이루어져 효율적인 인력 및 공간 소비가 가능해졌다.
더불어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의 로봇 스타트업 루보조(Luvozo) 사가 요양 시설이나 노인복지 시설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 샘(SAM)을 개발하였다.
자율주행 기능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통화 기능(텔레프레전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건물 내에서 대상자의 건강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일상생활에 관해 상담 및 코칭을 할 수 있다.
또한, 노인들의 높은 사망 원인인 낙상을 모니터링 하고 간호사를 호출하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국내 역시 간호간병 서비스 제도 등의 도입으로 간호인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업무보조 로봇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07년에는 (주)포스데이터(現 POSCO ICT)가 간호서비스 로봇(Robotic Medical Cart)을 개발하여 지역 병원에 도입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간호서비스 로봇은 환자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기능이 있어, 간호사의 반복되는 업무를 대신 수행한다.
또한, 경주시와 한국로봇융합연구소가 2012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노인간호보조 로봇인 ‘KIRO-M5’는 병원용품을 운반하고, 실내공기 살균 및 탈취, 환자 기저귀 교환 시점 알림등의 기능이 있다.
돌봄로봇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국가정책의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돌봄로봇 시장 창출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돌봄로봇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기술개발에 치중되어 있는 현 의료기기 산업에서 만성질환자나 노인 환자들의 돌봄 및 건강증진을 위한 돌봄 서비스 기술개발 및 간호 서비스 업무의 효율성 증진을 위한 돌봄로봇의 산업화가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규제 도입, 관련수가 책정, 민관 협동 시스템 구축 및 다학제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