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홈서비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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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그룹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는 소셜로봇(커뮤니케이션로봇), 돌봄로봇(헬스케어로봇), 가사로봇 등 대부분의 홈서비스 로봇의 니즈를 점점 증가시키는 추세로 가고 있다.

하지만 홈서비스 로봇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인간에 대해 서비스를 해야 하므로 난도가 더 높다.

이에 따라 기술적인 구현 가능성, 사회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단기적인 전략과 장기적인 전략을 나누어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홈서비스 로봇의 정의

홈서비스 로봇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우리와 대화하고 힘든 일을 대신해 주며 때론 친구로, 때론 심부름꾼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는 로봇을 말한다.

종류로는 소셜로봇(커뮤니케이션로봇), 가사로봇, 돌봄로봇(헬스케어로봇), 교육용 로봇, 엔터테인먼트로봇 등이 있다.

지난 20여 년간 산업용 로봇의 성공은 홈서비스 로봇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홈서비스 로봇은 로봇청소기를 제외하고는 우리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홈서비스 로봇에 대한 사회적인 니즈, 기술개발 단계, 가격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서 홈서비스 로봇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홈서비스 로봇의 니즈홈서비스 로봇의 니즈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를 알아보는 것은 우리 가정에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은 1.05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노인(65세 이상)비율은 13.8%로 올해 고령사회(노인 비율 14% 이상)의 원년이 될 것이며, 2026년에는 21%를 돌파하여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노령화 지수로 유소년(14세 미만)인구 100명당 노인 인구 비율은 작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서는 104.8을 기록했다.

2016년 기준 평균 가구원 수는 2.57명으로 1인 가구의 비율은 27.9%로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에 따라 지난해 맞벌이 가구는 545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44.6%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가정 내에 홈서비스 로봇의 니즈는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1인 가구 수의 증가 및 가구원 수의 감소에 따라 정서적 고립감이 심화되어 이에 따른 홈서비스 로봇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 단적인 사례로 개의 경우 집을 지키는 동물에서 애완동물을 거쳐 반려동물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 본부에서 조사한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약 593만 가구이며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012년 17.9%에서 2015년 21.8%, 2017년 28%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서적 고립감을 완화할 사회적인 로봇(소셜로봇)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두 번째로 노인 인구의 증가 및 부양인력의 감소는 신체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가정이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인 인구의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돌봄로봇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 번째로 맞벌이 가정의 증가는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의 부족을 초래하고 이는 귀가 후 여가시간도 줄어들게 한다.

물론 집안에는 가사 일을 대신하는 가전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가사로봇이 필요해진다.

네 번째로 출산율 감소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육아 및 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육용 및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위와 같은 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는 소셜로봇, 돌봄로봇(헬스케어로봇), 가사로봇, 교육용 및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대부분의 홈서비스 로봇의 니즈를 점점 증가시키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이외에도 소득증가, 편리한 삶 및 여가 활동에 대한 욕구 증가는 홈서비스 로봇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홈서비스 로봇 기술의 진화

지난 2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홈서비스 로봇이 크게 보급되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인 니즈의 부족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기술의 부족이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용 로봇과 같은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가정이나 사회에 적용하면 결과가 금방 나올 것으로 섣부르게 기대했다.

로봇은 주변의 물체나 환경도 잘 인식하지 못했고 심지어 인간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도 이해하지 못했다.

로봇은 주변 상황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일을 수행했으며 사람이 로봇에 맞춰야 했다.

결국 교육용 로봇, 안내로봇, 애완로봇 등이 수없이 나왔지만, 우리가 원하는 기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였다.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은 정형화된 공장과는 다르게 비정형화되어 있으며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매우 동적인 공간이다.

또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특성상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과 정서적, 인지적 상호작용(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홈서비스 로봇은 HRI(Human-Robot Interaction)라 불리는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HRI 기술은 사람에 관해 연구하는 의학, 뇌 과학은 물론 심리학, 국문학, 경제학, 인문학 등 다양하게 연계되어 있어 다학제 간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이 분야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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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봇은 기계를 자동화하는 일에서 더 나아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까지 발전해 나가야 한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의 로봇 산업 진출과 IT 및 AI기술의 경쟁에 돌입하면서 신규 서비스 로봇의 시장확대가 기대된다.

아마존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에코)에 탑재된 대화엔진 알렉사(Alexa)는 음성 기반 인간-로봇 상호작용의 세계를 여는 데 일조하였으며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한 페퍼(Pepper)와 미국 MIT 출신자들이 만든 지보(Zibo), 올 초 재발매를 시작한 소니사의 아이보(Aibo)는 소셜로봇의 상용화를 알리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로봇제조 기반의 중소기업 중심에서 IT 대기업 및 중견기업으로 서비스 로봇 사업 진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로봇시장 진출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전의 로봇화, 가사의 로봇화

최근 세계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로봇 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2017년 한국로봇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CES 2017에 출품한 로봇 업체수는 262개사로 전체 참가기업의 7%를 차지하였다 2016년 102개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주요한 경향으로는 “가전의 로봇화, 가사의 로봇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가전제품에 로봇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며 가정 내 정리정돈, 빨래개기, 애완동물 돌보기 등 기존의 가전이 다루지 못했던 가사일에 대한 로봇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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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의 HSR(Human Support Robot), 독일프라운호퍼 연구소의 Care-O-Bot 4 등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집안에서 정리정돈이나 심부름을 하는 가사로봇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가사로봇은 아직 상용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사회적인 니즈를 반영한 기술축적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일본에서는 홈서비스 로봇의 기술축적을 위한 방안으로 로봇경진대회를 활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세계로봇대회 WRS(World Robot Summit)의 표준 로봇 플랫폼으로 HSR 로봇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세계 로봇월드컵이라 불리는 RoboCup대회의 홈서비스 부분(Robocup@home)에 페퍼를 표준 로봇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로봇 플랫폼을 널리 보급함과 동시에 도전적인 기술을 다양한 연구집단의 경쟁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영리한 전략이다.

돌봄로봇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간호로봇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의 가정용·의료복지용 보조기가 지능화, 자동화하는 개념으로 로봇 기술이 접목되는 형태가 많다.

건강관리와 관계되는 헬스케어로봇은 다양한 의료용 센서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상용화에는 근접했으나, 의료데이터를 다루는 문제나 원격진료 등 사생활 보호 및 의료법률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홈서비스 로봇의 가치 및 적정한 가격

2001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사에서 최초로 발매된 트릴로바이트(Trilobite)라는 로봇청소기는 발매당시 가격이 300만 원 수준으로 기능에 비해 고가여서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후 미국업체 아이로보 및 국내 기업 LG, 삼성, 유진로봇 등에서 다양한 로봇청소기를 경쟁적으로 출시함에 따라 현재는 20~3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봇청소기 이후로 다양한 홈서비스 로봇이 가정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성능 대비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와야 할 것이다.

로봇청소기의 사례에서처럼 초기에 선구 업체에서 고가로 출시하고 이후 시장반응에 따라 다양한 업체의 진출 및 가격하락의 순서를 겪게 될 것이다.

최근 출시된 소셜로봇 페퍼와 지보는 초창기 로봇청소기와 같이 아직은 성능에 비해 고가이지만 다양한 업체가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가격하락과 성능 발전이 기대된다.


홈서비스 로봇 개발의 장·단기 전략

홈서비스 로봇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니즈가 확실하여 현재의 가전제품, 자동차, 스마트폰과 같은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개인서비스 로봇시장은 22억 불로 6년간 연평균 33%로 성장하고 있다.

이중 절반이 잔디 깎기, 청소로봇 등 가사로봇인점을 참작하면 앞으로 다양한 홈서비스 로봇이 상용화되고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적 난도가 높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술의 초기 개발단계로서 만족한 성능을 기대하기에는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술적인 구현가능성, 사회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단기적인 전략과 장기적인 전략을 나누어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특정 영역, 전문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 및 콘텐츠를 강화하여 상호작용 및 지능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홈네트워크 및 가전제품과 사물인터넷으로 연동된 가정용 스마트 허브로서 소셜로봇, 기존 가전제품, 침대, 휠체어 등의 기기에 대화 기능 및 동작 기능을 부가한 가사로봇, 돌봄로봇 등 기존 기능에 로봇기능을 부가함으로써 기대치를 낮추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연구를 위한 로봇용 빅데이터의 구축과 클라우드 기반 로봇의 학습 기술, 실내 이동 및 조작이 가능한 동작 기술, 인간과 직접 접촉하여 물리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 로봇 기술 등으로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여 인간과 지속해서 소통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전략은 기업이 홀로 극복해 나가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기업, 대학교, 연구소의 유기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기술개발테스트베드로서 우리나라의 선구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제도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홈서비스 로봇은 인간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로봇으로서 사람에게 신체적·정서적 도움을 주는 반면에 신체적 정서적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로봇이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평가와 로봇윤리, 로봇보험 등 로봇 시대를 대비한 다학제 간 연구와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