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KAIST 신성철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 교육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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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철 총장 KAIST


4차 산업혁명의 파고(波高)가 인류 사회에 다가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 거대한 태동을 예고했다.

인류는 지난 250여 년간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했다. 1·2·3차 산업혁명은 단계마다 일정한 변곡점을 지나는 선형적(Linear) 발전이었다.
 
그러나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하급수적인(Exponential) 변화가 도래하여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넘어서는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놀라운 문명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변혁의 시대에는 인재를 선도적으로 확보한 조직과 국가만이 높은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가트렌드를 살펴봄으로써 필요한 인재상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KAIST의 혁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가트렌드는 세 가지로 기술할 수 있다.

첫째, 초연결화(Hyperconnectivity)다. 2010년 125억 개였던 네트워크 연결기기 수는 2020년 500억 개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모든 기기가 서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의 연결은 지식과 정보 공유를 촉발시킬 것이며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협업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둘째, 초지능화(Superintelligence)다. 로봇은 인간의 특정 신체기능만을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지적인 영역을 스스로 넓혀갈 수 있는 AI 로봇이 등장하면서 창의력, 통찰력, 지혜 등 인간 고유의 정체성이 도전받고 있다. 인간과 공존할 ‘로보 사피엔스’의 출현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셋째, 융복합화(Covergence)다. 다학제 간·초학제 간 융복합으로서 NBIC(Nano tech., Biotech., Information tech., Cognitive Science) 융합과 시스템 간의 경계를 초월한 CPB(Cyber, Physical, Biological) 융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다.

이런 변화의 추세에 대비하려면 ‘어떤 인재’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필자는 ‘4C’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첫째, 창의(Creativity) 인재다.

기능면에서 월등한 ‘로보 사피엔스’에 인류가 대응하는 방법은 창의적 영역을 고수하는 것이다.

가치계발을 위해 좌뇌 위주의 이공계 교육을 인문·사회·예술 등을 함께 다루는 전뇌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KAIST는 Edu4.0을 통해 양방향 토론식 수업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강화했다.

또한, 과거 지식전달자에 국한되었던 교수의 역할이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촉진자(Facilitator)’이자, ‘토론 수업의 조정자(Moderator)’이자, ‘학생들이 신뢰하고 존경하는 멘토(Mentor)’가 될 수 있도록 교육·연구 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둘째, 융합(Convergence) 인재다.

21세기의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학문의 접경에서 나올 것이다.

다양한 전공 분야를 넘나들며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융합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KAIST는 내년부터 ‘융합기초학부’를 설치해 운영한다.

기본지식(핵심 학문·범학제적지식), 메타지식(창의·소통·협력·문제해결), 인문지식(윤리·문화·생활)을 함양한 융·복합 인재양성을 위해서다.

또한, ‘초학제 간 융·복합 연구’가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메타 융합관’을 신축할 예정이다.

셋째, 협업(Collaboration) 인재다. 초연결사회, 공유사회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업을 할 때 더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다.
 
KAIST에서는 팀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협업하는 교육 모델을 도입했다.

‘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교수·기업 관계자로 구성된 융합팀을 구성해 기업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업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넷째, 배려(Caring) 인재다.

인류를 향한 배려 정신이 결여된 과학기술은 디스토피아를 낳을 뿐이다.

인류애와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 위에 과학기술이 꽃필 때 비로소 인류는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KAIST는 ‘배려’를 대학의 핵심 가치이자 인재상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에 더해 세상을 돌보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리더의 책무를 두루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하고 있다.

KAIST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대학교육의 혁신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하여 국가 발전에 기여하며,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학이 되어 국가와 국민들께 새로운 꿈과 자긍심을 선사할 것이다.

창의·융합·협업·배려의 ‘4C’ 인재는 KAIST와 대한민국이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놀라운 문명의 변화를 선도하게 해줄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