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혁신 현장속으로 - 대성F&D 이순자 대표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올바른 면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허승범(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같은 메뉴라도 같지 않다. 어떤 재료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질도 맛도 달라진다.

비슷해 보이는 국수도 재료와 가공법에 따라 새로운 풍미를 선보일 수 있다.

높은 함량의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여 면을 제조하는 대성F&D의 고집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의 면을 탄생시켰다.

건강한 재료로 좋은 품질의 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대성F&D를 찾았다.



믿고 먹는 안심 먹거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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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F&D는 1997년 가족중심경영 기업으로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이순자 대표의 남편인 노병헌 이사가 지인으로부터 냉면공장 인수를 제안받은 것이 계기였다.

제조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는 조건으로 사업장을 넘겨받았지만, 막상 사업을 인수하고 보니 모든 것이 부실했다.

손실을 막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온 식구가 작업장에서 잠을 청해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순자 대표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항상 메모지를 끼고 다니면서 면 제조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순자 대표가 지난했던 시간을 회고했다. 초창기 사업장은 가내수공업이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일단 공장 문을 닫고 제대로 된 면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며 ‘원재료를 다 버릴 각오로’ 연구개발을 이어갔다.

“전국의 식품연구소에 연락을 안 해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으면 빠짐없이 기록했고, 쪽잠을 자면서 면을 연구했죠.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우리만의 노하우가 하나씩 생겨났어요.”

사업 초창기, 경험은 없었지만 철학은 확고했다. 창업 이전까지 가정주부로 살았던 이순자 대표에게 제품의 품질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었다.
 
‘내 아이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면’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에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아들과 며느리가 동참했다.

처음에는 고생스러운 일에 자녀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고민도 많았지만, 젊은 감각의 연구원들이 힘을 보태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성 F&D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만든 다양한 면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밀가루 무첨가로 만든 우리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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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자연식’. 이는 대성F&D가 추구하는 연구개발 기준이다. 대성F&D의 베스트셀러인 칡냉면은 국내산 칡가루를 사용해 더욱 쫄깃하고 구수하다.

이후에는 쌀국수에 집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쌀을 생산하지만 시중에서 자주 접하는 쌀국수는 주로 베트남식이다.

대성F&D는 국내산 쌀 소비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 국내산 쌀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국내산 쌀로 쌀국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내산 쌀은 수입 쌀과 점성이 달라 밀가루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국내에서도 쌀국수를 선보인 업체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장립종인 인디카 품종을 사용하거나 밀가루를 다량 섞는 등 전분 함량을 높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대성F&D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주로 재배하는 자포니카 품종을 사용했다. 해당 품종의 쌀을 가공해 식품을 만들어 시중에 선보인 업체는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품종을 개량해 제면에 적합한 쌀을 국내에서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품종의 경우 계약재배를 통해 전량 소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계약재배를 하면 재고를 예상하기 어려워 업체 부담이 커지거든요. 우리 제품이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밥을 짓는 데 사용하는 일반미를 활용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쌀 가공제품이 국내산 쌀 소비를 촉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대성F&D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쌀 함량을 대폭 높여 제품을 만들었다. 제면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순자 대표와 연구원들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했다.
 
품종과 제면 기술의 차별화를 통해 만든 쌀국수의 식감은 시중에서 주로 접하던 베트남식 쌀국수와는 전혀 달랐다.

우리나라 전통 면의 일종인 ‘안동국시’를 모티브로 한 대성F&D의 쌀국수는 마치 떡을 연상시키는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밀가루 없이 일반미를 95% 이상 사용해 면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업계에서도 화제로 올랐다.

식품 박람회에서 대성F&D의 쌀국수를 접한 바이어들의 문의도 늘었다.

식품 대기업에서도 노하우가 궁금해 방문 요청을 해올 정도다. 실제로 대성F&D의 쌀국수는 지난 5월에 KOTRA가 개최한 'SEOUL FOOD 2018'에서 이노베이션 분야 우수 상품으로 선정됐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식품 박람회에 싱가포르 셰프들이 우리 부스에 방문했는데요. 박람회가 열리는 사흘 내내 부스에 찾아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미국에서도 6월 중 우리 회사를 방문할 계획이고요.”

불과 1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기업이지만, 대성F&D는 연구개발과 제조시설 투자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조시설도 HACCP 기준에 맞춰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더 큰 공간으로 공장을 이전해 더 높은 기준의 HACCP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옷과 같은 소비재는 마음에 안 들면 그만이지만, 음식은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잖아요. 그래서 대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좀 더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쌀 이외에도 면을 만들 수 있는 식재료가 많아요.”


면의 다양화를 이끄는 끝없는 연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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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성F&D는 자체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 조사를 위해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 박람회에도 자주 참가한다. 이러한 활동은 연구개발은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글루텐 프리 제품에 관한 관심이 무척 큽니다. 유럽에 진출하려고 하니 받아야 할 인증서가 많더군요. 그런 부분도 차근차근 준비해 가려고 합니다.”

지난해 대성F&D는 ‘올바른 면’과 ‘모든(All) 면’의 중의적 의미를 담은 ‘올면’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유통 채널을 강화했다.

식당과 급식 위주의 식자재 공급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한 것.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성F&D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제품 생산 노하우와 관련해 특허도 등록했다.

“그동안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우리 회사를 알릴 기회가 적었습니다. 시장에 우리 제품을 선보여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요즘은 수출 관련 문의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아직은 논의 중이지만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덕분에 우리 회사도 나아갈 방향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어요.”

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변화하는 식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에는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면은 물론 국물과 고명까지 넣은 반제품을 이미 선보였으며, 쌀국수 외에도 비빔 쌀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 4종의 가정식 대체식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대다수 면 생산업체는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큰 편이에요. 그 속에서 돋보이려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개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만의 개성을 지닌 업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제품의 콘셉트는 어디서든 따라 할 수 있지만, 장인정신에서 우러난 노하우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현재 대성F&D는 도토리 냉면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보리와 현미, 생메밀 등 여러 곡물을 활용해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오곡면과 감자면 개발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첨가물이나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원재료를 90% 이상 함유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성F&D는 작은 기업이지만 본질에 집중하며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여기에 보태어 '대성 F&D' 하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곳’으로 인식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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