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엿보기 -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가치와 시장 특성
글로벌 마켓 엿보기는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하여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력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 복덕규 차장
KOTRA 전략시장진출지원단
면적 190만㎢에 약 1만 7,000여 개의 군도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2억 6천만 명을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동남아 전체 면적의 37%, 전체 인구의 39%, 전체 GDP의 37%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Post-China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맹주라할 수 있다.
최근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이 용이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인도네시아의 저력이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동남아 최대 산유국이자, 석탄과 팜유를 비롯해 주석, 구리, 니켈 등 다양한 광산·농산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천연자원의 보고로 개발 잠재력을 가진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인종 면에서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87%에 달하는 이슬람교도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로서, 최근에는 글로벌 할랄인증(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인증 마크)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UAE와 할랄인증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난 2014년에 ‘할랄제품보장법’을 제정해 2019년부터는 수입되는 식품/의약품/화장품은 할랄이 아니면 'Non Halal'이라는 표지를 달도록 규정할 정도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교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록 3% 안팎에 불과하지만, 8백만 명에 육박하는 화교인구가 전체 경제와 상권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화교의 영향력이 크다.
그렇다 보니 실제 우리 기업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지 파트너들도 인도네시아계보다 화교계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 자카르타가 소재한 자바섬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고, 경제권도 수도 자카르타와 수도권에 고도로 집중된 상황이다.
수도권의 소득수준만 고려한다면 말레이시아나 태국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가격중심의 저가 소비시장이고, 아직 재래식 유통채널이 현대식 유통과 공존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할랄 대표 시장으로 부상하는 인도네시아
현재까지는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을 민간 종교단체 부속기관인 MUI LPPOM에서 하였으나, 정부기관인 할랄인증청(BPJPH)을 신설해 경쟁국들인 말레이시아나 UAE처럼 정부가 관할하는 시스템으로 강화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한국의 할랄인증인 KMF인증만으로 현지시장 진출이 가능했으나,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MUI 할랄인증을 따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생산라인 정비부터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므로, 2019년 ‘할랄 제품보장법’ 시행 후에 대응하려고 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따라서 할랄환경 조성이나 전략수립에 좀 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할랄인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할랄인증 제품이 위생적이고 정결하다는 인식까지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현지 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Wardah가 할랄인증을 받은 후에 매출이 40%나 성장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할랄제품에 대한 선호의사가 90%로 나타나 ‘할랄’이 향후 인도네시아 시장개척에서 주도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시장의 성장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나선 중국의 경제가 북경올림픽을 전후해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주요 국제 경기가 유치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인도네시아도 2018년 8월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환경 분야 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오염도 문제지만, 하수처리가 더 심각한 상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처리 시장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약 7.5%씩 성장해 왔으며, 그 결과 2018년의 하수처리 및 위생시설 시장규모가 약 5조 40억 루피아(약 3억 6,016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 도시인구 비중이 63%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하수처리 및 위생시설의 정비가 더욱 긴급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처리 관련 제품 및 장비와 화학적 복구 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경제로 진화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 속에서, 무선통신망의 발달을 배경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이뤄가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이 인도네시아의 국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대안이라고 보고, 데이터와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ICT의 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산업 4.0 로드맵’에 식음료, 자동차, 섬유봉제, 전자, 화학 등 5개의 주요 육성 분야를 지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반 기술로서 사물인터넷(IoT) 산업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IoT 제품 및 기술이 아직은 개척 초기라고 할 수 있지만, 감지기(Sensor)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700조 루피아(약 1,22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IoT산업 육성을 통해 관련 전자기기, 통신 인프라 제품, 감지기, 네트워크 연결 장비, 제조 장비 등의 하이테크(Hi-tech) 산업 육성으로 확산시켜간다는 복안이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 선도국으로 부상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5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32%의 고도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 중심에 인도네시아가 있다.
Google-Temasek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5년 17억 달러 규모였던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동남아 전체 온라인 유통 시장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네시아는 미국, 인도, 영국 등과 함께 스타트업이 활성화돼 있는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수는 1,750개사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벌써 4개의 유니콘 기업이 출현했는데, 배달서비스인 고젝(Go-Jek), 온라인 쇼핑몰 토코페디아(Tokopedia), 온라인 티켓판매 사이트 트래블로카(Traveloka), 온라인 쇼핑몰 부까라빡(Bukalapak) 등이다.
현재까지 동남아의 유니콘 기업이 7개사인 것을 생각하면, 스타트업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서비스 종사자협회(APJII)에 따르면 2017년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인구의 약 54.7%인 1억 4,32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러한 광범위한 인터넷 사용인구가 유니콘 기업의 육성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과 일본,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인도네시아 유망기업에 투자했는데, 라자다는 2017년 알리바바의 마윈이 10억 달러(약 1조, 1100억 원)를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으며, 토코피디아에는 같은 해인 2017년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가 11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텐센트는 고젝에 투자했으며,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는 3억 500만 달러를 트래블로카에 투자했다.
SNS 마케팅 시대의 도래
최근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불리는 젊은층들이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스타일, 화장법 등을 따라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 때 블로거 등 여러 가지 SNS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유명한 SNS 스타가 특정 제품을 사용한다고 리뷰를 쓰면 기존에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라도 해당 제품의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발전이 순차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초월적인 발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양자도약(Quantum leap)'을 이뤄내는 경우들이 더욱 흔해지는 세상이 됐다.
이제 동남아의 후발주자였던 인도네시아가 디지털 경제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동남아의 거인으로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협력모델과 진출 전략을 고민해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