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경영 심리학 - 사람 때문에 겪는 고통도 큰 상처다
자기경영 심리학은 리더십,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생각의 원리(심리)’를 다양한 실례들과 함께 다룹니다.
글_ 김경일 교수/센터장(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아주대학교 창의력연구센터)
언젠가부터 심리학자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한 연구 결과 앞에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해야 함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사람 때문에 겪는 고통은 큰 사고로 인한 상처와 마찬가지다’라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와 공존하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좋은 위로는 좋은 약과 같다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거의 절대 다수가 ‘무엇이 가장 어렵고 힘든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이 한결같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이다.
심리학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상처와 고통은 대부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소중한 타인과 이별, 중요한 누군가로부터 질책, 동료와의 갈등 등 이른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고통으로 아파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당연히 굉장히 고통스럽다.
한편, 교통사고를 당해 그 상처로 매우 아프거나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무릎에 생채기가 심하게 나 고통스러운 상황 등 이런 경우는 물리적, 신체적 고통(Physical pain)이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전자의 경우에는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을 쓰는 데 비해 후자의 경우에는 그 ‘상처가 난 부위’가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경우 모두 뇌에서 통증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모두 뇌에서 반응하는 영역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피를 흘릴 때나 뼈가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와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 이것이 물리적으로는 같은 고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우 흥미로운 추리가 가능해진다.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인가? 진통제를 복용한다.
그리고 그 진통제는 상처 부위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그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을 진정시킨다.
그렇다면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를 복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이번에도 고통 경감의 효과가 발생할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효과가 관찰된다.
실제로 이런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 켄터키 주립 대학의 나탄 드월(Nathan DeWall) 교수 연구진은 이별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진통제 복용 집단은 같은 기간 아무것도 복용하지 않은 집단이나 위약(Placebo) 즉 아무런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한 집단에 비해 3주 후 고통과 관련된 감정을 훨씬 더 낮게 지각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필자 역시도 처음에 논문을 읽고 믿기 어려워했을 만큼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고통도 진통제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니 말이다.
사회적 고통으로 힘들 때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 필요
설마하니 심리학자들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드리려고 이런 연구들을 하겠는가?
그리고 이럴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면 그야말로 약물 오남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통해 심리학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이별과 갈등과 같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고 뼈가 부러져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깊은 위로와 안부를 챙기라는 것이다.
동료의 이직, 타인과의 경쟁에서의 탈락, 상사의 질책, 부하직원과의 마찰 등 수많은 타인들과의 관계속에서 발생한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마치 크게 다친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배려해 주는 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상처가 곪아서 더 큰 병으로 악화된다.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보다 더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사람들의 사회적 고통을 물리적 상처와 동일하게 대해야만 그들의 ‘회복 탄력성’을 높인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회복 탄력성은 직장인이라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최근에 유명해진 개념이다.
영어로 ‘Resilience’라고 하는 이 말의 뜻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 시련,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큰 역경이 있다 하더라도 강한 회복 탄력성으로 다시금 튀어 올라 원래의 지점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그러한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세상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
이를 통해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튀어오르는 회복 탄력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 탄력성은 지능이나 재능과 같이 인지적인 것이 아니라 끈기, 열정, 집념, 도전정신과 같은 비인지 능력에 의해 더 큰 결정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능력 자체보다는 ‘나의 능력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러니 나 자신이 사회적 고통으로 힘들고 괴로울 때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나를 다그치기보다는 그럴 때일수록 나에게 가장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말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낫는다.
이 중요한 사실을 21세기가 되어서야 심리학자들이 세상에 알리는 것만 보더라도 아직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