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제조와 전문서비스의 경계를 허무는 물류로봇
▲ 황정훈 책임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최근 아마존, DHL,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물류 효율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봇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물류로봇은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수준이나 향후 기술개발을 통해 물류 전반의 로봇화와 함께 일상생활 공간에서의 활용도 기대되고 있다.
2012년 봄에 로봇계에는 놀라운 뉴스가 하나 있었다.
인터넷 서점,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했던 아마존(Amazon)이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라는 로봇업체를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당시 키바시스템즈는 약 275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진 중소물류 로봇 회사로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로봇을 만드는 정도만 기사에 나왔다.
아마존이 갑자기 로봇회사를 인수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인수 대상이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로봇업체여서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공장에서 AGV(무인반송차) 형태의 단순 이송로봇이 사용되는 수준이어서 온라인 쇼핑몰로 알려진 아마존의 물류로봇 회사 인수는 국내 로봇 산업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왜 아마존이 물류센터에서 사용할 물류로봇 제품을 사는 대신 물류로봇 회사를 인수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키바시스템즈의 물류로봇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키바시스템즈의 물류로봇은 주문된 상품의 배송을 위해 기존의 창고에서 사람의 노동력에 의해 이루어지던 일련의 작업―작업자가 물품 리스트를 보면서 창고를 돌아다니며 물품들을 수집하여 운반하고, 이를 포장작업자가 포장하고 배송을 위해 컨베이어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분석하고 물류 효율을 저하시키는 가장 단순한 작업 중 하나인 창고 내 물품 수집 과정을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대체 가능하게 하였다.
작업자가 이동하여 물품을 수집하는 대신에 물품이 필요한 포장 순서에 따라 포장작업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룬 것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에서는 작업자(사람)들의 작업시 평균 60~75분이던 물류 순환속도를 15분 정도로 높일 수 있었고, 물류센터의 운영비용의 20%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아마존은 이와 같이 잘 고안된 물류로봇이 가져올 물류혁신을 내다보고 경쟁자들이 같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당 물류로봇 회사를 아예 인수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이 키바시스템즈를 인수하기 전에 키바시스템즈의 물류로봇은 이미 2006년부터 미국의 대형 온/오프라인 쇼핑몰인 스테이플스(Staples), 월그린(Walgreens), 오피스디포(Office Depot), 토이저러스(ToysRus), 다이퍼스닷컴(Diapers.com)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최근 뉴스에서 토이저러스가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으로 보면 아마존은 확실하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키바시스템즈의 로봇이 아마존의 박리다매 전략에 기여하였음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물류로봇은 이처럼 단순히 물류로봇 산업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물류가 필요한 대부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역할로 그 중요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류로봇 시장의 성장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고 많은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며 세계적으로 발달한 IT 기술과 함께 택배기사들의 노고 덕분에 주문 후 다음날 배송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물론 국토가 우리보다 몇 십 배는 더 큰 미국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1일 또는 2일 배송 서비스를 하고는 있다. 단, 매우 비싼 배송비를 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쇼핑몰은 일정금액 이상의 물건에 대해서는 우리와 유사한 수준으로 2일 배송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물류비용 감소를 위하여 로봇 기술을 점점 더 많이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DHL, UPS,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물류혁신을 통한 물류 효율 개선을 위하여 로봇 기술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를 기반으로 국제로봇연맹은 2019년까지의 물류로봇 예상 판매 대수가 전체 전문서비스 로봇의 5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IFR World Robotics 2016).
특히 물류창고와 같은 비제조 환경에서의 물류로봇 도입이 급증하여 전체 물류로봇 중 88.2%가 비제조 환경용 물류로봇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제조환경에서도 기존의 고정형 제조로봇과 함께 AGV와 같은 이동 로봇의 도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조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지만, 비제조 분야에서의 물류로봇의 활용은 비단 물류창고 뿐만이 아니라 병원, 호텔 등 대인서비스 환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의 물류로봇
현재 시장에 진출한 물류로봇들은 주로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에 집중하고 물건을 집어서 포장하거나 선별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식의 협력 작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로봇이 앞서 설명한 아마존의 키바시스템즈 로봇인데 전문용어로는 오더 피킹(Order Picking)용 로봇이라고 하여 주문에 맞는 물품을 창고 내에서 이동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중에서도 아마존의 방식은 물품이 사람에게 오게 하는 방식으로 높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오더 피킹용 로봇에는 키바시스템즈의 로봇 외에도 미국의 6리버시스템즈(6 River Systems), 로커스 로보틱스(Locus Robotics), 페치 로보틱스(Fetch Robotics) 등에서 관련 로봇을 출시하였다.
이 로봇들은 아마존의 키바시스템즈 로봇과는 다르게 작업자들이 로봇과 함께 이동하며 로봇에 탑재된 화면을 통해 오더를 확인하고, 물품을 집어서 로봇에 싣고 로봇은 선별된 물품들을 이송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사한 물류환경을 갖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도 아마존의 키바시스템즈 로봇과 유사한 물류로봇을 물류창고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오더 피킹용 물류로봇을 개발하여 2018년 물류센터 적용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주로 의약품, 검체 등의 소형물과 식사 등의 중형 물품 이송을 위해 사용되는 병원용 물류로봇은 미국 아테온(ATHEON) 사의 TUG,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의 HOSPI-R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진로봇이 스스로 엘리베이터 탑승까지도 가능한 고카트(GoCart)를 개발하여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호텔에서 활용되는 물류로봇도 시장에 등장하였다.
ROS로 유명한 윌로우 개러지(Willow Garage) 출신의 스콧하산이 설립한 미국 사비오크(Savioke) 사는 야간에 룸서비스가 취약한 점에 착안하여 세계 최초의 호텔 룸서비스 로봇을 개발, 상용화하였으며 미국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일본의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등에서 실제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한다.
물류로봇은 실외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 피자 레스토랑 체인업체인 도미노 피자는 2017년 독일에서 로봇을 통한 피자배달 서비스를 정식으로 도입하였다.
스타쉽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 사에서 개발한 이 물류로봇은 신선도 유지를 위한 온도조절 기능과 함께 센서를 통해 장애물과 보행자를 감지하여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류로봇의 진화
물류로봇의 다음 적용 분야는 물류 배송 전면에서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아마존의 로봇 도입은 물류창고의 부분 자동화에 해당하고, 도미노 피자의 로봇 피자 배달 서비스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에 해당한다.
이처럼 물류로봇은 아직까지는 물류 배송에 있어서 부분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DHL, UPS 등은 이미 물류 전반에서 로봇을 이용한 물류배송 고도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앞서 물류창고 내 오더 피킹 로봇과 로봇 자율주행 기술이 반영된 자율이송 트럭, 그리고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로봇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족한 부분이 로봇이 직접 물품을 집어서 담는 로보틱 피킹이다.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으로, 아마존에서는 해당 기술 확보를 위하여 2015년부터 아마존 피킹 챌린지(Amazon Picking Challenge)라는 대회를 개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 피킹 기술을 탐색한 바도 있다.
물론 현재의 로보틱 피킹 기술이 전혀 쓸모없는 수준은 아니다. 독일의 매가지노(Magazino) 사는 선반에 있는 물체를 피킹 할 수 있는 모바일 피킹로봇 토루(Toru)를 상용화하였다.
다만 아마존 피킹 챌린지 등에서와 같이 유연물 등을 포함하거나 여러 가지 물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선반 위의 책, 신발 박스 등 비교적 정형화된 물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DHL 등에서 해당 로봇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로봇이 물품을 직접 핸들링 할 수 있게 된다면, 물류 전반에 있어서 완전 로봇화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한 부분은 물류창고, 공장과 같이 로봇을 위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분야와 달리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일상 공간에서의 이동 기술이다.
특히 각종 도어, 엘리베이터와 크고 작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이동하는 환경에서의 물류로봇은 이동 성능뿐만 아니라 대인·대환경 안전성 등이 추가로 요구된다.
이동 기술이 안전과 성능 측면에서 좀 더 완전해 지면, 마트, 공항 등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카트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신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쫓아다니듯 카트가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도 가능해진다.
산업적으로 확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현재는 프로토타입 수준이나 향후 적극적인 도입이 기대되는 분야로 대형마켓, 소매점, 물류센터 등의 재고 파악,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재고 관리 로봇 등이 그것이다.
특히 현재의 프로토타입은 단순 재고파악 수준이나 앞서의 로보틱 피킹 기술 등이 완성된다면, 물리적인 재고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류로봇의 시작은 공장에서 라인 간, 라인과 공장물류창고 간 작업물을 배송하던 AGV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물류로봇은 공장을 벗어나 물류창고, 병원, 호텔, 대형마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으로 그 적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물류로봇은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대표적인 로봇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확장성이 물류로봇의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많은 시장 전망자료에서 물류로봇은 제조로봇을 이어 가장 큰 로봇시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제조로봇 활용 강국이지만, 제조로봇기술의 강국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일본과 유럽의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류로봇은 아직까지는 기술적, 산업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시장으로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분야이다.
또한 물류로봇은 로봇의 대표적 기능인 이동 기능과 조작 기능이 모두 필요한 분야로 제조 및 서비스 분야로의 기술적, 산업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분야이기도 하다.
제조로봇에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로봇 기업인들과 연구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