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농업로봇의 현재와 미래
▲ 김국환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근 농업 인구의 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농업에 도입되어 로봇화,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농업로봇에 대한 기술개발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시사점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자.
농업의 현주소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문구를 농촌진흥청과 같은 농업 관련 기관에 가보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듯 인류는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씨앗을 선별하고 농사법을 개량함으로써 농작물의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야생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와 같은 식량 생산 기반에 화학 비료와 농약의 대량생산으로 식량 공급의 획기적인 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현대 농업과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화학 비료, 농약, 동력 농기계 등의 발명으로 실현된 농업의 녹색 혁명01은 고투입을 통해 수확량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나 최근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950∼2000년 사이에 세계 곡물량은 세 배로 늘어났지만, 곡물 경작에 사용된 토지는 겨우 10% 늘어났다.
하지만 현대의 집약 농업은 살충제와 비료로 땅과 강, 바다를 오염시키고 필요 이상의 과다한 농자재와 에너지를 투입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농업이 직면한 한계 상황들을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농업에 도입되어 로봇화,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투입, 다수확 농업의 한계를 센서와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 등을 통해 극복하고 최적 농법으로 전환하여 투입자원의 감소와 수확량의 증가로 농가의 소득증대와 더불어 농산물의 안정성은 높아지고, 농업의 환경 부담은 크게 감소되고 있다.
농업로봇의 개요 및 주요 기술
우리나라 로봇 산업에서 농업로봇은 전문서비스용 로봇 산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로봇 기술의 농업 분야 적용은 작물의 생육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과 같은 단순 측정에서부터 크기, 형태, 색상 등 작물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농작업을 판단, 결정하여 수행하는 복합적인 업무까지 가능하다.
넓은 의미의 농업로봇은 농업 생산과 재배, 유통 및 소비 분야에서 작업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현재 상황을 판단(Recognition)하여 자율적인 동작(Autonomous action)을 통해 지능화된 작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계로 정의되어 있다.
최근 농업 인구의 감소,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초, 방제, 이송, 수확, 모니터링, 파종, 접목, 이식, 비료·퇴비 살포 등의 다양한 농작업의 자동화를 목적으로 농업로봇의 개발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업은 동식물과 같은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 분야로 환경적인 요소가 타 산업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기후, 토양, 작물 등 다양한 환경적 변화 요인을 고려하여 농업 환경 및 조건에 특화된 로봇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농업용 로봇 개발의 주요 요소로는 크게 하드웨어(Hardware), 주행, 인식, 조작, 사용성, 군집/협업 등이 있다. 주요 기술별 항목의 상세 내용은 표 1과 같다.
농업로봇의 국내외 개발 현황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 여성화 등의 인력난으로 인해 고된 농작업을 효율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최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농축산 분야에서도 효율적인 농작업과 고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로봇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농업로봇의 잠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179억 달러 수준이며 이 중 물류, 농업, 의료, 안전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이용되는 전문서비스 로봇의 시장 규모는 약 46억 달러 수준으로 보고되었다.
농업로봇 시장은 전문서비스 로봇 시장의 20.1%(9.56억 달러)정도로 평가되며, 2020년에는 19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외에서는 농작업 자동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농업의 형태, 방식, 기술수준의 차이로 인해 로봇 연구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규모화의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농작업 로봇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존디어, 랠리 등의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착유로봇 등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다.
착유로봇의 경우, 세계 보급은 25,000여 대이고, 국내 보급은 70여 대(대당 가격: 3∼4억)에 이르며, 랠리社 제품이 세계 시장의 7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대학, 농기계 회사 등 농업로봇 연구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논농사 중심의 로봇 기술이 개발 중이며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의 경우 동양물산, 언맨드 솔루션 및 서울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하여 상용화를 개시하였고, 농촌진흥청에서 농업로봇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벼농사 제초 로봇, 과원 내 자율 주행로봇 등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농업로봇의 개발, 보급의 저해 요인 및 애로 사항
다른 산업 분야의 로봇과는 달리 농업로봇에 대한 기술개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1) 농업은 생물과 공존하는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로봇뿐 아니라 작업자 및 대상물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정밀한 제어 시스템이 요구된다.
(2) 공장의 생산라인 등 제한된 공간 내에서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특화된 공간이 아닌 불규칙적인 노지나 외기 상태가 급변하는 열악한 자연환경 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도 신뢰성 있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내구성 및 강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3) 농업에서의 농작업을 위한 생물의 생육 주기가 짧다. 그로 인해 로봇을 활용한 농작업 운용 시간도 짧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업로봇을 약간의 구조 변화나 간단한 농작업기의 교체만으로 다른 농작업에 적용, 확장 및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여 지속적인 활용성을 확보가 필요가 있다.
(4) 로봇 기술 및 시스템의 사용 주체인 농민들의 로봇에 대한 자본 및 지식 부족으로 인한 로봇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규모로 경작하는 영세성을 고려하여 로봇에 대한 지식 및 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저렴하면서 조작이 용이한 로봇 개발이 필요하다.
즉, 농업로봇을 활용함에 있어 사용자 주체인 농민의 상황을 고려하여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어려운 작동 방법이 아니라 단순히 버튼 하나로 작업을 시작하여 끝날 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농업로봇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
농업로봇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농업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와 함께 농업의 로봇화·자동화를 필연적 과정으로 인식하고 농업로봇 R&D의 산업화와 현장에의 보급 및 확산을 위하여 선순환적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농업을 위한 인프라 및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고, 나아가 해외 시장에서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 장비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시스템의 규격화 및 표준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한 이에 맞춰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제도 및 법률의 정비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개발 측면에서 보면 정부, 기업, 농민, 연구기관(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극소수의 농업로봇 개발을 위한 연구기관, 영세한 농업 기계 및 로봇 제조업체, 열악한 연구 인프라로 인해 폐쇄적, 개별적, 단기적인 현재의 R&D를 탈피하여 서로의 장점을 살려 농업로봇 개발에 협력하여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실용화 및 보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초기에는 사용 주체인 농민들을 수요 대상으로 정하기보다 각 도의 농업기술원이나 기술센터 내에 로봇 전문가를 통한 임대 사업이나 보급 사업을 추진하여 최소한의 공급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로봇 제조사에게 판로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수요처가 적은 만큼 이러한 선순환적 보급 구조를 통해 로봇 제조사도, 농민들도 쉽게 농업로봇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로봇 활용 방법이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연구개발 및 보급 초기에는 안전성, 작업 환경 적용, 초기 작업 설정 등 관리 및 교육을 위한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농업로봇 전문가 양성을 통해 농민 교육 및 기술원이나 센터 내 전문 요원을 활용하여 대체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농업로봇 활용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농업로봇에 대한 시사점
농업과 로봇 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미래 농업 모델 필요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과 함께 농업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로봇 업체와 농기계 전문 산업체의 협력관계 구축과 융합형 연구개발을 통한 관련 원천 기술의 확보로 국내 농업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 농업을 위한 기초 인프라 구축, 농업과 로봇 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미래 농업 모델의 제시가 중요하다.
국내 농업 환경에 특화된 농업로봇 인프라 구축과 이를 활용한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서 한국 농업로봇 기술의 미래 비전과 핵심 기술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수백 마력의 대형 농기계를 이용해 광활한 농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북미나 유럽의 로봇형 농기계와는 차별화된 소규모·소구획에서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노지와 재배시설 내에서 정밀 처방을 위해 토양 내부의 작물 생육 환경을 측정하여 공간적 변이를 지도화하고, 최적의 시기에 알맞은 양을 변량 시비기로 처방할 수 있는 로봇과 토양 관리, 시비처방, 작물의 생육·질병, 수확량과 품질에 대한 시간적 변이 정보가 로봇 클라우드 시스템에 전달되고, 데이터 베이스화 된 농사의 노하우를 로봇을 통해 실현하여 소구획 농지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품질로 극복할 수 있도록 재배 단계에서의 정밀 관리와 계획생산이 가능하도록 로봇생산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로봇화 기술은 시스템의 효율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농업로봇 개발 및 보급의 좋은 사례
(스페인 딸기수확로봇 제조사 "AGROBOT")
농업로봇의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재배 방식에 맞춰 농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의 개발보다는 농사 방법(재배 구조, 농작업 등) 자체도 로봇이 작업하기 편리하도록 구조적, 방법적으로 바꿔 농업로봇을 개발한다면 농업로봇의 실용화 및 보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작업 공간, 작물 재배 방식, 수확 방법 등을 로봇의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개량, 개선하여 구조 단순화를 통해 로봇 개발비용 최소화 및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2012년 설립된 스페인의 농업로봇 제조 및 판매 회사인 애그로봇(AGROBOT)에서는 딸기수확로봇을 개발하였는데, 전용 딸기 재배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개발되어 딸기를 수확할 수 있도록 24개의 로봇 암을 구비한 수확로봇으로 카메라 영상처리를 통한 딸기 식별, 초음파 센서를 이용하여 기구부 충돌 방지 등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현재 캐나다의 대규모 딸기 농가에서 시범 운영을 마치고 상용화되었다.
애그로봇은 딸기의 수확이 용이하도록 딸기를 수확하는 베드의 구조 및 농법을 개량, 개선하여 로봇의 판매뿐 아니라 로봇에 맞는 재배 방법 및 시설 환경까지 같이 판매하는 방식(패키지화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농작업 컨설팅 및 농작업 데이터 기반 빅데이터 활용 기술까지 발전시켜 새로운 사업 모델까지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농업로봇의 미래 전망
농업은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점차 기술집약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기계화, 자동화를 통해 첨단화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이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으나 불균일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다양한 변수와 생명을 다룬다는 특이성으로 인해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히 농업의 작업 환경은 명확한 결정과 선형적 접근이 아닌 사람의 경험과 지능으로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비선형 문제 해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업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 IT, ICT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 가능성의 4차 산업혁명 도래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농업로봇의 실용화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여 첨단 농산업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01 미국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Lester Brown)이 1960~1970년대 종자개량과 관개시설 개선, 농약 사용 등으로 식량의 대량생산 시대가 열린 것을 녹색혁명이라 칭하였다.